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22일(일)

“살인적 폭염, 인류의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인재'”

최근 북미와 유럽, 중국 등에서 발생한 폭염이 인류가 유발한 기후변화로 인한 현상임을 확인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25일(현지 시각) 영국과 네덜란드 등 다국적 기후 연구자 모임인 세계기상특성(WWA)은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지구온난화 탓에 올여름 폭염이 더 악화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WWA 소속 과학자들은 12가지 기후 모델을 활용해 산업화로 지구에 온난화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가정 하의 예상 기온과 실제 이번 달 기온을 비교했다. 그 결과 기후변화가 아니었다면 이달 중국이 겪은 극단적인 폭염은 250년에 한 번꼴로 일어났을 법한 드문 일이고, 미국·멕시코·남유럽의 폭염은 사실상 아예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위에서부터)미국·멕시코, 남유럽, 중국의 이달 기온(왼쪽)과 산업화로 지구온난화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가정하의 예상 기온. 이달 1일부터 18일까지 미국·멕시코·남유럽·중국의 하루평균 최고기온은 26~40도였는데, 지구온난화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가정할 경우 일평균 기온은 최대 10도에 불과했다. /세계기상특성(WWA)
(위에서부터)미국·멕시코, 남유럽, 중국의 이달 기온. 왼쪽은 이달 1일부터 18일까지 일 최고기온의 평균, 오른쪽은 산업화로 지구온난화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가정 하의 하루 평균 예상 기온이다. /세계기상특성(WWA)

구체적으로 이달 1일부터 18일까지 미국·멕시코·남유럽·중국의 하루 평균 최고기온은 26~40도였는데, 지구온난화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가정할 경우 일평균 기온은 최대 10도에 불과했다. 연구진은 보고서에서 “기후변화가 없었다면, 현재 폭염을 겪는 지역은 훨씬 시원했을 것”이라며 “전 세계가 화석연료 사용을 신속히 중단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이상기후 현상은 더 흔해질 것이고, 세계는 장기적인 폭염을 겪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산업화 전보다 지구 기온이 2도 더 오르면, 2~5년마다 한 번씩 살인적인 폭염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16일 미국 캘리포니아의 사막 지대인 데스밸리와 중국 북서부의 기온은 50도를 넘어섰다. 미 국립해양대기관리국(NOAA)은 올해 7월이 역사상 가장 더운 달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구진은 미국에서만 1억명 넘는 사람이 폭염의 영향을 받았고, 멕시코에서는 폭염으로 200명 이상 사망했다고 분석했다.

이번 보고서의 공동 저자인 프리데리커 오토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그랜섬연구소 선임 강사는 “인류가 언제 화석연료 사용을 그만둘지 모르기 때문에 미래의 ‘뉴노멀'(새로운 기준)이나 ‘뉴익스트림'(새로운 극단 현상)이 무엇이 될지 알 수 없다”고 우려했다.

김수연 기자 ye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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