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 기후금융에 426억 달러 투자
유엔기후변화협약 “개발도상국 기후 대응에 최소 5조 달러 필요”
기후금융 규모가 성장세를 보인다. 동시에 개발도상국의 기후대응을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세계은행은 2024년 회계연도에 지금껏 가장 큰 투자금액인 426억 달러(한화 약 56조원)를 기후 금융에 제공한다. 최근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은 개발도상국 기후대응을 위해서 2030년까지 최대 6조800억 달러(한화 약 8900조원)가 있어야 한다고 보고했다.
◇ 꾸준히 증가하는 기후금융 투자
기후금융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거나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금융이다. 재생에너지 발전소부터 탄소배출권, 2015년 체결된 파리 기후변화협정은 ‘산업혁명 이전 대비 지구 평균 온도 1.5도 이내 상승’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후금융을 활성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유엔기후변화협약에 따르면 2013년 3390억 달러(한화 약 445조원) 규모였던 기후금융은 2020년 6400억 달러(한화 약 840조원)까지 성장했다. 평균적으로 매년 9.5%씩 늘어난 것이다. 세계 빈곤퇴치와 개발도상국 지역 생활수준 향상을 목표로 하는 세계은행(WB) 또한 이러한 흐름을 따라가고 있다.
9월 19일(현지 시각) 세계은행은 2023년 7월부터 2024년 6월까지 아우르는 2024 회계연도에 426억 달러의 기후금융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지난 회계연도의 386억 달러(한화 약 51조원)와 비교하면 10%나 늘어난 수치다.
아제이 방가 세계은행 총재는 작년 12월에 2025년까지 세계은행 총대출의 45%를 기후 관련 사업에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은 2024 회계연도의 426억 달러 투자로 인해 세계은행이 기후금융 45% 목표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이전의 기후금융 목표치는 총 대출의 35%였다.
아시아개발은행(ADB) 또한 기후금융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은 9월 6일 ‘전략 2030(Strategy 2030)’의 중간 검토를 보고하며 2030년까지 연간 대출의 50%를 기후 금융에 사용하겠다고 선언했다.
아시아개발은행은 2019년부터 2030년까지 기후금융에 1000억 달러(한화 약 131조원)를 지원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지만, 지금까지의 투자 금액은 300억 달러(한화 약 39조원)에 불과하다. 은행은 목표 달성을 위해 더 많은 자본과 민간 부분 참여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한국은 아시아 지역 개발도상국 경제발전을 도모하는 은행의 68개 회원국 중 하나다.
한국에서는 9월 27일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이 기후금융 활성화를 위한 ‘조세특례제한법’을 발의했다. 기후금융 발전을 위해 발행한 채권의 이자소득에 대해 2030년까지 소득세 및 법인세를 면제해 주는 것이 골자다.
◇ 개발도상국 기후대응에는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
금융권 국제개발기구들이 앞장서 기후금융 투자를 늘리겠다고 공포했지만, 개발도상국 기후 대응에는 더욱 적극적인 자금 투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9월 10일 유엔기후변화협약은 개발도상국이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5조360억 달러(한화 약 6600조원)에서 6조8760억 달러(한화 약 9010조원)가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매년 최소 4550억 달러(한화 약 597조원), 최대 5840억 달러(한화 약 765조원)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는 각 국가가 2030년까지 국제사회에 감축을 약속한 것으로, 구속력 있는 온실가스 감축목표다. 2015년 파리 협정에서 결정됐으며, 각 국가는 2020년부터 5년 주기로 목표를 수정해 제출해야 한다.
이번 보고서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제시한 142개국 중 98개국의 예상 비용 보고만 반영한 것이기 때문에, 유엔기후변화협약은 실제 요구되는 금액이 더욱 클 것으로 예상한다.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적응에 쓰이는 기후자금의 규모가 거대한 만큼, 선진국들의 책임도 두드러지고 있다. 20019년 제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15)에서 선진국들은 개발도상국에 2020년까지 매년 1000억 달러(한화 약 131조원)의 기후자금 지원을 약속했다. 해당 목표는 2년 늦은 2022년에 달성됐다. 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는 선진국이 기후재앙 피해를 본 개발도상국에 금전적 보상을 하는 ‘기후 손실과 피해 기금’이 출범했다.
한편, 유엔기후변화협약의 보고서는 돌아오는 11월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리는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yevi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