나눔 열기 뜨거웠던 세계 식량의 날 행사
서울·부산 등 17개 도시… 식량키트 제작 행사 열려
진흙쿠키 만들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 진행… 시민 2만여명 나눔 동참
지난 10월 15일 오전 11시, 집을 나선 황순재(17)군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굵은 빗방울이 우산 위로 쉴 새 없이 떨어진다. 순재군이 도착한 곳은 난지 한강공원. 초록 잔디 위로 길게 늘어선 우산 행렬이 눈에 들어온다. 쏟아지는 빗줄기 속에도 중앙잔디광장을 향하는 사람들의 발길은 줄어들 줄 모른다. 순재군은 “아프리카 빈곤 아동을 돕는 식량키트제작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왔다. 지구촌 빈곤 현실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면서 “당장 내일 급식부터 남기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남겼다.
국제구호단체 기아대책은 ‘세계 식량의 날’을 맞아 15일 서울·부산·대구·순천 등 17개 도시에서 식량키트제작 행사를 열었다. 시민 2만여 명이 참여한 이번 행사에서는 글로벌 시민교육, 진흙쿠키 만들기, 식량 키트 제작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글로벌 시민교육을 진행한 자원봉사자 장설희(21)씨는 “평소 발표에 자신이 없던 터라 걱정이 많았는데, 참여하는 분들이 재미있게 또 적극적으로 임해주셔서 더 즐겁게 봉사할 수 있었다”며 기뻐했다.
중앙잔디광장으로 들어서니 하얀 천막 아래로 옹기종기 모여 앉은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이들은 종이컵 안에 담긴 진흙, 마가린, 소금을 열심히 섞고 있었다. 진흙쿠키를 완성한 사람들의 입에서 동일한 질문이 쏟아져 나왔다. “이걸 정말 먹는단 말인가요?” “먹어도 되는 건가요?” 실제로 아메리카 대륙의 작은 섬나라 아이티에서는 아이들이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진흙쿠키를 먹고 있다. 독서토론 동아리 회원들과 함께 행사에 참여한 전성경(24)씨는 “충격이었다. 진흙을 먹으면 당장의 배고픔을 해결할 수는 있지만, 소화가 잘 되지 않아 위경련과 구토로 결국 몸을 쓸 수 없게 된다더라. 동아리 회원들과 이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찾아볼 생각이다”고 말했다.
나눔에 동참하는 시민들의 열기는 뜨거웠다. 특히 송곡 고등학교에서는 무려 400명에 달하는 학생들이 식량키트제작 행사에 참여했다. 송곡고등학교 김한경 교장은 “뜻깊은 행사가 있기에 각 학급에 공지를 했는데, 관심이 대단했다. 앞으로도 학생들에게 나눔, 봉사의 기회를 되도록 많이 열어주겠다”고 전했다.
17개 지역에서 만들어진 식량키트 2만 5000개는 이달 안에 짐바브웨·탄자니아·에콰도르·타지키스탄에 보내져 12월 중 빈곤 가정에 전달될 예정이다. 기아대책은 극심한 기근으로 고통받는 동아프리카 식량 지원과 하루 1.25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세계 절대빈곤 인구 1%를 줄이고자 8월 1일부터 10월 말까지 식량지원 캠페인 ‘스톱헝거(STOP HUNGER)’를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