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초라한 한국 기업 CSR 성적표, 대안은 없을까

2016 아시아 CSR 랭킹 분석 

중국의 추격과 일본의 경기 부양책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된 한국. 미래 산업을 찾는 한·중·일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이들의 사회적책임(CSR) 성적은 어떨까. ‘2016 아시아 CSR 랭킹’ 조사 결과, 올해도 한국은 ‘2등’에 머물렀다. CSR 평가 지표인 환경(E)·사회(S)·지배구조(G) 총점을 비교해보니 일본이 54.1점으로 가장 높았고, 한국(52.7점)과 중국(37.2점)은 그 뒤를 이었다. 한국과 일본의 격차는 특히 환경(E) 부문에서 벌어졌다. 재난, 기후변화 영향을 받은 일본 기업들이 오래전부터 환경 경영 및 오염 예방에 힘써온 덕분. 총점에선 뒤졌지만 사회(S), 지배구조(G) 부문에선 한국이 1위에 올라 희망적인 모습도 엿보였다. 연구를 진행한 이재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 기업들이 그동안 지역사회 발전, 공정거래, 이사회 구조 개선에 공을 들인 결과”라며 “다만 지배구조 항목 중에서도 ‘CSR 의사결정'(이해관계자 평등, 이사회의 CSR 참여 등) 점수는 일본과 중국에 모두 뒤처져 향후 개선 과제를 남겼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ESG 영역별 모든 점수가 전년 대비 하락하며 3등에 그쳤다.

표 그패픽_아시아 CSR 랭킹_한중일 ESG표_161025

◇산업군별 CSR 장단점 드러나…B2C 기업들 점수 낮아 의외

한국에선 하드웨어 기업들이 CSR을 가장 잘하는 산업군으로 꼽혔다. 삼성전자·LG전자·삼성SDI·LG디스플레이·삼성전기가 속한 하드웨어 산업군의 ESG 총점은 69.2점으로 가장 높았고, 기아차·현대차·현대모비스·한국타이어·한온시스템이 속한 자동차 산업이 61.6점으로 뒤를 이었다. 은행(신한지주·하나금융지주·KB금융·기업은행·우리은행)과 소비재(LG생활건강·아모레퍼시픽·KT&G·CJ제일제당·오리온) 산업은 각각 33.1점과 31.9점으로 상대적으로 점수가 낮았다. 이재혁 교수는 “소비자에게 직접 모니터링 및 피드백을 받는 B2C 기업(은행·소비재)들보다 B2B 기업(자동차·하드웨어)들의 CSR 점수가 높은 건 재미있는 결과”라며 “대표적인 환경오염 산업군인 자동차 기업들이 오히려 기후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덕분에 ESG 총점이 높게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전자나 자동차 기업의 경우 글로벌 경영 환경에 노출되다 보니 CSR에 관한 기준 또한 자연스레 높아진 데 반해, 내수 시장에 머무른 은행이나 소비재 산업군은 아직 CSR 민감도가 높지 않음을 드러낸 것이다.
표 그래프_아시아 CSR 랭킹_아시아 경쟁기업 산업군별 비교표_161025산업 특성에 따라 CSR의 강점도 다르게 나타났다. 삼성전자·LG전자 등 하드웨어 기업들은 협력사의 책임 경영을 관리 및 지원하는 등 ‘효과적인 공급망 CSR 관리’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고, 친환경 자동차 시장에 뛰어든 기아차·현대차 등 자동차 기업들은 ‘오염 예방’ 부문에서 점수가 높았다. LG생활건강·아모레퍼시픽 등 소비재 기업들은 ‘CSR 커뮤니케이션’ 부문에서, 은행권은 ‘이사회 구조 및 다양성’ 항목에서 강점을 드러냈다. 이 교수는 “특히 은행권은 인수·합병이 잦고 지배권 변동이 많다 보니 오히려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다양성이 확보된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아시아 경쟁 기업 CSR 성적… 하드웨어 빼곤 韓 전부 뒤처져

아시아 경쟁 기업들 속에서 한국 기업의 CSR 성적표는 초라했다. 특히 일본 자동차 기업과의 격차가 눈에 띈다. 자동차 산업을 이끄는 한·일 상위 5대 기업을 비교 분석한 결과, 기아차·현대차·현대모비스·한국타이어·한온시스템 등 한국 기업의 CSR 평균은 61.6점으로 도요타·혼다·덴소·닛산·브리지스톤 등 일본 기업의 평균(65.6점)보다 낮았다. 특히 일본 CSR 랭킹 1위를 차지한 도요타는 환경(73.6점)·사회(72.2점)·지배구조(69.6점) 등 모든 부문에서 현대차를 앞질렀다. 기아차와도 소비자·노동 관행·지역사회공헌 등 사회(S) 항목에서 10점 이상 격차를 벌렸다. 반면 하드웨어 부문에선 한국 기업들이 강세를 보였다. 삼성전자·LG전자·삼성 SDI 모두 일본의 캐논·소니·파나소닉보다 CSR 점수가 높았다.

통신 및 은행권에선 한·중·일·아세안 경쟁 기업들의 특징이 두드러졌다. 아시아 통신 업계의 CSR 점수는 일본전신전화(Nippon Telegraph Telephone·66.8점), 중국이동통신(China Mobile Communication·66.1점), 싱텔(Singapore Telecommunication·65.3점), KT(62.3점) 순으로 나타났다. 아시아 은행들은 근소한 차이로 접전을 벌였다. ESG 총점 62.5점을 받은 말라얀 뱅킹(Malayan Banking·메이뱅크)이 1위를 했고, 미쓰비시도쿄UFJ은행(62.5점)과 신한지주(57.6), 중국공상은행(International&Commer. Bank of China·42.4점)이 뒤를 이었다.

한편, 한국 기업들의 사회적책임 격차가 가장 큰 분야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CSR 커뮤니케이션’으로 조사됐다. 해마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는 기업이 줄고 있는 데다 CSR 현황을 외부에 공유하는 것에 인색한 분위기 때문. 반면 EU는 500인 이상 고용 기업에 ESG 관련 정보를 의무 공시하도록 했고, 최근 프랑스는 투자자들에게 기후변화 리스크를 투자 포트폴리오에 포함시키도록 하는 법안을 시켰다. 유독 한국 기업들만 글로벌 CSR 트렌드에 역행하고 있는 것. 이윤석 InnoCSR 대표는 “모 기업 CEO를 만나 지속가능보고서 내용을 언급하면 ‘그걸 전부 읽느냐’며 오히려 놀라더라”면서 “기업은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해 자사 CSR의 약점을 보완하고, NGO와 소비자들은 기업이 공개하는 CSR 정보들을 꼼꼼하게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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