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국내에서도 기업이 재생에너지를 구입할 수 있게 된다.
5일 산업통상자원부는 “기업 등 전기소비자가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선택적으로 구매해 사용할 수 있는 ‘한국형 RE100(K-RE100)’ 제도를 올해부터 본격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한국전력공사, 전기소비자 간 전력구매계약(PPA)을 허용하는 ‘제3자 PPA’ 도입을 위한 전기사업법 시행령 개정안도 이날 국무회의에서 통과됐다.
RE100은 2050년까지 기업의 사용 전력량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는 글로벌 캠페인이다. RE100 캠페인을 주관하는 다국적 비영리단체 더클라이밋그룹(The Climate Group)에 따르면, 5일 기준 구글과 애플 등 284개 글로벌 기업이 RE100에 참여하고 있다. 이 가운데 국내 기업은 SK홀딩스, SK하이닉스, SK머티리얼즈, SK실트론, SK텔레콤, SKC 등 6개다.
기업이 RE100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태양광 시설 등으로 직접 재생에너지를 생산하거나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를 구매해야 하지만 그간 국내에는 재생에너지 구매 수단 자체가 없었다.
이번에 시행되는 ‘한국형 RE100’은 국내 기업, 공공기관을 비롯해 산업용·일반용 전기소비자도 에너지공단 등록을 거쳐 참여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 사용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에너지원은 태양광, 풍력, 수력, 해양에너지, 지열, 바이오에너지 등으로 글로벌 RE100 캠페인 기준과 같다.
재생에너지는 ▲녹색 프리미엄제 ▲제3자 PPA ▲REC(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구매 ▲자가발전 등을 통해 조달할 수 있다. 녹색 프리미엄제는 입찰을 통해 한국전력으로부터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재생에너지를 구매하는 방식이다. 제3자 PPA는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기업이 한국전력의 중개로 전력거래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말한다. REC 구매의 경우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자만 살 수 있던 REC를 일반 기업도 구매해 재생에너지 사용을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에너지공단은 RE100 이행을 위한 전용 REC 거래 플랫폼을 구축 중이며, 올해 1분기 시범사업을 시행할 예정이다.
정부는 기업에서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면 온실가스 감축 실적으로 인정해주기로 했다. 현재 환경부가 구체적인 에너지원, 감축 수단·방법 등에 대한 관련 지침을 개정 중이다. 산업부는 “최근 국내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사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변화하는 상황”이라며 “한국형 RE100 제도가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에너지전환을 가속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