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노힘찬 민트컬렉션 대표
“패션 산업은 연간 100억t 이상의 탄소를 배출하지만, 산업 전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는 전혀 관리되고 있지 않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확한 측정’부터 해야합니다. 의류의 발생부터 재사용까지 데이터를 측정해 의류폐기물 문제를 해결하고자 합니다.”
지난 20일 서울 서대문구 민트컬렉션 사무실에서 만난 노힘찬(34) 대표는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던 패션산업에도 디지털 전환이 필요하다”며 “의류의 생산부터 판매, 재사용 과정에서 데이터 정보를 기록하면 버려지는 의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20년 설립된 민트컬렉션은 옷에 대한 정보가 담긴 디지털 라벨링 기술로 의류의 재사용를 촉진하는 순환 패션 플랫폼이다. 2021년엔 약 2만벌의 의류를 회수해 1억5000만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지난해 9월부턴 패션산업의 디지털화를 위해 옷에 디지털 정보를 결합한 라벨 ‘민트 아이디(MINT-ID)’를 도입했다.
-패션 산업의 가장 큰 문제가 뭔가?
“기업에서 의류를 100벌 생산하면 30벌 정도만 판매된다. 이후 70벌은 아울렛 판매나 기부를 통해 해결되지만, 그럼에도 남는 옷들은 결국 소각된다. 이렇게 매년 330억벌의 옷이 폐기되고 있다. 브랜드 측에서는 가치 보존 등의 문제로 버려지는 의류 문제에 대해 나서지 않아 의류 순환 과정이 정확히 측정조차 되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잘 측정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그간 패션업계는 버려지는 의류량을 일일히 파악하는게 현실적으로 어려워 손대지 못했다. 때문에 데이터 측정을 통한 전 과정 관리가 중요하다. 민트컬렉션은 민트 아이디를 개발해 소비자에게 상품의 재판매·정품 여부와 환경 이력 등에 대한 데이터를 제공한다. 특히 옷을 구매할 때 구구절절 설명하면 좋아하는 소비자는 없다. 소비자가 휴대폰 등으로 직관적인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민트아이디를 통해 순환된 의류는 얼마나 되나?
“현재까지 2만2000벌의 옷이 회수됐다. 한벌당 무게를 평균 3.7kg로 환산하면, 약 81t의 의류가 버려지지 않고 재사용됐다는 뜻이다. 전체 발행량 중 5%정도가 회수됐는데, 전체 물량이 순환되면 약 1620t에 달하는 의류폐기물의 발생을 막을 수 있다.”
-물량 확보는 어떻게 하고 있나?
“민트컬렉션은 철저한 보상을 통해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 중고 의류는 쓸모가 없어진 의류가 아니라는 점을 제휴사와 소비자에게 알려줘야 한다. 중고 의류의 상태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겠지만, 최초 구매가에 10~40% 수준의 보상을 드리고 있다. 소비자분들의 경우 자신이 입지 않게 된 의류를 편하게 보낼 곳이 있고, 보상까지 얻을 수 있으니 매우 좋아하신다.”
-제휴사를 확보할 때 어려움은 없었나?
“중고 시장에 유통되면 이미지가 훼손될 거라는 우려를 표한 기업도 있었다. 하지만 세컨드핸드(Second-hand)시장은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의 하나다. 중고 의류 시장에서 브랜드를 접하는 소비자에게 “이 브랜드는 환경을 생각하는 곳”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패션 기업이 마케팅에 거액의 비용을 지급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현재는 80개가 넘는 브랜드와 제휴를 맺고 있다.”
-작년 12월엔 ‘패션-탄소 발자국 계산기’를 시연했다.
“의류 순환으로 만들어낸 환경 성과를 측정하려면 탄소 배출량 데이터가 필수다. 기존에는 미국의 중고 의류 플랫폼 ‘스레드업(Thread Up)’의 탄소 발자국 계산기를 사용했다. 하지만 한국과 미국의 산정 기준이 달라 국내에 완전히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탄소중립연구원과 협업해 국내 섬유산업 데이터를 활용한 전 과정 평가 기법을 개발했다. 섬유를 소재별, 중량별로 구분해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량을 계산할 수 있다. 올해 안으로 정식 출시할 예정이다.”
강다현 청년기자(청세담14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