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환경단체 27곳이 호주 가스전 개발 사업을 추진 중인 SK그룹에 “신규 가스전 개발은 도덕적이지 않을 뿐 아니라 재무적으로도 무책임한 투자”라는 내용의 공개서한을 보냈다. 수신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장용석 SK ESG위원회 위원장, 추형욱 SK E&S 사장 등 15명이다.
20일 비영리법인 기후솔루션은 “호주주빌리연구소, 그린피스 등 국제 환경단체들이 SK E&S의 호주 ‘바로사-칼디타(Barossa-Caldita) 가스전 개발 사업’ 추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서신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가 문제 삼는 건 지난 3월 SK E&S가 투자를 결정한 37억달러 규모의 대형 가스전 개발 사업이다. 이 사업은 호주 북서부 다윈시 북쪽 300km 지점의 티모르 해역에서 진행된다. 공사가 완료되는 2025년부터 20년간 연 370만t의 액화천연가스(LNG)와 150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환경단체들은 바로사-칼디타 가스전 사업으로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고 지적했다. 당초 사업을 주도하던 미국의 코노코필립스(ConocoPhilips)가 호주 해안석유환경청 (NOPSEMA)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바로사-칼디타 가스전 사업은 연간 370 만t의 LNG 를 생산하는 과정에서만 약 540 만t의 온실가스를 배출할 것으로 전망됐다. LNG 생산량의 1.5 배에 달하는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셈이다.
미국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는 바로사-칼디타 가스전에 매장된 천연가스에 불순물로 섞인 이산화탄소의 비율이 약 18%에 달하기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집약도’(1t의 LNG 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양)가 1.47t으로 호주 내 다른 가스전의 평균집약도인 0.7t의 2 배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환경단체들은 “LNG 가 최종 소비되면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감안하면 이 사업을 통해 연간 1500 만t이상의 온실가스가 추가적으로 발생할 것”이라며 “이는 2000MW 급 초대형 석탄화력발전소의 연간 배출량보다도 많은 수준으로 운영 기간인 20 년간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프랑스나 이탈리아의 연간 배출량에 맞먹는 양”이라고 설명했다.
윤세종 기후솔루션 변호사는 “천연가스의 생산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고려하면 가스가 결코 석탄의 대안이 될 수 없다”면서 “현재 추진 중인 가스 개발 사업이나 가스 발전 사업에 대해서 전면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SK E&S 는 바로사-칼디타 가스전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탄소포집·저장(CCS)’을 통해 상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환경단체들은 “SK E&S 가 협력사와 계획 중인 호주 내륙 소재 ‘뭄바’ 유전의 CCS 사업은 매우 초기단계에 불과해 기술적·경제적 실현 가능성도 검증되지 않았다”면서 “계획에 따르더라도 저감가능한 이산화탄소 양이 가스전 배출량의 3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