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개사 중 15·16위…석탄 기반 생산 유지에 전환 준비 ‘미흡’
국내 주요 철강사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글로벌 철강사 탈탄소 전환 평가에서 나란히 하위권에 머물렀다. 철강 탈탄소 전환을 평가하는 글로벌 단체 스틸워치(SteelWatch)가 전 세계 18개 철강사의 전환 준비도를 평가한 결과, 포스코는 21.9점으로 15위, 현대제철은 21.2점으로 16위를 기록했다. 두 기업 모두 석탄 기반 생산 구조를 유지한 채 저탄소 전환 준비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평가는 단순 배출량이 아니라, 기업이 석탄 기반 생산 구조를 줄이고 ‘탄소 배출이 거의 없는’ 생산 체제로 전환할 준비가 돼 있는지를 기준으로 진행됐다. 평가 대상 18개 기업 가운데 50점을 넘은 곳은 한 곳도 없었다. 녹색철강과 재생에너지 확대 관련 지표도 전반적으로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스틸워치는 기업들이 장기적인 기후 목표를 제시하고 있지만 실제 설비 전환과 투자는 이를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한다고 봤다. 보고서는 이 같은 목표와 실행 사이의 간극을 ‘전환 준비도 격차’라고 설명했다.

◇ 고로 유지·전환 지연…포스코, 생산 구조 변화 ‘부재’
포스코는 대형 철강사이지만 생산 구조 전환에서는 뚜렷한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포스코의 2024년 조강 생산량은 약 3500만 톤이다. 스틸워치는 포스코가 여전히 석탄 기반 생산 구조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고 봤다. 고로는 석탄 기반의 강제강 공정으로, 철강 생산 과정에서 가장 탄소 집약적인 설비다. 문제는 이런 구조를 줄이기 위한 고로 폐쇄 계획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포스코의 총점은 21.9점으로 18개 기업 중 15위에 그쳤다. 녹색철강과 재생에너지 관련 지표는 대부분 0점에 가깝거나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저배출 철강 생산 비중도 전체 대비 극히 낮았다. 석탄 사용량은 최근 감소했지만, 보고서는 이를 구조 전환의 증거로 보지 않았다. 고로 폐쇄 계획이 없고 주요 전환 지표도 거의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수소를 활용해 철을 생산하는 수소환원제철(HYREX)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보고서는 이 기술이 아직 실증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평가했다. 중장기 방향은 제시됐지만 기존 석탄 기반 생산 체제를 대체할 수준은 아니라는 의미다.
또한 포스코는 2024년 책임 있는 철강 생산 기준을 제시하는 글로벌 이니셔티브 ‘리스폰시블스틸(ResponsibleSteel)’에서 탈퇴했다. 보고서는 이를 사회·환경적 책임과 투명성 측면에서 부정적인 신호로 해석했다고 짚었다.
◇ 현대제철, 공시 부족·전환 계획 부재 지적
현대제철도 전환 준비 측면에서 비슷한 평가를 받았다. 스틸워치 평가에서 21.2점을 받아 18개 기업 중 16위에 머물렀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2024년 기준 약 1800만 톤의 조강을 생산하며 고로 기반 생산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고로는 석탄을 사용하는 공정으로 탄소 배출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러나 이를 줄이거나 대체할 구체적인 계획은 제시되지 않았다.
전환 관련 지표에서도 뚜렷한 성과는 확인되지 않았다. 녹색철강과 재생에너지 관련 항목은 대부분 0점에 가깝거나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보고서는 현대제철의 전환 준비가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석탄 소비량 등 주요 배출 관련 데이터 공시가 제한적이라는 점을 문제로 짚었다.

공 전 단계의 철인 조강 1톤을 생산할 때 약 1.45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포스코(약 2.03톤)보다 낮아 수치만 보면 상대적으로 양호해 보인다. 그러나 보고서는 이를 친환경 전환 성과가 아니라 전기로 공정과 스크랩 사용 비중 등 생산 방식 차이의 영향으로 해석했다.
현대제철이 미국 루이지애나에 계획 중인 전기로 기반 제철소는 향후 전환 준비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로 언급된다. 보고서는 해당 투자가 실제로 이행될 경우 점수 개선 가능성이 있다고 보면서도, 실행 여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 “철강 전환, 기술 아닌 투자 문제”
반면 일부 기업은 생산 구조 자체를 바꾸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보고서는 SSAB와 티센크루프를 상대적으로 앞선 사례로 제시했다. 스웨덴의 SSAB는 고로를 단계적으로 폐쇄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고, 독일의 티센크루프는 수소 기반 직접환원철(DRI) 설비 도입을 진행 중이다. 다만 보고서는 이들 역시 ‘탄소 배출이 거의 없는’ 생산으로의 전환 준비가 충분한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격차가 기술 자체보다 투자와 전략 선택의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봤다. 철강 산업은 설비 수명이 길고 자본 투입이 큰 산업이다. 지금의 투자와 운영 방식이 향후 수십 년의 배출 경로를 결정짓는다. 이 때문에 전환이 늦어질수록 감축 부담이 커지고, 저탄소 철강 시장에서 경쟁력 확보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영민 기후솔루션 철강팀 연구원은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여전히 석탄 기반 생산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난 결과”라며 “실질적인 설비 전환과 투자 없이는 저탄소 철강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