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서 서쪽으로 640㎞ 떨어진 산간 마을. 자동차로 23시간 걸리는 오지 마을에 모처럼 외부 손님들이 한자리에 모여 특별한 행사를 열었다. 국제 개발 NGO 로즈클럽인터내셔널이 지난 2019년부터 3년간 이어온 보건 의료 지원에 쓰던 의료 기자재들을 지역사회에 넘기는 이양식(移讓式)이다. 지난달 8일 로즈클럽인터내셔널은 코이카와 함께 민관 협력 사업 ‘네팔 티카풀 지역 보건의료 역량 강화 사업’ 종료를 기념하면서 2억2000만원 상당의 부동산과 의료 기자재를 티카풀병원 측에 이관하기로 했다. 이날 행사에는 코이카 네팔사무소장, 로즈클럽 프로젝트 매니저, 티카풀병원장, 티카풀 시장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이번 네팔 보건 의료 사업은 크게 의료·방역 장비 지원과 의료진 역량 강화 교육 등으로 이뤄졌다. 티카풀병원에 이양된 물품은 디지털 엑스레이(DR) 검출기, 마취기계 등을 포함한 47종에 이른다. 이 물품들의 소유권은 지난 12월 31일부로 티카풀병원으로 완전히 이전됐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는 티카풀병원과 티카풀시청, 티카풀 지역 12보건소에 선별 진료소와 격리 병상을 구축하고 산소 응집기 등을 포함해 총 1억700만원 규모의 방역 물자와 기자재를 지원했다.
의료진 역량 강화 교육에는 티카풀병원의 내시경 전담 의사와 간호사, 마취사 등 29명이 참여했다. 특히 영상의학 진단 자료를 데이터로 저장할 수 있는 ‘의료영상 저장 전송 시스템(PACS)’을 전수하기 위해 한국인 전문가가 현지에 직접 파견됐다. 이를 통해 티카풀병원 내 7개 진료과에 시스템을 연동하면서 협진 체계를 구축했다. 환자들의 진료 대기 시간은 줄어들고 의료진은 더 정밀한 판독과 진단을 통해 처방을 내릴 수 있게 됐다. 또 병원 중증 환자실 구축 교육(HDU&ICU), 병원 전 직원 대상 병원 폐기물 시설 관리 교육, 병원개발위원회 대상 병원 재정 건전성 구축, 의료보험 가입 보조금 지원 등의 활동도 수행했다.
주민 인식 개선 활동으로 여성 자원봉사자(Female Community Health Volunteer) 120명에게 3년간 모자 보건과 코로나 방역을 주제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렘 쿠마 라이 티카풀병원장은 “이번 사업을 통해 20만명의 주민에게 좀 더 향상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2차 지역 병원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며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에 신속하게 방역 물품을 지원해 준 덕분에 지역 확산의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광호 로즈클럽 네팔지부장은 “현지 의료진과 지역사회 리더들이 바통을 이어받아 의료 시스템과 인프라를 잘 관리해 나갈 수 있기를 기원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