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5일(월)

“주민 스스로 유지·관리… 마르지 않는 우물 만듭니다”

[더나은미래·이랜드재단 공동기획]
모잠비크 ‘우물 짓기 사업’

모잠비크 마구디 군(郡)에 있는 한 마을의 아이들이 새로 생긴 우물에서 손을 씻고 있다. ⓒ이랜드재단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니세프(UNICEF)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인구의 29%가 ‘안전하게 관리되는(Safely managed) 물’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에게 ‘우물’은 생명수나 마찬가지다. 상수도 없이 깨끗한 지하수를 쓰고, 물통을 지고 먼 길 오가는 수고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속 가능성이다. 유엔(UN)이 지난 2000년 새천년개발목표(MDGs)를 채택하고 ‘안전한 식수 공급’을 주요 목표로 설정하면서 수많은 비영리단체와 기업이 ‘우물 파기’에 뛰어들었지만, 단체가 떠나면 방치된 우물이 고장 나거나 오염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전문가들은 ▲현지 수질·지질에 대한 정확한 조사 ▲우량 시공사 선정 ▲사후 관리를 위한 주민 역량 강화 등이 지속 가능한 우물 사업의 핵심이라고 설명한다. 최근 동아프리카 모잠비크에서 우물 사업을 진행한 이랜드재단과 이랜드리테일도 지속 가능성에 방점을 찍었다. 사업 기간은 총 1년. 모두 11개 우물을 선물했다.

수질·지질 따져 신중히 설치… ‘우물관리위원회’ 꾸려

이랜드재단은 현지 전문가들과 함께 지난해 8월 마구디·냐마탄다 군에서 우물 설치를 위한 현장 조사에 돌입했다. 나탈리아 반즈 마구디 군 수자원관리부서장, 아우구스토 마사와라 냐마탄다군 수자원관리부 담당관 등 지역 정부 관계자와 협력했다. 3개월에 걸쳐 ▲수자원 접근성 ▲아동 인구 비율 ▲주민 욕구 등을 조사했고 이를 종합해 마구디 군(郡)에 있는 ‘본티아’와 ‘음베네’, 냐마탄다 군에 있는 ‘나라숑가’와 ‘마콩디’ 등 4개 마을에 사업비 8000만원을 들여 우물을 설치했다. 가뭄이 잦은 마구디 군은 일반 우물보다 2배 이상 깊은 150m가량을 팠고, 바다와 인접한 냐마탄다 군에서는 정수처리시설까지 설치해야 했기 때문에 일반적인 우물 사업에 비해 3~4배 비용이 투입됐다.

이랜드재단은 현지 조사 과정에서 기존 우물 가운데 제 기능을 못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파악했고, 사업비 3000만원을 들여 7개 지역에서 우물 보수를 진행했다. 냐마탄다 군은 374개 우물 가운데 53개가, 마구디 군은 106개 우물 가운데 18개가 망가져 있었다.

우물 설치·보수 작업에 앞서 각 마을에는 ‘우물관리위원회’가 꾸려졌다. 일종의 주민 자치회다. 이윤정 이랜드재단 사업팀장은 “각 마을 추장들을 만나 ‘깨끗한 물을 계속 쓰려면 스스로 우물을 관리해야 한다’고 설득했다”면서 “우물관리위원회는 마을의 경제 상황에 맞는 우물 사용료를 책정하고, 유지·보수하는 역할까지 담당한다”고 설명했다.

각 가정서 ‘우물 사용료’ 받아 주민들이 스스로 관리

마구디 군 ‘두쿠’ 마을에서는 주민들이 매달 75MT (약 1500원)씩을 우물 사용료로 낸다. 우물 주변에는 텃밭을 꾸렸는데, 물을 긷는 과정에서 흐르는 수자원을 활용해 양배추·당근 등을 공동으로 재배한다. 농작물 판매 수익은 우물관리위원회가 관리한다. 이렇게 모인 돈이 21만7500MT(약 400만원)에 달한다. 우물 주변에는 펜스를 둘러 야생동물의 침입을 막았고, 야간에는 주민들이 돌아가며 우물과 농장 주변에서 보초를 선다.

냐마탄다 군 초벨라 마을은 ‘절도 사건’을 겪고야 뒤늦게 주민 자치의 중요성을 깨달은 케이스다. 고장 난 채 방치돼 있던 이 마을 우물은 지난 5월 보수됐다. 태양광 판으로 전기를 생산해 자동으로 물을 끌어올리는 우물을 만들었지만, 우물관리위원회가 제 역할을 못했다. 우물 관리의 종잣돈이 될 사용료도 걷지 않았고, 보초를 설 자율방범대도 운영하지 않았다. 결국 두 달 만에 외부 침입자가 태양광 판을 훔쳐가는 일이 벌어졌다. 이랜드재단은 태양광 판을 다시 설치해주는 대신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현재 초벨라 마을은 가정마다 우물 사용료로 50MT(약 1000원)를 걷고, 경비도 선다.

우물관리위원회가 중심이 되는 주민 역량 강화 프로그램은 크게 세 단계로 구분된다. 첫째는 보건·위생이다. 마을 대청소의 날을 지정하고, 손 씻기를 생활화하도록 교육한다. 둘째는 우물 유지·보수 교육이다. 주민들 힘만으로 우물을 관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마지막 단계는 지하수 개발이다. 우물 하나에 의지하지 않고, 주민들이 제2·3의 우물을 만들도록 돕는 것이다.

이랜드재단과 이랜드리테일은 지난해에 이어 오는 12월 ‘오프라이스 원보틀 시즌 2’ 캠페인을 진행한다. 한정 생산된 생수 판매금 전액을 모잠비크 우물 프로젝트에 사용하는 캠페인이다. 김욱 이랜드재단 국장은 “시즌 2에서는 생수 50만병을 각각 250원에 팔아 얻은 수익과 재단의 매칭금액을 더한 1억원 전액을 우물 개발에 쓰겠다”고 밝혔다.

[장지훈 더나은미래 기자 jangpr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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