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대학교 출신공익분야 CEO 5인 인터뷰
학교 슬로건은 ‘세상을 바꾸자’
강의실부터 자판기 컵까지 캠퍼스 곳곳에 쓰여 있어
창의력 솟는 ’10만원 프로젝트’
전공·학번 다른 학생 30명 팀 꾸려 매년 10만원 주고 자유 프로젝트 기획하게 지원
봉사활동은 필수과목
‘공동체 리더십 훈련 과목’ 3년간 들어야 졸업가능 매년 500여명 해외봉사
‘나무 심기 게임으로 환경 문제를 해결하겠다(트리플래닛 김형수 대표)’ ‘최고의 교육 봉사단으로 대한민국 교육 격차 해소에 앞장서겠다(티치포올코리아 최유강 대표)’ ‘전 세계 젊은 전문인들을 모아, 저개발국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겠다(엠트리 최영환 대표)’ ‘환경을 구하는 텀블러 캠페인으로 일회용 컵 사용을 줄이겠다(브링유어컵 김영준 대표)’ ‘나눔 문화 플랫폼을 지향하는 카페로 대중 속에 나눔의 가치를 전파하겠다(허그인 신성국 대표)’…. 이들의 공통적 목표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 또 다른 공통점은 ‘한동대 출신’이다. 경북 포항시 흥해읍 산속에 한동대가 세워진 지 20년째. 규모도 작고 역사도 짧은 이 대학 출신 중엔 왜 공익 분야 CEO가 많은 것일까.
◇공익 분야 CEO 키운 한동대의 독특한 교육 철학
기자가 만난 한동대 출신 비영리단체·소셜벤처 등 공익 분야 CEO 5인방은 모두 “한동대 슬로건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고 했다. 슬로건은 ‘WHY NOT CHANGE THE WORLD?'(세상을 바꾸자). 엠트리(M-tree) 최영환(34·한동대 언론정보·커뮤니케이션 전공 99학번) 대표는 “이 문구는 강의실, 기숙사, 심지어 일회용 자판기 컵에도 쓰여있다”면서 “교수님들의 가르침에도 내재돼 캠퍼스 생활 4년 동안 세뇌된 것 같다”며 웃었다. 아프리카·유럽·미국 등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그가 주목한 것은 저개발국의 양극화 문제였다. 2009년, 미국 뉴욕 맨해튼에 1인 비영리단체 엠트리를 세우고, 알음알음 청년들을 모았다. 2011년 여름엔 뉴욕, 파리의 미술가와 디자이너 등 21명과 함께 서아프리카 베냉 공화국에서 ‘브러시 위드 호프(Brush with hope·희망의 그림 그리기)’ 미술 교육을 진행했다. 태어나서 처음 붓을 잡아본 아이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그림은 독특하고 아름다웠다. 그는 뉴욕에서 전시회를 열었고 이 중 30%를 판매했다. 수익금은 다시 아프리카 아이들 교육 프로젝트에 쓰였다. 현재 엠트리의 전문 자원봉사자는 126명이다.
‘배워서 남 주자’는 한동대의 또 다른 모토는 교육 나눔으로 이어졌다. 하버드 케네디스쿨 총학생회장으로 당선되어 주목받았던 최유강(39·한동대 국제·통번역 전공 96학번)씨가 2011년 티치포올코리아를 설립한 것도 그 이유에서다. 최유강 대표는 “미국 유학 중 ‘티치포아메리카(Teach For America·이하 TFA)’의 영향력을 피부로 느끼면서 한국 교육 문제 해결에 올인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TFA는 하버드대, 예일대 졸업생의 18%가 지원하는 미국의 교육 봉사단으로, 2012년까지 3만여명이 참여해 저소득층 교육지원에 앞장서고 있는 비영리단체다. 티치포올코리아에서는 현재 하버드대, 서울대, 컬럼비아대, 연세대 등 국내·외 우수학교 봉사단 150명이 숭덕여고, 영화관광경영고, 여명학교 등과 협약을 맺고 방과 후 프로그램에서 아이들을 가르친다. 요즘은 매주 한 번씩 봉사자 및 연구원과 함께 북한에 대한 심층 스터디를 진행하고, 탈북 청소년을 위한 교육 캠프를 기획하는 등 통일 시대에 대비하고 있다.
◇리더로 성장하는 방법, ‘공동체’에서 배웠다
이들에게 영향을 준 한동대만의 특별한 교육은 ‘팀제도’다. 교수 한 명이 담임 교수가 돼 학생 30명을 1년 동안 돌보는 시스템이다. 멤버들은 모두 전공도 다르고, 학번도 다르다. 매주 한 번씩 모이기 때문에 친밀감도 남다르다. 학교에서는 매년 팀당 시드머니 10만원을 주고, 자유롭게 팀 프로젝트를 기획·실행하는 ’10만원 프로젝트’를 지원한다. 1년 동안 100개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셈. 봉사활동부터 창업까지 활동 분야는 다양하다. 신성국(29·한동대 국제관계·사회복지 전공 04학번)씨는 팀 프로젝트를 계기로, 지난해 말 서울시 마포구 합정역 근처에 카페 ‘허그인’을 창업했다. 신 대표는 “10명의 팀원과 ‘아름다운 선행 릴레이’를 진행했는데, 길거리 모금, 칭찬 릴레이 등 소소한 나눔 행사를 통해 300명에게 나눔 문화가 확산되는 경험을 했다”고 했다. 허그인에서는 나눔·사회혁신 단체가 대관할 때, 5분의 1가량 저렴한 비용을 받고 있다. 또한 재능 나눔을 실천하는 이들에게 보상(무료 음료·콘텐츠 제공 등)을 주는 멤버십 제도를 준비 중이다. 그는 “개그콘서트가 개그를 즐기는 문화를 만들었다면 나눔을 즐기는 공간과 문화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과 어울릴 수 있는 ‘공동체적 문화’는 기업 경영에도 도움이 됐다. 한동대는 재학생의 80%가 기숙사 생활을 한다. 1년간 팀으로 묶인 이들이 룸메이트니, 끈끈해지지 않을 수가 없다. 자연스레 공감 능력과 배려심이 키워진다. 주목받는 소셜벤처의 대표 주자인 트리플래닛의 김형수(27·한동대 언론정보·공연영상 전공 06학번) 대표는 “기숙사 생활에서는 멤버들이 가진 학문적 지식도 배울 수 있고, ‘상생’과 ‘배려’가 체화된다”고 했다. 트리플래닛은 스마트폰 게임을 통해 가상의 나무를 심으면, 실제로 나무를 심어주는 기능성 애플리케이션. 2011년에는 유엔사막화방지협약 공식 앱으로 선정됐고, 트리플래닛은 지금까지 전 세계 7개국에 나무 47만그루를 심었다.
◇나누면서 찾게 되는 새로운 비전, 세상을 밝힌다
과하다 싶을 정도의 ‘봉사활동’도 하나의 특징이다. 사회봉사활동은 교양필수과목으로 지정돼 있다. 전교생은 2학기 동안 사회봉사활동을 해야 한다. 팀 담당 교수의 지도 아래 다양한 봉사활동과 창의적인 팀 활동을 해야 하는 ‘공동체 리더십 훈련 과목’은 8학기 중 6학기를 들어야만 졸업이 가능하다. 덕분에 매년 학생 500여명, 전교생의 약 10%가 해외 봉사활동을 간다. 김영준(32·한동대 경영·국제지역학 전공 05학번)씨는 “봉사활동차 간 중동 지역에서 굶어 죽어가거나 쓰레기 더미 속에서 놀고 있는 이들을 보면서 돈을 많이 버는 걸 넘어 세상의 긍정적 변화까지 고민하게 됐다”고 했다. 졸업 후 외국계 벤처회사에서 1년간 일을 배운 후, 지난해 친환경 텀블러를 제작하고 판매하는 ‘브링유어컵’ 회사를 창업했다. 일회용 컵 줄이기 캠페인에 협력하는 매장은 고대·신촌 등 대학가를 중심으로 64곳, 판매된 텀블러는 4000여개 정도다. 그는 “중국에서 생산하면 원가가 반으로 줄어들지만 운송 과정에서 탄소 에너지를 배출하는 것은 친환경 기업 철학과 맞지 않아 모두 한국에서 생산하고 있다”면서 “텀블러 사용 문화가 전 국민적으로 확산되길 꿈꾼다”고 했다.
이들은 때로 외롭고 힘들지만 같은 방향을 향해 가는 선·후배가 있어 힘이 난다고들 한다. 분기별로 모임도 가진다. 이 포럼에는 공익분야 CEO뿐 아니라 영리 기업 대표들도 함께 모여 서로 돕는다. 카페포엠의 대표 박종우(26·한동대 건축 전공 08학번)씨가 대표적인 사례. 그는 한동대 재학 중인 후배들과 함께 폐컨테이너 박스를 재활용해 새로운 공간으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기부자들한테 하나의 특별한 경험을 제공해주자는 겁니다. 먼저 트리플래닛 게임으로 숲을 만듭니다. 그 옆에 버려진 컨테이너박스가 멋진 카페 공간으로 변신하고, 그 안에선 브링유어컵 텀블러를 들고 커피를 마시는 거죠. 카페 수익으론 숲을 관리한다면 선순환이 이뤄지지 않을까요?(박종우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