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균 기온이 2100년이면 최대 4.7도 오르고 이로인한 피해는 노인과 취약계층에게 집중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근 환경부와 기상청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을 공동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추세대로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면 2050년에 한반도 평균 기온은 1.3~1.9도 상승한다. 만약 이 시기에 온난화를 막지 못하면 2100년 평균 기온은 2.9~4.7도 오른다고 예측했다. 이는 지구의 평균 기온 상승을 1.5도 이하로 제한하자는 파리기후변화협약(이하 파리협약) 기준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한반도 기온이 상승하면 노인과 경제적 취약계층은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보고서는 경고했다. 한국의 경우 평균 기온이 1도 상승하면 사망 위험은 5% 증가한다. 폭염 시기에는 사망 위험이 8%까지 높아진다. 보고서는 “여성과 65세 이상 노인, 교육 수준이 낮은 인구 집단, 심뇌혈관이나 호흡기계 질환 등 만성질환자는 폭염 위험에 더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특히 대기오염 물질은 70세 이상 노인에게 인지 손상뿐 아니라 기억, 실행 기능 손상을 불러 일으키고, 알츠하이머 치매와 파킨슨병까지 유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2055년 기후변화로 인한 초과 사망률은 0.11%로 예측됐다. 다만 65세 이상 고령층은 0.29%로 두배 이상 높았다. 폭염으로 인한 하절기 사망률은 2011년 인구 10만명당 100.6명에서 2040년 230.4명으로 약 2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반도 기온 상승은 동물 매개 감염병을 더 자주 발생시킨다. 겨울 평균기온이 10도 이상 올라갈 경우 뎅기열, 지카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는 흰줄숲모기는 국내 토착화 가능성이 높다. 보고서는 이 시기를 2050년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열대지방에 사는 감염병 매개체 이집트숲모기도 서식지를 넓히는 과정에서 국내 유입 가능성이 높다. 곤충 접촉 빈도가 높은 농어촌 노인의 경우 이 같은 감염병 피해 위험이 크다.
한반도 기온 상승의 원인은 온실가스 배출이다. 최근 지구의 이산화탄소 평균 농도는 405.5ppm을 기록했다. 산업혁명 이전 278ppm에 비해 46% 증가한 수치다. 지난 10년간 한국의 이산화탄소 평균 농도는 2.4ppm 증가했다. 이는 전 세계 평균인 2.2ppm보다 높다.
보고서는 한국이 파리협약을 지키기 위해서는 2050년 이전에 재생에너지 기반의 전기 생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기생산량의 75~85%를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재생에너지로 공급해야 기온 상승을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허정민 더나은미래 기자 hoo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