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1일(목)

벌금·고소·규제…펀드 시장에 부는 ‘그린워싱’ 주의보 [글로벌 이슈]

자산운용사 위즈덤트리·뱅가드 벌금, 블랙록은 신고 당해
유럽 펀드, 11월부터 ESG 이름 붙이려면 80% 이상 지속가능성 기준 따라야

해외에서 투자사들의 그린워싱을 규제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미국과 호주에서는 ‘ESG 투자를 한다’고 부풀린 기업에 벌금을 부과했다. 유럽은 11월부터 ESG 명칭을 단 펀드가 지켜야 할 규칙을 시행한다.

자산운용사 위즈덤트리는 그린워싱으로 미국 금융당국에 벌금 400만 달러를 지불하게 됐으며, 호주 연방법원은 자산운용사 뱅가드에 벌금 1290만 호주 달러를 선고했다. /픽사베이

지난 21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의 글로벌 자산관리사 위즈덤트리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그린워싱 고발에 따라 400만 달러(한화 약 55억원)를 지불하게 됐다. 위즈덤트리는 앞서 ESG 투자 전략을 갖고 있다고 홍보하며, 화석연료 및 담배회사를 투자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위즈덤트리의 상장지수펀드(ETF) 3개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석탄 채굴 및 유통, 천연가스 추출 및 유통, 담배 소매 판매에 관여한 회사에 투자했다는 것이 드러났다. 미 증권거래위원회는 위즈덤트리가 화석연료와 담배 관련 기업을 배제하지 않은 제3자 공급 데이터를 활용했으며 이러한 기업을 거를 절차가 없었다고 짚다. 위즈덤트리 측은 벌금 결정에 따르면서 “지적받은 펀드들은 소규모 펀드였으며 현재는 펀드를 모두 청산했다”고 밝혔다.

호주에서는 지난달 25일 연방법원이 그린워싱을 한 자산운용사 뱅가드에 벌금 1290만 호주 달러(한화 약 1186억원)를 선고했다. 이는 지금껏 호주에서 나온 그린워싱 관련 벌금 중 가장 높은 금액이다. 뱅가드는 “ESG 기준에 따라 펀드에서 화석 연료 등 특정 사업을 하는 채권 발행 기업을 제외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방법원에 따르면 시장 가치 기준 74%의 증권이 ESG 기준에 따라 검토되지 않았다고 한다.

사건을 맡은 오브라이언 판사는 “뱅가드는 높은 윤리성을 차별화 요소 삼아 ESG 투자 자산운용사로서의 명성을 높였지만 이는 허위 진술이었다”고 지적했다. 사라 코트 호주 증권투자위원회 부위원장은 “큰 벌금 규모는 다른 기업들에게 ‘ESG 투자 주장을 신중하게 하라’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가 될 것이다”고 전했다. 뱅가드 호주의 자산 운용 규모는 2021년 기준 10억 호주 달러(한화 약 9224억원)가 넘는다.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프랑스 금융당국에 그린워싱 혐의로 고소를 받았다. 한편 유럽연합은 ESG펀드의 그린워싱을 방지하는 규칙을 11월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픽사베이

세계 최대의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그린워싱 혐의로 프랑스 금융당국에 신고됐다. 환경단체 클라이언트어스는 지난 17일(현지시각) 성명문에서 블랙록의 ‘지속가능한 펀드’가 셸, 토탈에너지, BP 등 화석 연료 회사에 10억 달러(한화 약 1조38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고 지적했다. 블랙록이 프랑스에서 운용하는 18개의 액티브 지속가능성 펀드가 1%에서 최대 27%까지 화석 연료와 연관됐다는 것이다. 블랙록의 포트폴리오 규모는 9조 달러(한화 약 1경2416조원)에 달한다.

글로벌 자산운용사를 향한 그린워싱 제재가 이어지는 가운데, 유럽연합는 11월 21일부터 ESG 이름을 붙인 펀드에 대한 규칙을 적용한다. 자산운용사의 그린워싱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유럽에서 펀드 이름에 ESG, 지속가능성, 녹색, 임팩트, 기후 등의 용어를 사용하려면 지속가능성 기준을 따라야 한다. 석유와 가스, 석탄과 오염을 유발하는 전기 산업에 투자하는 것이 금지된다.

신규 펀드에는 규칙이 바로 적용된다. 기존 ESG 펀드는 6개월 이내에 기준을 만족시켜야 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 펀드 이름을 바꾸거나 기준을 위반하는 자산을 매각해야 한다. 리서치 회사 클레러티 AI는 “지속가능성 펀드의 55% 이상이 최소 한 건의 위반사항을 가지고 있다”고 짚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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