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트업의 성공은 단순한 기술력이나 아이디어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시대의 흐름을 읽고 시장 변화를 기회로 삼는 것이 필수적이다. 최근 인공지능(AI)이 모든 산업에 스며들었듯이, 향후 5년간 스타트업의 핵심 화두는 ‘인구테크’가 될 것이다. 인구테크란 인구구조 변화 속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발굴하는 개념으로, 식량전쟁, 기후변화, 헬스케어 등 사회문제를 정책적 해결을 넘어 스타트업이 혁신을 통해 직접 시장을 창출하는 접근 방식이다.
필자는 10년 전 대기업 연구원을 그만두고 창업을 결심하며 ‘스타트업’이라는 개념을 처음 접했다. 당시 생소했던 용어는 이제 누구나 아는 단어가 됐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스타트업이 방향을 찾지 못하고 좌초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 AI는 이미 현실…다음은 ‘인구테크’다
최근 인공지능(AI)은 전 산업에 깊숙이 스며들며 더 이상 미래의 기술이 아닌 현실이 됐다. CES 2024가 ‘ALL ON’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AI의 무한한 가능성을 조명했다면, CES 2025에서는 AI가 이미 산업 전반에 자리 잡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한국 스타트업들에게 AI가 본격적인 비즈니스 기회로 떠오른 시점은 언제일까? 불과 5년 전이다. 2019년까지만 해도 컴퓨터공학과 교수들조차 졸업생들에게 “AI 분야는 3D 업종(힘든 일)이 될 것”이라며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을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AI 관련 학과와 기업이 급증했고, 정부도 AI의 산업 전반 확산을 위해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이는 범정부 차원의 집중적인 노력이 뒷받침된 결과다. 물론 우리나라가 챗GPT, 딥시크 등 AI 관련 이슈 대응에서 미흡했다는 지적도 있지만, 단기간에 이루어진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DX)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이 컸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이제 AI에 이어 스타트업이 주목해야 할 핵심 키워드는 ‘인구테크’다. 인구구조 변화는 단순한 사회적 문제가 아니라 거대한 시장의 변화를 의미한다. 저출산, 고령화, 노동력 감소, 헬스케어, 지역 소멸 등의 문제는 기존 산업의 패러다임을 뒤흔들며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어낸다.
과거 인구 문제는 정부 정책으로만 해결해야 하는 과제였다. 그러나 이제는 스타트업이 기술과 혁신을 통해 직접 해법을 제시할 수 있다.
◇ 스타트업, ‘인구테크’에서 해법 찾아야
스타트업이 인구 문제를 비즈니스 기회로 전환하는 사례는 이미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AI 기반 헬스케어 스타트업은 고령층을 위한 맞춤형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원격 근무·자동화 솔루션을 개발하는 기업들은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고령층을 위한 돌봄 로봇, 맞춤형 건강관리 플랫폼, 노년층을 위한 금융·자산 관리 서비스 등은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혁신의 방식은 다양하다. 스티브 잡스는 기존 터치 인식 기술을 아이폰에 적용해 스마트폰 혁명을 이끌었다. 반면, 국내 한 스마트폰 제조사는 ‘접는(폴더블)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내놓기 위해 수십만 번의 실험 끝에 접어도 고장 나지 않는 터치 모듈을 개발했다.
이처럼 기존 기술을 새로운 방식으로 활용하는 혁신과, 전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혁신이 공존한다. 하지만 두 경우 모두 공통점이 있다. 명확한 목표 의식을 갖고 끊임없이 도전한 기업만이 혁신을 만들고, 시장을 개척했다는 점이다.
AI가 산업 전반을 변화시킨 것처럼, 인구 문제도 산업 구조를 바꾸고 있다. 스타트업이 여기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시장의 승자가 결정될 것이다.
필자는 앞으로 ‘인구테크’를 중심으로 스타트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성공 전략을 지속적으로 공유할 예정이다. 인구구조 변화 속에서 어떤 목표 의식을 가지고 시장을 개척할 것인지,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방법은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 보길 바란다.
김영준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혁신사업실장
필자 소개 대기업 수석연구원, 교수, 사업가, 투자사 부문대표 등 다채로운 경력을 통해 쌓은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지난 10년간 스타트업 스케일업 분야에 집중해 왔습니다. 20여 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3D프린팅 스타트업’, ‘하드웨어 스타트업’ 등의 저서를 통해 스타트업 성장 전략을 제시해 왔습니다. 아이디어 사업화 및 개방형 혁신 생태계 조성에 기여한 공로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을 2회 수상했으며,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 등을 수상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