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4일(수)

현대제철·동국제강, 재생에너지 ‘0%’… 탄소중립 약속은 어디로

글로벌 환경단체 액션스픽스라우더 보고서
“철강업계, 석탄에서 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한국의 주요 철강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사용 평가에서 글로벌 최하위를 기록했다. 글로벌 환경단체 액션스픽스라우더(이하 ASL)가 발표한 보고서 ‘도전정신을 평가하다: 철강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사용 현황’에 따르면,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은 2022년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이 0%로 조사 대상 철강사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포스코홀딩스는 0.02%로 간신히 바닥을 면했으나, 스웨덴 사브(SSAB)의 19%에는 한참 못 미쳤다. 보고서는 주요 철강사들의 에너지 소비 대비 재생에너지 조달 실적과 잠재력을 최초로 평가한 자료로, 한국 철강업계의 저조한 성적표는 탈탄소화 흐름에서 크게 뒤처져 있음을 보여준다.

ASL ‘도전정신을 평가하다:철강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사용 현황, 철강산업의 탈탄소화를 위협한다’ 보고서 내 갈무리

현대제철·동국제강, 재생에너지 계획도 ‘미공개’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은 재생에너지 조달 실적뿐 아니라, 전력구매계약(PPA)이나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계획조차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일본 철강사 JFE는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은 낮았지만, 일부 공장에서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을 도입하며 현대제철과 동국제강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은 각각 전기로 비중이 49%와 100%에 달한다. 전기로(Electric Arc Furnace)는 철스크랩을 녹여 쇳물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석탄을 사용하는 고로 대비 탄소 배출이 훨씬 적다. 보고서는 “전기로를 사용하는 주요 철강기업들은 재생에너지 직접 조달을 상당한 수준으로 늘릴 잠재력이 있다”고 짚었다.

ASL ‘도전정신을 평가하다:철강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사용 현황, 철강산업의 탈탄소화를 위협한다’ 보고서 내 갈무리

ASL의 로라 켈리 이사는 “탄소중립을 약속한 대기업들이 재생에너지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은 매우 충격적”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친환경 철강을 표방하는 기업들은 그린워싱 논란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현대제철 실적, 현대차에도 악영향”

액션스픽스라우더의 김기남 선임캠페이너는 “현대제철의 재생에너지 실적 부진은 주요 고객사인 현대자동차의 ESG 평가와 브랜드 가치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현대차가 친환경 철강 사용 목표를 강화하지 않으면, 유럽과 미국 경쟁사들에 더 뒤처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현대차가 미국에 공장을 짓고 있는 만큼, 한국 철강사들이 재생에너지 도입에 소극적일 경우 한국보다 미국에서 더 많은 일자리가 창출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넷제로 목표에 따르면, 철강산업은 2050년까지 전체 생산량의 최소 44%를 그린수소 기반으로, 48%를 스크랩 철강 활용으로 충당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전기로(EAF) 기반 생산 비율은 28.6%에 불과하며, 그린수소 상업적 생산은 전무하다.

이번 보고서의 제3자 검증을 담당한 기후변화 대응 감시 국제단체 스틸워치(SteelWatch)의 캐롤라인 애슐리 이사는 “철강업계는 대규모 에너지 소비자로서 기후변화 대응에 앞장서야 한다”며 “석탄 사용을 중단하고 재생에너지 기반 철강 생산으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ASL은 보고서에서 “재생에너지는 철강산업 탈탄소화의 핵심”이라며 “주요 철강사들이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재생에너지 조달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경하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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