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23일(월)

봉사자와 수혜자 이어주는 ‘징검다리’ 놓는다

자원봉사센터 대안은

자원봉사캠프 주민 자발적으로 조직한 지역 봉사 동아리 연계

봉사자로 구성된 상담팀 기관과 봉사자 소통 돕고 효율적인 활동 인력 배치

기획봉사단 직접 발굴한 아이디어에 프로그램 진행 평가까지

 

 

지난해 가을 서울시 서대문구 천연동 경로당에서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홍대부속고등학교 학생들이 빈대떡을 만들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율동을 가르치는 서대문 실버활력지도사들의 모습이 보인다. 율동이 끝나자 아이들의 차임벨 연주가 이어졌다. 구수한 향기와 연주 소리에 이끌린 주민이 삼삼오오 경로당에 모여들었다. 일주일 뒤 서대문구에 사는 외국인 몇 명이 경로당을 찾아왔다. 양손에는 찹쌀가루, 파, 버섯 등 빈대떡 재료가 가득했다. 이후 연희동, 홍제동, 홍은동 등 각 경로당에서 빈대떡 잔치가 이어졌다. 행사는 모두 서대문구 주민의 자발적인 기부와 봉사로 이뤄졌다. 인근 재래시장 상인들은 빈대떡 재료를 기부했고, 봉사에 참여하지 못하는 주민은 십시일반 돈을 모아 행사가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했다.

◇협력으로 지역사회 변화 이끄는 ‘자원봉사캠프’

서대문구의 주중 행사로 자리 잡은 ‘빈대떡’ 잔치는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지속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서대문구 홍제 3동 주민센터에서 활동하는 ‘문화촌 자원봉사캠프(이하 문화촌캠프)’가 있었다. 서대문구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자원봉사 동아리와 연계해 각자 가진 자원을 모은 것. 문화촌캠프 리더 권오철(58)씨는 “지난해에는 200만원을 자원봉사센터로부터 지원받아 주민에게 텃밭 상자를 나눠주고, 청년 봉사자들이 지구온난화와 에너지 절약을 알리는 거리 캠페인을 진행했다”면서 “이를 본 다른 동 주민도 텃밭 가꾸기에 동참하겠단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봉사자와 수혜자가 모두 만족하기 위해서는 둘 사이를 연결하는 튼튼한 징검다리가 있어야 가능하다. 국내 몇몇 자원봉사 관련 기관은 봉사자와 수혜자를 연결하는 매칭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시도하고 있다. 서울시는 7년 전 동주민센터를 중심으로 ‘자원봉사캠프’를 조직, 지원하기 시작했다. 주민이 자발적으로 봉사 모임을 조직한 뒤 동주민센터에 ‘캠프’ 등록을 요청하면 일정한 심사를 거쳐 1년 단위 자원봉사 프로그램 진행비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현재 서울시에만 자원봉사캠프가 총 590개 운영되고 있다. 이 캠프들은 각 동에서 제2의 자원봉사센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주민이 자발적으로 지역에 필요한 일감을 찾아 봉사하기 때문에 만족도도 높다. 자원봉사센터들도 지역사회의 자원을 연결하는 캠프의 역할이 든든할 따름이다. 권씨는 “매월 각 봉사단 리더들이 모여 다음 봉사 프로젝트를 기획한다”면서 “서대문구 주민 사이에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봉사에 참여하는 인원이 갈수록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봉사자와 수혜자 연결하는 ‘상담 봉사자’

6년 전 서초구 자원봉사센터에는 특별한 부서가 생겼다. 바로 봉사자 15명으로 구성된 상담팀이다. 이들은 봉사자로부터 걸려오는 문의 전화를 받고, 원하는 기관을 연결해준다. 정기적으로 수요 기관을 방문하는 것도 상담팀의 역할이다. 더 세밀한 매칭을 위해서다. 이들은 기관 담당자를 만나, 어떤 봉사자를 배치하면 좋을지 파악한다. 상담 시에는 봉사자에게 각 기관의 특성과 니즈(needs·필요)를 전한다. 자원봉사가 끝난 뒤 걸려오는 피드백 전화 내용을 각 기관에 전달하는 것도 이들의 몫이다. 봉사자와 수요 기관의 소통 창구 역할을 하는 것. ‘1365 자원봉사 포털’이 생긴 뒤에는 좀 더 적극적인 매칭을 시작했다. 많은 복지기관이 업무에 치여 포털에 올라온 자원봉사 신청 내역을 그때그때 확인하지 못한다. 이에 상담팀은 포털을 살펴보면서 봉사 신청 후 배치가 이뤄지지 않은 기관에 직접 전화를 걸어 봉사자 현황을 알려주고 있다. 김유미 서초구 자원봉사센터 자원운영팀 과장은 “예전엔 봉사 문의 전화를 받느라 다른 업무를 못할 정도였다”면서 “상담팀이 생긴 이후 봉사자와 기관 양쪽의 만족도가 굉장히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상담팀 봉사자는 일주일에 한 번, 오전 또는 오후에 센터에 나와 업무를 본다. 또한 한 달에 한 번 회의를 통해 각자의 역할과 상담 노하우를 공유한다. 수요 기관 방문, 피드백 전달, 1365 포털 확인 모두 월례회를 통해 자발적으로 추진한 내용이다. 운영 규칙도 정했다. 신규 상담가는 3개월 수습 기간을 거쳐야 하고, 일정 기간 결석한 상담가는 더는 봉사할 수 없다. 6년 동안 상담팀에서 활동한 정진우 서초구 자원봉사센터 상담팀장은 “전화 상담, 봉사자 리스트 정리, 문서 작업, 시스템 정비 등 상담팀 내부에도 세부 역할이 나뉘어 있다”면서 “봉사자와 기관의 매칭이 이뤄질 때까지 상담팀 모두 최선을 다한다”고 했다.

봉사자와 수혜자를 연결하는 매칭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서초구 자원봉사센터에서는 ‘프로젝트 리더’를 양성하고 있다. 자원봉사 프로그램 기획, 진행, 평가를 모두 자원봉사 리더가 진행한다. 지역의 니즈를 가장 잘 아는 자원봉사자들이 직접 프로그램을 기획하자 봉사자와 수혜자 모두 만족도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프로젝트 리더들이 기획, 진행한 자원봉사 현장 모습. /서초구자원봉사센터 제공
봉사자와 수혜자를 연결하는 매칭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서초구 자원봉사센터에서는 ‘프로젝트 리더’를 양성하고 있다. 자원봉사 프로그램 기획, 진행, 평가를 모두 자원봉사 리더가 진행한다. 지역의 니즈를 가장 잘 아는 자원봉사자들이 직접 프로그램을 기획하자 봉사자와 수혜자 모두 만족도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프로젝트 리더들이 기획, 진행한 자원봉사 현장 모습. /서초구자원봉사센터 제공

◇기획부터 평가까지, 봉사자의 손으로

서울시 자원봉사센터는 2008년부터 ‘기획봉사단’을 운영하고 있다. 기획봉사단으로 선발된 이들은 1년 동안 자신이 기획한 봉사 프로그램을 직접 실행, 평가한다. 지난해 ‘기획봉사자’로 선발된 남씨는 지역아동센터 아동과 청년이 함께 참여하는 ‘새집 만들기’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새 박사’로 유명한 윤무부 경희대 교수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고, 대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청년 봉사자를 모집했다. 15개 기업 사회공헌팀에 도움을 요청한 결과 풀무원으로부터 라면 900개도 지원받았다. 직접 짠 프로그램 진행 예산도 다른 기획봉사자들과 센터 직원 앞에서 발표하는 등 검증 절차를 밟았다. 아동 70명과 대학생 봉사자 70명은 한강 수변생태공원에서 함께 생태 교육을 받고, 새집을 만들었다. 남씨는 “항상 이미 짜여 있는 프로그램에 수동적으로 참여했는데, 내가 직접 발로 뛰어 프로젝트를 만들어보니 봉사의 재미를 느꼈다”고 말했다. ‘기획봉사단’은 지역 내에 자원봉사 리더들을 양성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박윤애 서울시 자원봉사센터장은 “대다수 센터가 시간 인증 작업이나 각종 행사를 진행하느라, 정작 프로그램을 기획할 시간을 갖지 못하고 있었다”면서 “기획봉사단을 통해 지역사회의 니즈를 찾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발굴할 기회가 생겼다”고 했다. 오영수 한국자원봉사문화 시민참여국장은 “봉사자와 수혜자를 연결하는 것이야말로 자원봉사센터 본연의 역할”이라면서 “이들을 매칭하는 중간 기관이나 매개자 육성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더욱 성숙한 자원봉사 문화가 만들어질 것이다”고 강조했다.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