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24일(목)

직접 모으고, 어려울 때 쓰고… 스스로 ‘재정 기반’ 만들어요

늘어나는 공익 분야 공제회

스페인의 ‘몬드라곤’은 7만여명의 직원으로 구성된 협동조합의 대명사다. 60년 전 가스난로 공장에서 시작된 이곳이 연매출 18억원의 거대 경영체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노동인민금고(Caja Laboral)’의 역할이 컸다.

노동인민금고는 조합원들에게 저축 수단을 제공하고, 협동조합에 투·융자로 자금을 공급했다. 스페인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속하는 이 은행의 자산 규모는 247억2500만 유로(2014년 기준)로 우리 돈으로 30조원이 넘는다. 1967년 설립된 ‘라군아로(Lagun-Aro)’ 공제협동조합도 협동조합에게 의료 및 공제 혜택을 제공하면서 조합원들의 사회보장을 책임지고 있다.

지난달 4일 한국에도 재정난을 겪는 조직들의 숨통을 트여주는 ‘사회적기업연대공제회’가 출범했다. 이는 2014년 9월부터 함께일하는재단과 한국수출입은행,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가 운영해오던 ‘사회적기업연대공제기금’이 ‘사회적기업연대공제회’로 독립한 것이다.

지난 4일 ‘사회적기업연대공제기금’이 100호 기업 가입을 기념하며 ‘사회적기업연대공제회’로 독립 발족했다. /함께일하는재단 제공
지난 4일 ‘사회적기업연대공제기금’이 100호 기업 가입을 기념하며 ‘사회적기업연대공제회’로 독립 발족했다. /함께일하는재단 제공

국내 인증 사회적기업은 1300여개. 이들의 매출은 2007년 464억원에서 2011년 5212억원으로 10배 이상 성장했으나, 상위 10%에 해당하는 사회적기업 63개가 전체 매출액의 약 54%를 차지한다. 또한 평균 당기순이익은 9000여만원에서 1100만원으로, 영업이익은 6000여만원에서 -1만4000여만원으로 감소했다(2012년 사회적기업실태 조사 총괄 보고서,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정부 지원이 종료되면서 도산하거나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고민에서 공제회가 만들어진 것이다.

사회적기업연대공제기금은 (예비)사회적기업이 직접 부금(賦金)을 납부해 스스로 형성한 재원으로, 가입 기업이 자금 조달 등의 어려움을 겪을 때 긴급 대출을 통해 안정적인 경영 활동을 돕는 기금이다. 해당 기금은 지난해부터 한국수출입은행이 시드머니 1억원을 지원하면서 시작했고, 함께일하는재단이 시범 운영해왔다.

윤영주 함께일하는재단 책임매니저는 “사회적기업은 조직 형태, 매출 규모 등의 이유로 금융권으로부터 차입이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지원금에 의존하기보다 직접 기금을 모아 서로 협력하며 ‘자립 기반’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고 했다.

지금까지 가입한 사회적기업은 100곳이 넘으며, 약정 월부금 규모는 약 6000만원, 자산 규모는 6억3000만원으로 1년 만에 급성장했다.

사회적기업연대공제회 가입자는 납부한 부금 총액의 최대 5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연 2~3%의 저이율로 대출받을 수 있다. 무담보지만 대출 금액에 따라 회원들의 ‘추천서’가 필요하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기금을 만들기 위해서다. 지난 1년간 대출은 총10건, 약 1억1000만원 규모가 실행됐다.

1호 대출 기업인 ‘떡찌니’는 사업 확장에 따른 부지 마련 계약금의 일부를 대출금으로 충당했고, 장례 서비스 전문 기업인 ‘한마음F&C’는 공제기금 대출을 통해 초도 물품을 마련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사회적기업 취약 계층 종사자를 위한 소액 대출사업도 시작했다. 학자금, 의료비, 혼례비, 전월세 보증금 등 긴급자금이 필요한 경우, 1인 최대 500만원까지 무이자로 대출이 가능하다. 앞으로는 상해 보험공제 등 취약 계층 종사자에 대한 복지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한편, 사회복지사 처우 문제 해결을 위한 공제회 역시 4년 전부터 운영되고 있다. ‘한국사회복지공제회’는 지난 2011년 ‘사회복지사 등의 처우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2012년 출범한 조직이다. 사회복지사, 보육교직원, 조리사, 시설관리인 등 사회복지 법인 및 시설 종사자,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른 요양기관 등을 대상으로 장기저축급여, 사회복지종사자 상해보험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2013년 7월부터 시행된 ‘정부 지원 단체상해공제’는 사회복지 종사자 1인당 연간 1만원의 비용(보험금의 50%)으로 최대 3000만원까지 업무 및 일상생활 중 발생하는 상해사고로 인한 의료비용을 보장받을 수 있다.

나머지 50%는 정부에서 지원한다. 계약직 종사자도 가입이 가능하며, 다른 보험 대비 최대 80%내외 저렴해 사회복지 종사자들 사이에도 만족도가 높다.

10년 경력의 늦깎이 사회복지사 황준철(가명·48)씨는 겨울철 집안 일손을 돕다가 골절을 당했지만, 130여만원의 보상금을 받을 수 있었다. 황씨는 “직장에서는 비정규직이라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없었는데 공제회 덕분에 매우 도움이 됐다”면서 “이번 사고를 계기로 사회복지사로 일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게 됐다”고 했다.

어린이집 운동회에서 사고를 당했던 사회복지사 권진만(가명·44)씨도 “보험 혜택이 아닌 사회복지사로서 보호를 받는 것 같아 든든했다”고 말했다. 조성철 한국사회복지공제회 이사장은 “국가의 상해보험료 지원은 복지사회 발전을 위해 헌신하는 사회복지 종사자의 공익 활동에 대한 당연한 보상” 이라고 강조하며 공제사업에 더 많은 참여를 당부했다.

(관련 문의: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공제사업단 02-6925-3678, 한국사회복지공제회 02-3775-88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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