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다양성이 파괴되면 중국, 말레이시아 등 개발도상국의 국가신인도가 급락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국가신인도란 한 국가의 외환보유액, 외채구조 등을 평가한 지표다. 국제 신용평가기관 스탠더드앤푸어스(S&P)·무디스·피치레이팅스 등은 국가신인도를 지수화 해 국가신용등급을 평가한다.
23일(현지 시각) 블룸버그는 케임브리지대 등 영국 4개 대학의 경제학자들이 발표한 연구를 인용해 “생태계 붕괴는 미국을 포함한 26개국의 연간 차입 비용을 530억 달러(약 68조8000억원)가량 증가시킬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경제학자들은 세계은행 시뮬레이션을 사용해 생태계 파괴가 26개국 재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 생태계가 무너지기 시작하면 조사 대상국 3분의 1 이상의 신인도가 3단계 이상 하락할 것으로 추산됐다. 중국은 지금보다 6단계나 하락할 전망이다. S&P 평가사가 지난해 발표한 중국의 국가신용등급은 ‘A+’로 ‘안전한’ 등급이다. 여기서 신용등급이 6단계 떨어지면 BB+로 ‘투자 부적격’ 대상에 해당한다. 연구진은 “중국 정부와 기업의 연간 추가 이자 부담이 각각 180억 달러(약 23조4000억원), 200~300억 달러(약 26조원~39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말레이시아도 7등급 하락하면서 매년 260억 달러(약 33조8000억원)를 추가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 말레이시아의 S&P 신용등급은 ‘A-’였다.
연구진은 “개도국 전체의 부채가 66조 달러(8경 5700조원에 달한다”며 “많은 국가가 심각한 채무 불이행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매튜 아가르왈라 케임브리지대 박사는 “자본가들만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니”라며 “국가가 재정위기에 처하면 정부와 국민 개개인은 더 많은 이자를 주고 돈을 빌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생물종 감소가 지금과 같은 상태로 지속해도 문제다. 연구에 따르면, 현 추세가 유지될 경우 2030년까지 중국과 인도네시아는 국가신인도가 두 등급씩, 인도와 방글라데시는 한 등급씩 하락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남아시아는 특히 기후위기 영향을 많이 받는다. S&P는 기후변화로 인한 남아시아의 경제적 위험이 유럽보다 10배 이상 크다고 밝혔다.
김수연 더나은미래 기자 yeo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