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조직의 건전성을 입증하기 위한 새로운 평가기준이 마련된다.
‘비영리조직 조직건전성 제3자 평가기준 공개초안’(이하 공개초안) 공청회가 25일 온라인으로 열렸다. 공개초안은 지난해 8월 발족한 ‘비영리조직 평가기준 제정위원회’(이하 제정위원회)가 약 1년간의 논의를 거쳐 완성한 내용이다. 제정위원회는 비영리·회계·법률·세무 분야 전문가 16명이 모여 구성한 민간 조직이다.
이번에 준비한 기준은 비영리조직 구성원이 아닌 제3자가 비영리조직을 평가할 때 사용된다. 비영리조직들의 신뢰도를 입증해 비영리 생태계에 선순환을 이끌어내는 것이 목적이다.
이날 공청회는 주요 비영리조직 관계자들에게 초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최종안에 반영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비영리조직 관계자 73명이 참석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눴다.
손원익 한국비영리학회장은 개회사에서 “우리나라와 같이 작은 정부를 가진 국가는 정부 정책만으로는 국민의 다양한 복지 수요를 충족할 수 없다”며 “이 같은 한계를 이제껏 비영리가 채워왔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비영리의 역할과 영향력은 더 크고 중요해질 것”이라며 “비영리조직의 건전성 확보는 생태계 발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첫 번째 발표를 맡은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전반적인 평가기준을 설명했다. 평가영역은 ▲거버넌스(경영과 관리) ▲조직의 목적과 이에 맞는 사업 ▲재정과 회계, 모금 ▲정보공개와 외부소통 등이다. 평가는 기본평가와 심화평가로 나뉜다. 기본평가는 대다수 비영리조직이 통과할 수 있는 기본적인 요건으로, 대부분 서류만으로 평가 가능하다. 심화평가는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조직에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이다. 전문위원이 현장 평가가를 통해 심층적으로 확인한다.
예를 들면 거버넌스 영역에는 기본평가와 심화평가 기준이 5개씩 있다. 기본평가 문항은 ‘정관에 따라 임원회를 개최하고 있는지’ ‘법정 보존문서를 보존기간까지 보관하고 있는지’ 등이다. 심화평가 문항은 ‘임원보수는 총회나 이사회에서 승인되는지’ ‘직원 처우는 관련 법령을 준수하고 있으며, 내부 교육 등 인재육성을 계획적으로 하고 있는지’ 등이 해당한다.
평과 결과에 따라 각 단체는 ‘코어’ ‘어드밴스’ ‘하이’ 중 한 가지 등급을 받게 된다. 등급에 따른 인증마크도 부여한다.
이어 배원기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외국의 사례와 우리나라에서의 적용’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번 공개초안은 미국의 BBB WGA, 일본의 JCNE, 필리핀의 PCNC 등 해외의 민간 평가 단체 사례를 참고해 완성됐다. 세 단체 모두 비영리조직을 대상으로 평가 업무를 수행하며, 점수를 매기는 방식이 아닌 패스·페일(Pass·Fail) 방식을 택하고 있다. 배원기 교수는 “점수를 부여하면 단체별 순위를 매기는 것으로 생각할 우려가 있어서 우리나라도 패스·페일 제도가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평가 요원으로는 일본과 필리핀처럼 NGO 전문 회계사,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외부 자원봉사자가 참여하는 방식을 검토 중이다.
단체들은 평가수수료와 인증마크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평가 수수료는 기본평가를 처음 받는 단체의 경우 총 수익이 1억원 미만이면 10만원, 1억원 이상~10억원 미만은 30만원, 10억원 이상~100억원 미만은 50만원, 100억원 이상은 100만원 수준으로 책정했다. 심화평가 가격은 기본평가의 2배다. 인증마크 사용료는 3년 동안 매년 지급할 경우 총 수익 1억원 이상~5억원 미만은 30만원, 5억원 이상~10억원 미만은 90만원 선이다. 1000억원 이상은 1200만원이며, 1억원 미만 단체는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현장에서는 평가 금액과 단체 분류 기준 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지정 토론자로 참여한 김미라 컴패션 경영지원실장은 “큰 단체와 작은 단체의 상황은 매우 다르다”며 “단체 규모에 따라 기준을 다르게 설정하는 등 단계별 접근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작은 단체에 불리할 수밖에 없는 기준을 모든 단체에 일괄 적용하고, 그 평가 결과가 다시 모금에 영향을 미쳐 소규모 단체의 모금이 잘 이뤄지지 않는 악순환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박동순 한국YWCA연합회 국장은 “모금액이 1억원인 단체와 10억원인 단체가 하나의 범주로 묶이기에는 규모의 차이가 너무 크다”며 “분류 기준을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종안은 올해 안에 확정될 예정이다. 이르면 올해 하반기 한국비영리조직평가원(KINE)을 설립하고 내년 상반기 평가 사업을 개시할 계획이다. 배원기 교수는 “이번 공청회에서 나온 다양한 분야 전문가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겠다”며 “건전한 감시를 통해 비영리 섹터의 발전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최지은 더나은미래 기자 blo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