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18일(수)

1세 이주아동 예방접종률 55.2%…한국 아동보다 40%p 낮았다

2024 이주민 영유아 건강권 실태조사 보고서
비수도권 거주 이주아동 의료 현실 짚어냈다

아름다운재단이 이주와 인권연구소, 사단법인 이주민과 함께와 ‘2024 이주민 영유아 건강권 실태조사’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한국에 거주하는 이주배경아동(이하 이주아동)이 높은 의료비와 낮은 의료 접근성으로 건강권을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제시했다.

아름다운재단이 이주와 인권연구소, 사단법인 이주민과 함께와 ‘2024 이주민 영유아 건강권 실태조사’ 보고서를 발간해 이주배경아동의 취약한 의료접근성을 짚었다. /아름다운재단

이주아동이란 다문화가정, 난민, 귀화를 통한 중도입국 등 부모 혹은 본인이 국제 이주의 경험을 지닌 아동을 뜻한다. 여기에는 체류 비자가 있는 등록 이주민과 비자가 없는 미등록 이주민 모두가 포함된다.

이번 조사는 아름다운재단의 ‘영유아 건강권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이주와 인권연구소가 9개 이주인권 단체와 협력하여 진행했다. 조사 대상은 비수도권 거주 이주아동가정 155가구의 아동 171명으로, 의료 이용 실태조사와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비수도권을 대상으로 한 이유는 수도권에 비해 의료서비스 접근성이 낮아 시급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다.

조사 대상 아동의 국적은 총 22개국이었다. 주요 국적은 우즈베키스탄(25명, 14.6%), 베트남(23명, 14.0%), 캄보디아(17명, 9.9%) 등이었다. 이들 중 합법적 체류자격이 없는 미등록 이주아동은 49명(28.7%)이었고, 국민건강보험이 가입되어 있지 않은 아동은 52명(30.4%)이었다.

◇ 이주아동 치료받지 못한 비율, 한국 아동 8배

조사 결과, 1세 이주아동의 필수예방접종률은 55.2%로, 한국 아동(96.4%)에 비해 40%포인트 이상 낮았다. 예방접종을 받지 못한 주요 이유는 정보 부족(31.3%)과 비용 부담(8.3%)이 주로 꼽혔다.

미등록 이주아동의 경우 보건소에서 발급하는 임시관리번호로 무료 예방접종이 가능하지만, 여전히 22.2%는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이는 정책적으로 개선된 제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현실을 보여준다.

이주아동의 미충족 의료율(필요한 치료나 검사를 받지 못한 비율)은 19.3%로, 한국 아동(2.4%)의 8배에 달했다. 주요 원인은 비용 부담(73.7%)과 시간 부족(52.6%), 의료진과의 의사소통 문제(36.8%)였다. 이는 높은 의료비가 아동 건강을 위협하는 직접적인 원인임을 시사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2021년 10세 미만 한국 아동의 외래진료 이용률은 94.5%에 달했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이주아동의 외래진료 이용률은 72.5%로 낮았고, 입원율은 36.8%로 한국 아동(6.8%)의 5배, 응급실 이용률은 24.6%로 3배 높았다. 이주아동이 적절한 시기에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해 병이 악화한 후 치료를 받는 경우가 많음을 보여준다.

출생등록 지연, 건강보험 사각지대…이주아동 건강권 위협한다

이주아동의 건강보험 가입 과정도 문제로 지적됐다. 국내 출생 외국 국적 아동은 본국 대사관에 90일 이내 출생등록 후 출입국사무소에서 외국인등록을 완료해야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하지만 본국의 사정으로 출생등록이 지연되는 사례가 빈번해 건강보험 혜택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많았다.

건강보험에 가입된 이주아동 중에서도 22%(26명)는 가입 지연으로 의료 급여를 받지 못한 경험이 있었다. 게다가 한국 국적자는 건강보험료를 6회 체납해도 급여 제한이 없지만, 이주민은 단 한 번의 체납만으로 급여가 제한된다. 이는 경제적 부담이 큰 이주민들에게 심각한 의료 접근성 차별로 작용한다.

이에 보고서는 ▲이주아동의 건강보험 차별 폐지 ▲의료비 지원사업 신설 ▲희귀질환·장애 아동 및 한부모가정 대상 긴급 의료비 지원 등을 개선 방안으로 제안했다.

김진아 아름다운재단 사무총장은 “이번 조사는 이주배경영유아의 건강 문제를 전반적으로 다룬 첫 연구로, 의료사각지대를 조명하고 지원제도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한국이 유엔 아동권리협약 가입국으로서 모든 아동이 평등한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정책 개선이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