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청소년 대상 월경 교육하는 안현진 여성환경연대 활동가
“생리대 종류랑 쓰는 방법은 유튜브로 봐요. 남한테 물어보는 게 부끄럽잖아요. 그냥 인터넷으로 알아보는 게 마음 편해요.”
“할아버지랑 둘이 살아요. 한번은 저소득층 생리대 지원받으려고 할아버지께 말씀드렸거든요. 근데 남 부끄럽게 뭘 그런 걸 동사무소 가서 신청하냐고, 단번에 하지 말라고 하시더라고요. 생리를 부끄러워하고 숨겨야 하는 건가요?”
안현진(27) 여성환경연대 활동가가 여성 청소년 대상 월경 교육을 하면서 수없이 들었던 이야기다. 2018년 수업을 시작하면서 여성환경연대가 만난 청소년은 현재까지 약 8500명. 하루에 2~3회씩 학교, 다문화센터, 지역아동센터 등에서 수업을 진행했다. 안 활동가는 지난해 12월 서울시의회에서 여성환경연대 등 단체들과 함께 ‘서울특별시 어린이·청소년 인권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조례안에는 월경 공교육 확대와 청소년 생리대 보편지급 등의 내용이 담겼다.
안 활동가는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는 월경에 대해 쉬쉬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했다. 그는 “이런 분위기가 여성 청소년에게 ‘월경혐오’로 이어지고 결국엔 ‘자기혐오’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학교에서 월경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제대로 가르쳐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현재 초·중·고등학교에서는 매년 15시간 이상 의무적으로 학생들에게 성교육을 해야 한다. 월경에 대한 내용도 성교육에 포함돼 있지만 분량이 적어 실용적인 내용을 다루기엔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여성환경연대와 서울시 청소년 월경용품 보편지급 운동본부가 지난 4월29일부터 5월24일까지 전국 914명 청소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76.7%(704명)가 ‘학교에서 월경용품 관련 교육을 거의 받지 못했거나 교육내용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월경 및 월경용품에 대한 정보를 주로 어디서 얻나’라는 문항에서는 ‘온라인’이라고 답한 학생이 46.1%로 가장 많았고 ‘학교’라고 답한 학생은 2.5%에 그쳤다.
안 활동가는 “월경 공교육이 부실할수록 학생들은 틀 안에 갇혀버리게 된다”고 말했다. “운동하거나 물놀이할 때 생리컵이나 탐폰을 쓰면 충분히 활동이 가능하지만 이런 사실을 모르니까 자꾸 활동에서 빠지게 된다”면서 “배제당하는 경험이 반복되면 ‘생리 때문에’ ‘내 몸 때문에’라는 부정적 생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학교에서는 월경을 ‘임신·출산’과 관련지어 가르칩니다. 교과서에는 정자와 난자가 수정에 실패하면 자궁 속막이 허물어지면서 혈액과 함께 흘러나온다고 나와있죠. 쉽게 얘기하면 월경의 관점이 ‘수정 실패’로 맞춰져 있어요. 이 경우 여학생들이 자신을 ‘출산을 위한 존재’로 생각할 위험이 있어요. 제일 심각성을 많이 느끼는 부분이에요.”
안 활동가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월경용품 소개와 사용방법 설명 ▲월경시 자궁과 주변 장기의 변화 ▲월경혈과 월경주기 변화에 따른 건강 신호 ▲월경전증후군과 초경 증상 ▲월경 관련 정부 지원정책 등을 가르친다. 수업은 15명 이내의 학생이 참여하는 소규모 형태로 진행하며, 교육할 때는 항상 생식기 모형을 가져간다. 학생들이 생소해하는 월경용품들을 소개하고 모형을 통해 착용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그는 “월경 공교육 강화 내용이 포함된 ‘서울특별시 어린이·청소년 인권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이 통과됐지만 지금까지도 이렇다 할 시행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면서 “시의회 후반기 상임위도 꾸려졌으니 이제라도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져 올해 안에 시행안이 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월경 공교육의 기본은 학생들이 ‘몰라서’ 대처를 못 하는 일이 없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초경 전부터 교육을 시작해야 해요. ‘사회가 내 권리를 존중해주고 있다’는 인식을 학생들에게 심어주는 게 월경 공교육의 궁극적인 목표가 돼야 합니다.”
[허정민 더나은미래 기자 hoo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