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2024 코이카 기후 AI 포럼
이미경 교수 “韓, 적정기술로 주도적 역할 가능해”
“신흥국의 농업과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 AI 기술을 활용한 혁신적인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전환 등 글로벌 환경 변화에 발맞춰 신흥국 개발협력 사업도 새로운 접근 방식을 모색해야 합니다.”
9일 경기 성남시 더블트리바이힐튼 서울판교에서 열린 ‘2024 코이카 기후 AI 포럼’에서 이미경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객원교수가 이같이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는 AI 분야 기업과 전문가 등 70여 명이 참석했다.
이미경 교수는 기후변화 데이터를 수집·분석하는 ㈜에너지라이프 대표이자 OECD 글로벌 인공지능 파트너십(GPAI) 전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최근 신흥국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생성형 AI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인도네시아 스타트업인 ‘이피셔리(eFishery)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피셔리는 ‘스마트 사료 공급 솔루션’으로 손으로 먹이를 주던 인도네시아 수산 양식장의 자동화를 구축했다. 2023년 5월 1억8000만 달러 규모의 펀딩을 성공시키고 유니콘 기업으로 등극했다. 베트남의 빈브레인은 이미지 분석 AI로 엑스레이와 MRI 결과를 예측·분석하는 의료 스타트업으로, 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가 인수를 언급하며 글로벌 주목을 받고 있다.
이 교수는 “미국과 중국이 세계적으로 최상위권 AI 기술을 자랑하지만, 신흥국에서는 현지 인프라에 맞는 적정기술이 더 중요하다”며 한국이 AI 기반 개발협력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한국은 제조업과 IT 기술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어, 이를 기반으로 수소 에너지, 스마트 시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신흥국과 협력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는 것이다. 그는 “수소 에너지 기술과 AI를 결합해 폐기물을 활용한 수소 생산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기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스마트 시티를 설계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신흥국 개발협력에서 데이터 활용의 중요성도 언급됐다. 이 교수는 “신흥국에는 인구 통계와 환경 데이터 등 풍부한 자료가 있지만,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AI로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정책 결정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신흥국의 문화적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개발 협력이 필요하다”며 “단순한 기술 전수가 아니라, 현지 파트너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포럼은 코이카가 유엔기후협약(UNFCCC) 사무국과 2027년까지 추진하는 ‘AI포클라이밋액션(AI4ClimateAction)’의 첫 활동이다. AI포클라이밋액션은 지난해 UNFCCC가 최빈국(LDCs)와 군소도서국(SIDS)의 기후변화 대응 지원을 위해 발족한 이니셔티브로, 기후변화 완화·적응을 위한 AI 솔루션 개발 지원과 솔루션 활용을 위한 역량 강화, 지식 생산·확산 활동 등을 전개한다.
이윤영 코이카 사업전략본부 이사는 “유엔 기후변화당사국총회 등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의 AI 기술과 기후 변화 대응 노력을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을 것”이라며 “코이카가 글로벌 플랫폼으로 기능하며 우리 기업의 혁신 투자와 기후재원 확보를 돕는 교두보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성남=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