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14일(수)

‘월경의 모든 것’ 편하게 둘러보세요

‘월경의 모든 것’ 편하게 둘러보세요

Share on facebook
Share on twitter
Share on print

[Cover Story] 국내 첫 월경 라이프 편집숍 ‘월경상점’

대안 용품 월경컵, 영양제·생리대 등 판매
내 몸에 사용하는 것, 직접 만져보고 사야
“여성에게 월경은 일상, 다양한 선택권 필요”

“여자 친구한테 선물을 하고 싶은데, 어떤 게 좋을지 몰라서요.”

지난달 30일 서울 대방동 스페이스살림 1층 ‘월경상점’. 20대 남성이 상점 안으로 들어서며 말했다. 그는 “‘월경컵’을 선물하려고 하는데 온라인상으로는 어떤 용품이 적합한지 알 수 없어서 오프라인 매장을 찾아왔다”고 말했다. 점원은 남성을 월경컵 진열대로 안내한 뒤, 제품별 특징들을 자세히 설명했다. 상점 안에 있는 제품을 이리저리 둘러보고 직접 만져보기를 수차례. 30분 가까이 탐색을 마친 남성은 작은 쇼핑백 하나를 손에 들고 가게를 나섰다.

지난달 8일 국내 첫 월경용품 가게인 월경상점이 문을 열었다. 일회용품이 아닌 ‘대안(代案) 월경용품’을 판매하는 곳이다. 제품 판매뿐 아니라 월경에 대한 인식을 ‘숨겨야 하는 것’에서 ‘드러내도 되는 것’으로 바꿔나가는 게 월경상점의 목표다.

지난달 30일 서울 대방동에 위치한 ‘월경상점’에서 한 여성 손님이 월경컵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임화승 C영상미디어 기자

여성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주자

월경상점은 소셜벤처 이지앤모어가 운영하는 오프라인 ‘월경 라이프 편집숍’이다. 화장품이나 신발, 의류 브랜드 제품들을 모아서 파는 여느 편집숍들처럼 여성이 월경할 때 필요한 다양한 브랜드 제품을 모아서 판매한다. 월경혈을 받아내는 작은 실리콘 컵인 ‘월경컵’과 팬티 안에 흡수체를 넣어 입기만 해도 생리대 효과를 내는 ‘위생팬티’ 등이 대표적이다. 일회용 생리대 대안 제품이지만 수요층이 얇아 대형 마트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제품들이다. 이 밖에도 면 생리대, 온열 패치, 월경 전 챙기면 좋은 차(茶) 등 월경 전체 사이클과 관련된 모든 용품이 이곳에 모여 있다.

월경상점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곳은 한쪽 벽 전체를 붉은색으로 칠해놓은 월경컵 진열대다. 진열대에는 미국, 호주, 스페인 등 8국에서 공수한 70여 월경컵이 나란히 놓여 있다. 상점을 찾은 누구나 월경컵을 만져보며 두께나 탄성, 무게 등을 느껴볼 수 있다. 진열대 바로 아래에는 여성 성기 내부 모양을 본떠 만든 모형이 놓여 있다. 점원들은 이 모형을 활용해 손님들에게 월경컵의 올바른 사용법을 알려준다. 월경 시 통증을 완화하는 방법, 불규칙한 월경 주기를 바로잡는 영양제 등도 마련돼 있다.

월경상점 벽에는 ‘DO TOUCH(만져 보세요)’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대안 월경용품은 대부분 다회용이라 옷처럼 직접 만져보며 재질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월경컵은 생식기에 직접 넣는 제품이라 더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

이날 상점을 찾은 20대 여성은 월경컵 사용에 대한 상담을 요청했다. “온라인으로 월경컵을 샀는데 생리혈이 자꾸 샌다”며 고민을 털어놨다. 점원은 “월경컵을 선택할 때는 사용자에게 맞는 제품을 골라야 한다. 질의 길이나 근육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점원은 가게에 있는 다양한 제품을 꺼내와 펼치며 제각각 다른 특성에 대해 설명했다. “접었다 펴보라”는 점원의 말에 여성은 월경컵을 접어도 보고 늘여도 보며 20분 넘게 상담을 받았다.

월경상점을 운영하는 안지혜 이지앤모어 대표는 “월경컵이나 면 생리대는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아 건강에 해가 없고 플라스틱 쓰레기도 발생시키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면서 “단순히 제품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것을 넘어 여성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제공하는 게 월경상점의 가장 큰 목표”라고 설명했다.

일상의 공간으로 자리 잡기를

이지앤모어가 ‘생리’라는 말 대신 ‘월경’이라는 용어를 고집하는 이유도 비슷한 맥락이다. 월경을 단순한 생리 현상이라고 여기는 것을 넘어 ‘건강권’으로 인식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인식 개선을 위한 활동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17년 시작한 ‘월경수다회’가 대표적이다. 월경수다회는 월경컵을 대중적으로 알리기 위해 조직한 소모임으로, 매월 15명 정도를 모아 월경컵 사용법 등을 교육하고 대안 월경용품을 소개했다.

이듬해부터는 월경용품 제조사 10여 곳을 섭외해 ‘월경박람회’를 열었다. 박람회에서는 월경용품 제조사들이 판매를 하면서 동시에 사용법과 건강한 월경을 위한 교육도 병행했다. 박람회는 흥행했다. 2019년 열린 월경박람회에는 약 40개 기업이 참여하고 3000명이 넘는 관람객이 다녀갔다. 안지혜 대표는 “박람회가 끝나자마자 다음 박람회 장소를 제공하고 싶다는 업체가 연락 올 정도로 성공적이었다”면서 “지난해 코로나19로 모든 활동이 중단되면서 박람회와 수다회를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하다가 월경상점 아이디어가 나온 것”이라고 했다.

상점이 문을 연 지 어느덧 한 달. 안 대표는 코로나로 중단됐던 월경수다회를 매장에서 진행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초경을 앞둔 자녀와 부모들을 초대해 월경용품들을 소개하는 프로그램도 기획 중이다. 그는 “월경상점이 드러그스토어처럼 누구나 길을 지나다가 둘러보고 가는 일상의 공간으로 자리 잡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지강 더나은미래 기자 river@chosun.com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