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서울 약자동행 포럼’ 개최
각국의 약자동행 정책 사례 공유
“노력했지만 운이 안 좋아서, 혹은 환경이 받쳐주지 않아서 부에 이르지 못한 사람도 같이 누릴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그것이 나라가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7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아트홀 2관에서 개최된 ‘2024 서울 약자동행 포럼’에서 민선 8기 시정 철학으로 내세운 ‘약자와의 동행’을 추진하는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날 포럼은 ‘약자동행, 같이의 가치를 더하다’를 주제로 세계 주요 도시의 약자동행 정책과 활동 사례를 공유하고 발전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에는 김현기 서울특별시의회 의장, 김현훈 서울특별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등을 비롯해 샘 리처드 펜실베니아주립대학교 사회학 교수, 메이 리 로투스 미디어 하우스 대표 등 국내외 시장단과 석학, 민간 활동가들이 참석했다.
이어 한류 연구학자인 샘 리처드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교 사회학 교수가 ‘동행 없는 사회의 위험성과 한국의 이점’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했다. 리처드 교수는 30여년간 인종·문화 분야 연구와 강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세계 최대 규모의 인종·문화교육채널인 ‘SOC119’ 운영으로 2018년 에미상을 받았다.
리처드 교수는 “사람들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가장 눈여겨봐야 할 것은 경제적 불평등이며 빈부격차는 다양한 문제를 수반한다”라며 “핵심은 국민들이 정부에 대한 신뢰와 확신이 깨지는 것에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특히 청년들 사이에서 ‘내 집을 살 수 없을 거야’, ‘부모세대만큼 잘살 수 없을 거야’라는 우려가 만연하다”면서 이를 눈여겨보고 해소할 것을 주문했다.
리처드 교수의 발표 이후 염재호 태재대 총장을 좌장으로 오 시장, 샘 리처드 교수, 미국의 저널리스트인 메이 리 로투스 미디어하우스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특별대담이 진행됐다.
아시아계 메이 리 대표는 미국에서 겪은 차별과 극복 과정을 공유하며 도시 정부가 다양한 문화와 세대를 이해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것을 제안했다. 이와 함께 사회적 약자 지원 정책 등을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샘 리처드는 “평범한 시민들과 사회문제를 함께 해결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호응했다.
서울시의 약자 동행 정책도 소개됐다. 대표적인 것이 ‘희망의 인문학’과 ‘온기창고’다. 희망의 인문학은 소외계층에게 인문학과 역사 교육 등을 제공해 삶의 의지를 다지도록 돕는 프로그램으로, 지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시행되다 2022년 다시 부활했다.
온기창고는 생필품이 진열된 ‘쪽방촌 특화형 푸드마켓’으로, 쪽방촌 주민들이 줄서기 없이 적립금 한도 내에서 물품을 구매할 수 있는 사업이다. 오 시장은 “소소하지만 생활 밀착형 정책들이야말로 시민들의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해외 주요 도시의 약자동행 정책 사례도 공유됐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켈리 디어만 장애 및 노인복지부 사무국장이 나와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를 소개했다. 지역 내 고령자와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전화상담 및 대면 서비스를 일원화해 하나의 정보뿐만 아니라 주택, 금융, 식품 등 이용가능한 자원을 통합적으로 안내하는 것이 차별점이다.
일본 요코하마의 사례도 주목받았다. 아와야 시라베 요코하마 건강복지국 고령건강복지 부장은 요코하마가 고령화 인구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통합 케어 시스템’을 추진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요코하마 내 약 150곳의 지역 케어 플라자(Community Care Plazas)에서 고령자뿐만 아니라 어린이, 청년, 장애인 등 모든 연령대와 배경의 사람을 대상으로 상담과 지원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개인 건강 데이터를 활용한 예방치료 서비스도 도입하고 있다. 운동, 영양상태 등과 관련된 건강 데이터와 당뇨병, 심부전 등 병력 관련 의료 데이터 등을 활용해 허약(frail) 노인 또는 허약 위험 노인을 식별하는 것. 이중 위험군에게는 예방치료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노인 대상 사회참여 활동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자원봉사 활동을 하는 노인은 하지 않는 사람에 비해 장기요양 위험이 40%나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에 따른 것. 코디네이터가 참가자의 경험, 기술을 토대로 자원봉사 활동을 추천하기도 한다.
오 시장은 이날 포럼에서 “불평등과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며 팍팍한 시민의 삶을 보듬고 도시 경쟁력도 높이기 위해서 약자와의 동행은 필수 가치”라며 “더 많은 세계 도시들이 약자동행에 함께 참여하게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oil_lin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