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전자상거래기업 아마존이 미국 저숙련 노동자들의 임금·복지를 결정하는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아마존의 영향력이 유통업계를 넘어 노동시장 전체로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전역에서 기업들이 구인난에 시달리는 가운데 아마존이 사실상 대다수 저숙련 노동자들의 임금·복지를 결정하는 기준이 됐다고 7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아마존은 지난 9월 평균 시급을 18.32 달러(약 2만2000원)로 상향 조정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미국 연방의 시간당 최저임금 7.25달러(약 8520원)의 2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신입 직원에게는 수백 달러에서 수천 달러의 보너스도 지급하고 있다. 구인난이 심각한 미국 노동시장에서 근로자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다.
경쟁사들은 아마존을 따라잡기 위해 임금을 올리고 채용 광고비 지출도 확대하고 있다. 신시내티 인근의 농산물 유통업체 ‘캐스텔리니’는 지난해 임금을 세 차례 인상하면서 시간당 최저임금을 16달러(약 1만8800원) 수준으로 올렸다. 아마존이 지난 2017년 신시내티 국제공항과 항공 허브 개설에 15억 달러(약 1조7625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뒤 신시내티 지역에서 아마존의 영향력은 크게 확장됐기 때문이다.
노스캐롤라이나주 컴벌랜드카운티에선 이른바 ‘임금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물류업체 ‘UPS’와 대형 세계 최대 곡물기업 ‘카길’, 반려동물 사료 업체 ‘추이’ 등에서는 2018년 아마존의 임금 상승 이후 직원들의 줄퇴사가 이어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카길, 추이 등이 아마존에 직원들을 뺏기지 않기 위해 시간당 20달러(약 2만3510원) 수준의 임금을 제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마존은 올해 9월 말 기준 약 140만명의 고용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매년 신규 채용 규모만 수십만 명에 달한다. 이 때문에 아마존이 미국 최대 고용주인 월마트를 몇 년 내에 앞지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린 리저 포인트로마내저린대학 교수는 “구직자들이 기업별 근로 조건을 비교할 때 아마존을 기준으로 삼을 정도로 아마존의 임금과 복지는 미국 노동시장의 기준이 됐다”고 말했다.
김수연 더나은미래 인턴기자 yeo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