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4일(일)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니 시장이 살아났어요

못골시장 상인회

대형 할인마트의 공세에 밀려 재래시장이 죽어가고 있다는 건 하루 이틀 된 얘기가 아니다. 수원에 있는 못골시장을 찾아가면서도 ‘다른 재래시장들에 비해 잘 된다고 하지만 그래 봤자’라는 마음이 컸다. 하지만 시장에 들어서자마자 그런 생각은 사라졌다. 시장 전체에서 흥겨운 음악이 흘러나왔고 곳곳에 설치된 TV 화면에서는 라디오 DJ의 모습이 보였다. 주중인데도 사람들로 북적였고 상인과 손님 사이에는 이야기가 넘쳤다. 그야말로 ‘살아 있는 시장’이었다.

못골시장 상인회 이충환(39) 회장은 “수원 못골시장은 하루 방문객 1만명이 넘는 인기 재래시장”이라고 자랑스레 말했다. 하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상황은 전혀 달랐다. 2005년의 하루 방문객은 지금의 3분의 1에 불과했다. 못골시장이 10년도 안 된 사이에 ‘환골탈태’ 할 수 있었던 것은 적절한 관(官)의 지원과 지역주민들과 소통하기 위한 상인들의 노력이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현대적으로 달라진 못골시장의 성공 뒤에는 상인들의 노력이 숨어 있었다.
현대적으로 달라진 못골시장의 성공 뒤에는 상인들의 노력이 숨어 있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전통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2008년 시행한 ‘문전성시 프로젝트’에 선정된 못골시장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1차와 2차에 걸쳐 총 14억을 지원받았다. 이 돈으로 먼저 시장 시설 현대화사업을 했다. 가게마다 서로 다른 간판을 하나로 통일하고 비 오는 날도 손님들이 시장에 오는 데 문제없도록 아케이드 공사를 했다.

하지만 이 회장은 “못골시장이 성공할 수 있었던 진짜 이유는 이 같은 환경개선사업보다는 지역주민들과 소통하기 위한 상인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가장 먼저 상인회 사무실 옆에 있는 회의실을 수원에 있는 여러 단체들에 개방했다. 한 달에 5~6번씩 외부 단체들이 시장 상인회 회의실을 무료로 이용하면서 자연스레 시장 홍보도 됐다.

다른 시장들이 재래시장 활성화 방안으로 ‘연예인 초청 노래자랑’ 같은 것을 할 때, 못골시장은 지역 주민과 대학생, 고등학생들이 직접 무대에 설 수 있는 문화공연을 열었다. 이 회장은 “연예인이 온다면 사람들이 몰려들겠지만 공연이 끝나고 나면 모인 사람들도 가버린다”라며 “자신의 아이들과 이웃이 하는 축제에서는 다들 끝까지 즐기고 ‘온 김에 장도 보고 가자’라는 생각을 한다”라고 지역민이 참여하는 축제를 연 이유를 설명했다.

상인회 이충환(오른쪽) 회장과 김승일 총무가 라디오 방송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
상인회 이충환(오른쪽) 회장과 김승일 총무가 라디오 방송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

이처럼 못골시장 상인들이 지역주민과의 소통에 열심인 건 ‘사람과 소통해야만 시장이 살아남을 수 있고, 그래야 지역사회와 경제도 발전한다’는 신념 때문이다. 이 회장은 “대형마트가 벌어들인 돈은 전부 본사가 있는 서울로 간다”라며 “지역의 상인들이 나서서 지역민에게 즐길 거리, 먹을거리, 볼거리를 제공하면 지역경제도 살아나고 지역 공동체 의식도 살아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수원 못골시장은 다른 시장 상인회가 노하우를 전수받겠다고 찾아올 정도로 성공한 재래시장이지만 이들에게는 더 큰 꿈이 있다. 이곳의 상인들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 전체가 잘살게 되는 것’이다. 그 첫 번째 해결책으로 선택한 ‘배달 서비스 사업’은 지난해, 지역사회의 현안을 비즈니스를 통해 해결하는 ‘커뮤니티비즈니스 시범사업’에 선정됐다. 총 90개 점포 중 15곳이 인터넷으로 물건을 주문한 고객에게 직접 배달을 해주는 서비스에 참여하겠다고 공동 출자를 했다. 이 회장은 “여기서 나오는 수익금으로 직접 시장에 나와 장을 보기 힘든 독거노인들의 장을 대신 봐주고 배달해주는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을 통해 지역 주민 모두가 행복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는 못골시장 상인들의 바람이 이뤄질 날이 점점 더 가까워져 오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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