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국내외 기업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ESG 경영을 본격 도입하겠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ESG 경영을 통해 잠재 리스크를 파악하는 동시에 재무 지표를 뛰어넘는 무형 자산의 가치를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기업들은 ESG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자료를 쏟아내고 있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ESG 경영은 단기 성과를 낼 수 없는 장기전과 같다”고 입을 모았다. 조선일보 더나은미래는 기업별로 쏟아내는 ESG 이슈를 중간 점검하기 위해 국내 주요 그룹사 10곳의 ESG 경영 현황을 살펴봤다. /편집자 |
‘더불어 발전하는 기업시민.’
포스코그룹이 지난 2018년 선포한 경영이념이다. ‘기업시민’은 성숙한 시민이 사회 공동체에 기여하듯, 기업도 사회발전을 위한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주체가 되겠다는 의미가 담긴 개념이다. 올해 국내 기업의 화두로 떠오른 ESG 경영과 맞닿는다. 최근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이 발표한 ‘2021년 상장기업 ESG 평가’에서도 포스코와 포스코인터내셔널은 가장 높은 등급인 통합등급 A+를 획득했다. 이밖에 포스코케미칼과 포스코ICT, 포스코강판 등 3사는 통합등급 A, 포스코엠텍은 통합등급 B의 성적표를 받았다.
아시아 철강사 최초 ‘2050 탄소중립’ 선언
포스코는 KCGS의 ESG 평가에서 지난 2016년 통합등급 A+를 받은 이후 4년 연속 A 등급에 머물다가 올해 A+ 기업 목록에 다시 이름을 올렸다. 환경(E) 등급은 A, 사회(S)·지배구조(G) 부문은 A+이다. 특히 지난해 B+던 사회부문 등급이 A+로 두 단계 뛰어올랐다.
사회부문의 주요 활동은 ‘안전사고 제로화’ 경영이다. 포스코는 ▲‘생산우선’에서 ‘안전우선’ 프로세스로의 전환 ▲철저한 작업중지권 시행 ▲안전신문고 신설 ▲안전 스마트 인프라 확충 ▲협력사 안전 관리 지원 강화 ▲직원 대상 안전교육 내실화 등을 6대 안전 관리 대책으로 시행하고 있다.
안전에 대한 투자도 늘렸다. 우선 지난 2018년부터 3년간 1조3157억원을 투자해 현장의 작업환경을 개선했다. 또 올해부터 3년 동안 1조원을 추가로 투자할 예정이다. ‘Change Up(業) Together’라는 동반성장 프로그램을 통해 협력사에 성과공유제 보상을 강화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에는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포스코에 따르면, 아시아 철강사 중 탄소중립 계획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건 포스코가 처음이다. 또 공급망 전체에 ESG 경영을 정착하기 위해 ▲ESG 관점을 반영한 공급사 선정 ▲친환경 구매 확대 ▲공급사 ESG 정착활동 지원 등을 추진 중이다. 지배구조 부문에서는 지난 3월 이사회 산하에 ‘ESG 위원회’를 신설했다. ESG위원회에서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저탄소 정책, 안전·보건과 관련된 계획을 검토하고 이행 상황을 모니터링한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019년부터 3년 연속 통합등급 A+, 환경 A, 사회·지배구조 A+를 유지하고 있다. 등급은 그대로지만 부문별 점수는 상승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환경 점수는 2020년 74.8%에서 2021년 78.9%로, 사회 점수는 89.3%에서 93.8%로 올랐다. 지배구조 점수는 56.8%에서 62.1%로 향상됐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미래 차, 친환경소재, 수소사업 등 친환경 분야에서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며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에 동참하고 있다. 지난해 3월에는 국내 상사 업계 최초로 800억원 규모의 ESG 채권을 발행했다. 조달한 자금은 풍력·태양광·바이오매스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과 전기차 부품 사업 등에 사용한다. 또 기후변화 재무정보공개 전담협의체(TCFD)의 가이드라인을 도입해 회사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기후변화 관련 위험이나 기회를 식별하는 프로세스를 마련했다.
매년 발표하는 지속가능보고서를 통해 ESG 이슈에 관한 회사 입장과 투자 계획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 이해관계자의 우려를 경감시키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협력사와의 동반성장을 위해 중소벤처기업의 해외 진출도 지원한다. 지난 10월에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자상한 기업’에 선정돼 그 공로를 인정받았다. 최근에는 ESG 협의회를 신설했다. 또 반부패 관련 정책과 절차를 경영활동 전반에 내재화해 준법경영을 실천했으며, 기후변화와 관련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환경 경영 분야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포스코케미칼, 지배구조 강화에 집중
포스코케미칼은 지난해와 같이 통합등급 A를 받았다. 환경과 사회 부문에서는 각각 A와 A+를 받았으나 지배구조는 2년 연속 B+에 머물렀다. 이에 포스코케미칼은 최근 지배구조 강화에 힘쓰고 있다. 올초에는 사외이사를 2명에서 3명으로 늘려 이사회 다양성과 전문성을 높였다. 지난 6월에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처음 공시했다. 올해 안으로 이사회 내에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와 감사위원회를 도입해 의사결정의 효율성과 독립성도 높일 계획이다.
친환경 모빌리티 소재 기업으로서 환경 경영도 적극적으로 실천한다. 2차전지 소재 개발 등 친환경 기술 개발을 통해 기후변화 대응에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또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기 위해 세종 음극재 공장에 연간 발전량 12만3000kWh 규모의 태양광 설비를 운영하고 있다. 이 밖에 회사 차량을 전기차로 전환하고 사내 충전 인프라 확대도 추진한다.
자원 재활용을 통한 순환경제 구축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폐기물로 처리하던 흑연 분진, 세립 석회석 등의 부산물을 고부가가치 소재로 전환할 수 있는 순환자원 인증을 취득했다. 지난해에는 철강 설비 소재인 내화물 8208t을 재활용했으며 올해는 재활용량을 1만3000t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안전경영 체계도 강화했다. 사업부별로 독립적인 전담 조직을 설치해 현장 안전관리를 엄격히 시행한다. 사업장 내에 약 1200개소를 안전 점검 장소로 지정했으며, 작업 시작 전 안전 점검의 시간을 갖는 ‘정지 5초’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포스코강판도 2년 연속 통합 A등급을 받았다. 환경·지배구조 등급은 B+에서 A로 올랐고, 사회 등급은 전년도와 같은 A+다. 포스코강판은 환경경영시스템(ISO 14001)에 기반해 사업장을 운영하며 기업 활동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했다. 온실가스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투자를 확대해 환경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컬러강판 브랜드 ‘인피넬리(INFINeLI)’를 론칭하면서 목재와 석재를 대체하는 친환경 제품의 생산과 판매에 집중했다. 사회 부문에서는 여성가족부 가족친화기업 인증 획득, 협력사·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기업시민 경영정책 추진, 지속적으로 시행한 전사적 사회공헌활동 등이 높은 평가를 받아 A+를 받았다. 지배구조 부문에서는 ‘기업지배구조 헌장’에 기반한 책임경영 실천, 주주총회 전자투표제 도입 등이 등급 개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ICT는 에너지 절감, 사회공헌 노력, 지배구조 투명성 확대 등 전 분야에 걸친 ESG 경영 추진으로 전년 대비 한 등급 향상한 통합등급 A를 받았다. 포스코엠텍은 2020년 통합등급 B+을 받았으나 올해는 B로 한 단계 하락했다.
최지은 더나은미래 기자 blo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