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3일(토)

[2021 넥스트 임팩트 콘퍼런스] ④“ESG의 핵심은 착한 경영 아닌 투명 경영”

“최근 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한 논의가 큰 변화를 맞았습니다. 그간 좋은 기업지배구조를 성취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면 최근에는 좋은 기업지배구조의 목표가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합니다. 이게 다 ESG 덕분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28일 ‘2021 넥스트 임팩트 콘퍼런스’ 네 번째 세션에 참석한 김화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ES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논의도 큰 전환점을 맞았다고 강조했다.

28일 열린 ‘2021 넥스트 임팩트 콘퍼런스’의 거버넌스(G) 부문 세션에 참석한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민창욱 법무법인 지평 파트너 변호사, 원종현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수탁자책임전문 위원장. /2021 NIC 중계화면 캡처

ESG 요소 가운데 거버넌스(G) 부문을 다룬 세션에는 민창욱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를 모더레이터로 김화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원종현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수탁자책임전문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김화진 교수는 “과거에는 기업에 투자한 주주들의 경제적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어떤 지배구조가 최적의 모형인지를 이야기해왔는데, 지금은 주주를 포함해 직원, 협력업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는가, 그 기업 지배구조가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가 새롭게 시작됐습니다. 이익은 기준이 상대적으로 명확하지만, 행복은 사람마다 기준이 다릅니다. 우리는 새로운 지향점을 갖고 논의를 시작한 셈입니다.”

김화진 교수는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배려하면 기업이 지속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업이 이익을 많이 내도록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경영자들이 이익을 많이 낼수록 보너스를 많이 가져가도록 하는 성과보상 체계인데, 그 과정에서 종업원들 임금 쥐어짜고 협력업체 후려치는 이런 방식은 해롭다”면서 “이 때문에 기업을 주주로부터 자유롭게 하라는 아주 극단적인 이야기까지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해법으로는 이사회 중심의 경영이 거론됐다. 현재 이사회 중심으로 경영하고 기업이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김화진 교수는 “오너, 사외이사, 경영자, 종업원 대표, 소수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는 주주권익보호 사외이사까지 다양하게 이사회에 참여할 수 있다”면서 “이처럼 투명 경영을 통해 모든 것을 이사회에서 해보자는 게 미국에선 ‘이사회 3.0(Board 3.0)’이라고 부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자리에서는 국민연금의 ESG 활동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원종현 위원장은 “ESG는 국민연금이 투자 기업을 바라보는 하나의 창”이라며 “수익률을 넘어 소수 주주로서 기업의 성장성을 함께 고민하고 주주의 이익을 최대한 보호하려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 투자자 관점에서 적용할 수 있는 ESG 기준과 달리 국민연금은 주주일 뿐만이 아니라 사회 보험이라는 연금 제도의 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수탁자 책임이라는 큰 틀에서 ESG를 하나의 부분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민연금은 투자 기업을 대상으로 연 2회 단계별로 ESG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ESG 요소 중에 환경(E)·사회(S) 부문보다 거버넌스(G)에 집중하고 있다. 원종현 위원장은 “오너 중심의 기업이 이사회를 얼마나 독립적으로 운영하는지, 또 주주의 이익을 어떻게 보호해줄 수 있는지에 대한 부분을 집중해서 살펴본다”면서 “특히 관계사와 재무적으로 표출되지 않을 수 있는 사항, 이를테면 일감 몰아주기 같은 리스크가 존재하는지도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진 토론 시간에는 거버넌스의 개념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민창욱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대중적으로 E나 S는 익숙한데 반해 G는 상대적으로 개념 잡기가 어렵다는 이야기가 많다”며 운을 뗐다. 이에 김화진 교수는 “30년 전 미국에 공부하러 갔을 때는 기업 지배구조를 기업의 사회적 책임으로 이해했었지만 지금은 기업과 주주, 기업과 사회, 기업과 임직원 간의 관계를 포괄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원종현 위원장은 “국민연금의 특수성상 G를 주주와 이사회 간의 관계로 좁게 해석하는 경향이 있지만, 기금은 전 국민과 연결돼 있기 때문에 주주의 이익이 곧 사회적 이익이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최근 ESG 투자자들이 이사회에 진출하는 이른바 ‘행동주의 투자자’에 대한 견해도 나왔다. 지난 6월 행동주의 헤지펀드 ‘엔진넘버원’은 미국 최대 정유기업 엑손모빌의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12석 가운데 3석을 기후위기 대응을 요구하는 인사로 채웠다. 엔진넘버원의 엑손모빌 보유 지분은 0.02%에 불과했지만 주요 기관투자자들의 지원을 받아 이뤄낸 성과였다. 김화진 교수는 “지금까지 알려진 전형적인 행동주의 주주들은 주주의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들이었다”면서 “하지만 ESG 시대의 행동주의자들은 단기적으로 수익을 떨어뜨릴 수 있는 행동에 나서고 있는데, 이는 앞으로 일어날 각종 소송 등을 고려한 행동”이라고 했다.

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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