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공공기관 사회공헌 포럼
“기업의 가치를 평가할 때 사회적 책임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공공기관 또한 사회적 가치 창출을 해야 한다는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2024 공공기관 사회공헌 포럼에서 한우재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ESG 시대가 도래하면서 공공기관도 사회적 가치 창출을 외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공공기관에 사회적 책임을 묻는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 3월 발표한 2024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기부·봉사활동 등 지역사회와의 상생·협력을 위한 노력과 성과’가 세부 평가 항목으로 신설됐다.
지난 14일,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호텔에서 ‘2024 공공기관 사회공헌 포럼’이 열렸다. ‘지역상생을 위한 공공기관 사회공헌 활성화’를 주제로 정부의 사회공헌 정책 방향을 공유하고 공공기관의 사회공헌 추진 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사회복지협의회가 주관한 이 행사에는 공공기관의 ESG 및 사회공헌 관계자 120여명이 참석했다.
김성이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회장은 “어느 때보다도 사회적 가치와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면서 “그럴수록 공공기관과 기업들이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력해 어떻게 사회적 공헌을 할 것인지 함께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성격과 지역 고려한 사회공헌 전략 필요해
기조 강연을 맡은 이재혁 고려대 교수는 “민간 기업 중심으로 논의되던 지속가능성과 ESG 경영 개념을 공공기관까지 적극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SG를 무시하고 이윤 창출에만 목매는 기업은 오래갈 수 없듯, 공공기관 또한 ESG와 사회공헌을 할 때 기관의 지속가능성이 확보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재혁 교수는 “기업마다 ESG 경영 정도를 평가하는 기준이 다르다”며 “300여개의 공공기관도 마찬가지로 사회공헌을 하나의 지표로 평가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기관은 각각의 설립 목적을 고려해 어떤 활동이 기관과 국민과의 접점을 넓힐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며 “기관의 존재 이유와 연계된 사회공헌 활동을 마련하고 이를 공공기관 평가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실제로 기업의 경우 ESG 등급을 매길 때 산업별로 항목별 비중이 다르다. 예시로 애플, 삼성과 같은 IT 기업은 ESG 평가 중 환경 평가 비중이 21.9%지만, 은행은 12.9%에 불과하다. 금융사에는 ‘제품 제조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탄소를 배출했냐’보다 ‘얼마나 철저하게 고객 개인정보를 지키고 데이터 접근성을 높였나’라는 사회적 책임이 더 중요한 평가 항목이기 때문이다.
이어 김민주 보건복지부 사회서비스정책과 서기관은 “인구구조가 변하면서 사회서비스의 수요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먼저 저출생 고령화 및 1인 가구의 증가로 공공 돌봄의 중요성이 커졌다. 이에 사회서비스 분야 취업자 수 및 고용 비중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범정부 사회서비스 예산은 22.2조에 달할 정도로 지속적인 양적 성장을 했지만, 한계도 뚜렷하다.
김민주 서기관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 사회서비스 취약 지역이 발생해 지역 간 격차가 커지고 있다”며 “또한 사물인터넷(IoT), AI 등 IT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이를 사회서비스 분야에 적용하고 있지는 못하다”고 꼬집었다.
한우재 숭실대 교수는 특별강연에서 공공기관이 전략적으로 사회공헌을 하려면 기관의 비전뿐 아니라 지역사회의 니즈를 분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구체적으로 UN의 지속가능개발목표(SDGs)를 기반으로 기관의 목표를 설정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한우재 교수는 “목표를 설정한 다음, 우리 지역사회가 어떤 문제를 마주하고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며 “지역 사회공헌센터의 노하우와 네트워크를 활용해 사업 전략을 수립하는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회공헌을 수행한 뒤엔 사업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해 성과를 공유할 것을 제언했다.
우수 사회공헌, 업(業)과의 연계성에 주목하라
이어진 세션에서는 공공기관들의 사회공헌 우수 사례들을 공유했다.
공공기관이 지역의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aT좋은이웃들’ 사업이다. 김서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ESG경영부 차장은 “전남 지역의 민관 네트워크를 구축해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했다”고 했다.
전남 나주 혁신도시에 자리 잡은 aT는 2017년부터 한국사회복지협의회와 연계해 복지 사각지대 상시 발굴 체계를 마련하고, 이들에게 유기농쌀 등 친환경 농산물로 구성된 꾸러미를 전달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이 사업에 전남사회복지협의회 및 11개 시군구의 2874명의 봉사자가 참여했으며, 624건의 소외계층을 발굴했다.
한전 MCS도 업(業)의 특성을 살려 전기 검침원을 통해 위기가구를 발굴하고 고독사 예방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전기 검침원이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주민들을 찾아내면 지자체와 연계해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위기가구에 반찬 등 생필품을 전달하는 구조다.
조상훈 한전 MCS 총무부 차장은 “회사의 자산과 기술을 이용해 다중이용시설의 불법촬영카메라 탐지 활동도 2022년부터 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지역사회 범죄 예방에 기여했다”고 말했다.
327개의 공공기관, 서로 같아선 안된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최현선 명지대 교수가 공공기관 경영평가 방식을 안내하며 보고서를 작성할 때 절차와 결과에 다양성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사람이 평가하는 만큼, 다른 기관과 비슷한 보고서는 낮은 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현선 교수는 “돼지국밥과 나주곰탕을 끓이는 방법이 서로 다르듯, 기관마다 해야 할 일도, 성과도 달라야 한다”며 “사회공헌 사업의 절차와 결과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으면 서로 유사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공성의 성과도 보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현선 교수는 “공공성을 다룰 땐 사회공헌에 들인 투자뿐 아니라 결과도 필요하다”며 “단순히 몇 개 기관을 지원했다는 사실 외에 해당 기관의 반응까지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yevi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