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국가·사회공헌도 순위
연구개발투자 많이 한 SK하이닉스 일반인과 전문가 모두에게 좋은 평가
1만1618명 정규직 채용한 이마트 일자리 공헌도 가장 많이한 기업
전년 대비 공헌 순위 가장 높아진 기업 일반인은 두산·전문가 케이티스 꼽아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와 한국기업공헌평가원이 10대 산업별 기업의 국가·사회공헌도 분석 결과, 전자 부문은 삼성전자, 자동차는 현대자동차, 화학 분야는 LG화학, 금속은 포스코, 통신업은 KT, 건설업은 현대건설, 도매는 롯데쇼핑, 운송업은 대한항공이 지난해에 이어 최우수 공헌 기업으로 꼽혔다. 전자 산업에서는 삼성전자가 온실가스 저감 부문을 제외한 모든 영역에서 선두를 차지했고, 자동차 산업에서는 현대자동차가 외화가득(수출액) 부문을 제외한 9개 영역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한종수 이화여대 경영대 교수는 “거의 모든 산업에서 1, 2등과 3등 이하 기업 간 격차가 크게 나타났다”면서 일부 대기업의 공헌도 집중 현상을 지목했다.
◇한국을 이끈 산업은 전자와 자동차… 산업별 공헌도 편중 심해
국내 주요 10대 산업 중에서 국가·사회공헌도가 가장 높은 산업은 전자, 자동차 부문으로 나타났다. 2012년 각 산업의 최고 성과를 100점으로 설정한 후, 2013년 항목별 공헌도를 분석한 결과 전자(113.27점)와 자동차(77.27점)가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난 것. 이하 7개 산업인 유통(36.45점), 화학(32.72점), 금속(25.34점), 통신(18.35점), 전기가스(17.41점), 건설업(17.03점), 운송(15.49점), 식음료(14.73점)는 40점 미만의 낮은 공헌도를 기록했다.
부문별로는 통신 산업의 경우, 매출액 부문에서는 10개 산업 중 9위를 기록했지만 사회 및 환경 공헌도에서는 자동차 산업을 제치고 2위에 올랐다. 또 매출액으로 다섯째 산업인 금속업은 국가경쟁력(특허 건수·연구개발 투자) 공헌도에서 화학 및 유통업을 누르고 3위를 차지했다. 전년 대비 산업별 공헌도가 크게 오른 전자(+20.73점)를 제외하고는 자동차(-3.18점), 건설(-1.16점), 금속(-2.97점), 운송(-0.35점), 통신(-1.55점)업 등 거의 모든 산업의 공헌도가 1년 새 하락했다. 10대 산업에서 전자·자동차 산업이 차지하는 매출액 비중이 42%, 연구개발 비중이 75%, 법인세 비중이 50%에 달할 정도로, 우리나라를 이끄는 최대 산업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상규 경희대 경영학부 교수는 “2001년 이후 14년간 산업별 공헌도 추이를 분석해 보니 통신산업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고, 금속·건설산업의 공헌도도 2008년 이후 감소하는 추세”라며 “전자·자동차 부문처럼 향후 신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새로운 산업을 개발하고 연구 지원을 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또 전년 대비 국가·사회공헌도가 거의 전 부문에 걸쳐 고르게 증가한 화학, 유통업을 향후 기대산업으로 꼽았다.
◇SK하이닉스·이마트 공헌도 ‘껑충’… 희비 엇갈린 기업들
이번 조사에서는 부문별로 기업들의 국가·사회공헌도가 엇갈리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공헌도가 높아진 기업으로는 SK하이닉스, 이마트, 네이버, 한국가스공사가 눈에 띄었다. SK하이닉스는 매출원가율(수익을 올리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64.39%) 부문 1위를 차지해 비용 대비 수익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분석됐고, 매출 대비 연구개발 투자액(8.38%) 공헌도에서도 삼성전자(8.37%)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한승수 고려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가·사회공헌도가 대기업에 유리하게 평가된다는 지난해 피드백을 반영, 매출원가율을 추가 분석해 보니 비용 대비 수익성이 높은 중견 기업들이 상위권에 나타났다”면서 “그 결과 연구개발·시설 투자를 아끼지 않은 SK하이닉스가 일자리 창출을 중시하는 일반인과 가치 창출(매출액)을 중시하는 전문가 모두에게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분석했다. 일자리 창출 부문에서는 이마트의 공헌도가 전년 대비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하도급 인력 1만여명을 정규직으로 대규모 채용하는 등 1년 새 고용 인원을 1만1618명 늘린 효과”로 분석했다.
반면,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공헌도가 급감했다. 지난해 자동차 및 운송장비 제조산업 중에서 기부금, 온실가스 절감 부문 1위 및 외화가득(수출) 부문 2위를 차지했던 삼성중공업이 올해는 3위권 내에서 모습을 감췄기 때문. 수출액으로 기아자동차, 현대중공업을 앞섰던 대우조선해양도 두 기업에 순위를 넘겨줬다. 조선업의 불황이 공헌도에 반영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수출 및 연구개발 투자가 높은 한진해운 역시 해운업의 경기 침체로 전체 공헌도 순위가 하락한 모습이었다. 지난해 적자로 인해 납부할 세액이 없었던 KT는 국가재정 공헌도(법인세) 부문에서 나이스정보통신에 3위를 내줬다.
외화가득 공헌(수출액) 부문에서는 11~20대 기업들이 성장세를 보였다. 순매출액 1위는 158조원을 달성한 삼성전자가 차지했지만, 매출 대비 수출의 비중을 분석한 결과 대우조선해양, LG디스플레이, 삼성중공업이 1~3위로 나타났기 때문. 10대 기업 중에서 수출액이 증가한 곳은 삼성전자와 S-OIL 두 곳에 불과한 반면, 11~20대 기업의 외화가득 공헌도는 전년 대비 대폭 상승(123%)해 수출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음을 드러냈다.
◇사회·환경 공헌도 순위 변동 심해
경기 침체가 지속된 올해는 기업들의 기부금 등 사회·환경공헌도가 급변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네이버는 1년 새 기부금을 903억원 늘려, 지난해 이 부문 7위에서 올해 3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337억원을 기부한 CJ제일제당(7위)과 251억원을 기부한 기아자동차(9위)는 지난해보다 4단계 상승한 반면, 2012년 840억원을 기부했던 현대중공업(8위)은 1년 새 553억원을 줄여, 4단계 하락했다. 삼성중공업·강원랜드·현대제철은 올해 기부금 10위권에서 모습을 감췄다. 이는 기업들이 기부금을 여론 악화를 막기 위한 방편으로 활용하거나, 경영 환경에 따라 사회공헌 규모를 매년 바꾸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환경공헌도(온실가스저감량) 역시 기업별로 전년 대비 증감 폭이 컸다. 지난해 이 부문 7위였던 S-OIL은 74만46t에 달하는 온실가스를 감소시켜 올해 1위를 차지했다. LG전자(31만2205t), 코오롱인더스트리(8만1308t), 삼성물산(7만95t)이 그 뒤를 이었다. 지난해 온실가스 저감량 1위였던 삼성전자는 올해 10위권에서 이름을 감췄고, 대신 현대차·삼성SDI가 새롭게 10위권에 진입했다. 한승수 교수는 “2015년부터 시장에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가 시작되기 때문에, 각 기업의 환경공헌 목표가 화두로 떠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한국기업공헌평가원은 전년 대비 국가·사회공헌도 순위가 가장 높아진 기업을 ‘공헌도 개선 기업’으로 분류했다. 그 결과, 매출액 1~50대 기업 중에서 공헌도 개선이 가장 높은 기업으로는 두산(일반 국민 관점)이 꼽혔다. 전년 대비 기부금이 359% 증가한 네이버가 2위, 법인세 증가율이 256.3%에 달한 한국타이어가 3위를 차지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매출액과 법인세 증가율이 높게 나타난 KT그룹의 마케팅 전문 중견 기업인 케이티스를 공헌도 개선 기업 1위로 꼽았다. 매출액 51~100대 기업 중에서는 매출원가율을 감소시킨 성신양회와 서울반도체가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