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인구테크] 인구 변화를 혁신으로 전환하는 법

인구 구조의 변화는 거대한 시대적 흐름이다. 그 속에서 사회 문제를 혁신의 기회로 바꾸는 일은 미래 산업을 주도할 수 있는 결정적 열쇠가 된다. 인구 감소, 고령화, 저출산은 이미 전 세계가 함께 직면한 과제다. 이 문제를 단순한 위기로만 볼 것이 아니라, 글로벌 차원에서 새로운 비즈니스와 산업적 기회를 창출하는 관점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번 글에서는 전략적 사고를 통해 인구 변화를 기회로 전환하는 길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 일본, 초고령 사회의 교훈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현재 전체 인구의 29%가 65세 이상이며, 올해 2월을 기점으로 50세 이상이 절반을 넘어섰다.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일본은 이 변화를 단순히 복지 비용 증가로만 보지 않았다. ‘실버 산업’이라는 새로운 시장으로 확장해낸 것이다.

대표적인 분야가 실버테크(silver-tech)다. 돌봄 로봇, 고령자 맞춤형 가전,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고, 독거노인의 안전을 확인하는 IoT 센서와 생활 패턴을 분석해 돌봄을 제공하는 플랫폼은 이미 일상화됐다.

특히 눈에 띄는 사례는 실버 피트니스다. 미국에서 시작된 여성 전용 피트니스 체인 커브스(Curves)는 일본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2005년 진출 후 불과 10여 년 만에 전국 2000여 개 지점을 열었고, 현재는 약 90만 명이 회원으로 등록돼 있다. 2022년 기준 매출은 900억 엔(약 8000억 원)에 달했으며, 회원의 70% 이상이 50세 이상 여성이다. 이는 고령층이 ‘건강하게 나이 드는 삶’을 위해 적극적으로 소비자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 역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일본 사례는 우리가 단순히 고령자를 돌보는 차원을 넘어, 그들이 풍요로운 삶을 누리고 적극적인 소비자로 참여할 수 있도록 산업적 접근을 확대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한국에서도 실버테크, 실버 피트니스 등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지만, 더 집중적인 전략과 한국적 해법이 필요한 시점이다.

◇ 디지털 전환과 지역 소멸 대응

2020년 이후 한국에서도 산업 전반의 디지털 전환이 본격화됐다.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기업도 계절·유형별 판매 데이터, 고객 특성 데이터를 활용해 비즈니스를 고도화하고 있으며, 정부 또한 중소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고 있다.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역시 지난 3년간 156개 기업을 대상으로 디지털 전환 지원사업을 진행했다. 제조업(30%), 정보통신업(25%), 의료업(15%) 등 다양한 산업에서 성과가 있었지만, 농·어업과 임업 분야에서는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디지털 전환과 도시 성장(2022)’ 보고서도 지적하듯, 디지털 전환이 수도권 중심으로만 이뤄진다면 지역 균형 발전을 해칠 수 있다. 지역 1차 산업 분야에서 디지털 전환이 촉진돼야 하는 이유다.

실제 현장에서도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스타트업 타이드풀은 CJ 계열사와 협력해 수중 음향 데이터를 활용한 새우 양식장 관리 기술을 개발했고, 현재는 인공지능 기반 연어 양식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올해 매출 200억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임업 분야에서도 새로운 시도가 시작됐다.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는 올해 산림청, 임업진흥원과 협력해 LG전자, 유한킴벌리, 현대건설 등이 참여하는 산림 분야 오픈이노베이션을 진행 중이다. 대기업이 산림 분야 혁신에 참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산림 관리와 자원 활용에 디지털 전환을 접목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발굴하려는 실험이 본격화된 것이다.

◇ 위기를 혁신으로 전환하는 길

인구 변화는 거대한 파도와 같다. 막을 수는 없지만, 그 위에 올라탄다면 새로운 길이 열린다. 고령화, 저출산, 지역 소멸을 단순히 사회 문제로만 본다면 우리는 무력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를 새로운 시장과 혁신의 출발점으로 바라본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인구 변화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동시에 지금 우리가 맞이한 가장 강력한 혁신의 동력이다. 실버 산업, 디지털 전환, 지역 균형 발전 등 다양한 흐름을 기회의 시각으로 본다면, ‘인구테크’라는 틀 안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기회를 읽는 관점이다. 지금이야말로 인구 변화를 혁신으로 전환할 전략적 사고와 실행이 절실한 때다.

김영준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혁신사업실장

필자 소개

대기업 수석연구원, 교수, 사업가, 투자사 부문대표 등 다채로운 경력을 통해 쌓은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지난 10년간 스타트업 스케일업 분야에 집중해 왔습니다. 20여 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3D프린팅 스타트업’, ‘하드웨어 스타트업’ 등의 저서를 통해 스타트업 성장 전략을 제시해 왔습니다. 아이디어 사업화 및 개방형 혁신 생태계 조성에 기여한 공로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을 2회 수상했으며,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 등을 수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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