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5일(월)

여성 난민에게 더 가혹한 겨울… 월드비전, ‘추위 속 난민’ 보고서 발간

들뜬 분위기의 연말이지만, 난민 여성 가구주와 이들 자녀는 어느 때보다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경제 활동이 어려워 난방용품도, 식량도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월드비전은 27일 중동과 우크라이나 난민 여성 가장의 취약성에 대해 조사한 보고서 ‘혹독한 추위 속의 난민(Out in the Cold)’을 최근 발간했다고 밝혔다. 월드비전은 가구주의 성별이 해당 가족의 취약성을 어떻게 약화시키는지 조사하기 위해 초점 집단 인터뷰를 진행했다. 시리아, 아프가니스탄과 우크라이나에서 타국으로 피란을 떠나거나, 해당 국가 안에서 고향을 떠나 살고 있는 실향민 여성 가구주를 대상으로 했다.

월드비전 ‘혹독한 추위 속의 난민’ 보고서. /월드비전
월드비전 ‘혹독한 추위 속의 난민’ 보고서. /월드비전

여성 세대주 가정은 생필품과 난방용품의 가격 상승, 사회적 편견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엘리노어 몬비엇 월드비전 중동·동유럽 지역 총괄책임자는 “중동에서는 특히 여성의 경제활동 자체가 문화적 규범에 맞지 않기 때문에 여성 가장이 소득을 창출하기는 쉽지 않다”며 “난민 캠프나 폐쇄된 지역사회에서는 상황이 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이들은 가정에서의 의무를 다하고 경제활동까지 하는 이중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월드비전은 여성이 가장 역할을 하는 가구들이 전례 없는 수준의 부채 부담을 떠안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에 미성년 자녀들을 아동 노동과 조혼 위험으로 내모는가 하면 음식 소비도 줄이고 있다. 극심한 한파 속에서 식량과 난방용품 중 하나를 택해 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건강도 점차 나빠진다. 아프가니스탄 바드기스 지역에 거주하는 한 실향민 여성은 “텐트가 낡아 전혀 단열이 되지 않는다”며 “지난해에도 실향민 캠프에서 아동 10명이 추위와 영양실조로 목숨을 잃었다”고 말했다. 엘리노어 몬비엇 총괄책임자는 “이들은 나무 땔감이나 전기, 가스가 없어 비닐봉지와 낡은 옷을 땔감으로 쓰고 있다”면서 “이는 가족의 건강과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고, 화재 위험도 증가시킨다”고 말했다.

의료시설에 접근에도 큰 어려움을 겪는다. 의료시설이 멀리 떨어져있는 데다가 마땅한 교통수단도 없기 때문이다. 의료시설에 갈 수 있더라도 높은 비용으로 인해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열악한 상황 속에서 여성 가장들은 정신건강에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되고, 이로 인해 때때로 자녀에게 신체적·정서적 폭력을 가하거나 방임한다.

월드비전은 여성 가구주에게 현금 지원을 제공할 것을 권고했다. 이밖에도 친환경 고체연료와 난방용품, 방한 의류, 담요 등 즉각적인 방한 대책 수립이 급선무이며, 여성들이 정신건강 지원서비스를 조기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명환 한국월드비전 회장은 “월드비전은 국제사회가 우크라이나·시리아·아프가니스탄의 여성 난민과 실향민 가구주의 혹한기 대응 지원을 강화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삶의 터전에서 도망쳐야만 했고, 지금은 아이들과 혹독한 추위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다”며 “이미 상상할 수 없는 트라우마를 겪은 이들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지은 더나은미래 기자 bloom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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