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숙 변호사의 모두의 법]
가수 정준영은 3년 전 불법 동영상 촬영 건으로 고소됐지만, 검찰은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경찰이 도저히 찾아낼 수 없었다는 증거들은 최근 공익 신고로 세상에 드러났다. 불법 동영상뿐 아니라 성 접대 의혹, 경찰과의 유착까지 의심되는 내용을 담은 카카오톡 자료는 순식간에 정국을 흔들었다. 이 사건은 이제 ‘적당하게’ 무마될 수준을 넘어섰다. 국민의 기대처럼 엄정한 수사와 처벌이 이뤄진다면 그 공의 팔할은 공익 신고자에게 있다고 할 것이다.
최근 ‘버닝썬 게이트’의 실체를 밝힌 공익 신고자가 개인 정보 유출에 따른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카카오톡 자료는 3년 전 정준영 불법 동영상 수사 당시 정준영이 사설 수리 업체에 맡긴 휴대전화에서 복원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당사자 동의 없이 휴대전화를 복원해 누군가에 제공했다면 형법상 비밀침해죄나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공익 신고의 경우 신고자는 관련 범죄에 대한 형을 감면받을 수 있지만, 이번 사건은 좀 다르다. 불법 동영상 촬영 및 유포에 관한 성폭력처벌법 위반은 공익신고자보호법상 ‘공익 침해 행위’에 해당하지 않아 보호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다만 이 사건은 성폭력처벌법 위반 외에도 공익 신고 대상인 정보통신망법 위반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고 마약류관리법위반 논란도 나오는 상황이다. 또 경찰 유착과 관련해서는 부패방지법상 신고자 보호 조항에 따라 형을 감면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사건을 의뢰한 뒤 경찰은 수리 업체에 대한 압수 수색부터 진행했다. 이 수사가 신고자의 비밀침해죄 해당 여부로 이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 이미 국민이 지켜보는 사안이 됐다. 공익 신고가 얼마나 중요하고, 공익 신고자가 어떻게 보호받는지 명확히 보여줘야 한다.
이 사건이 공익·범죄 신고에 관한 전반적인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얼마 전 형편이 어려운 어린이들을 돕겠다며 불법 모금을 해 127억원을 편취한 ‘새희망씨앗 사건’을 돌이켜보자. 만약 초기에 내부자의 신고가 이뤄졌다면 수많은 피해자를 보호하고, 기부에 관한 사회적 인식도 지금보다는 나았을 것이다.
사기·횡령죄는 공익신고자보호법 대상이 아니다. 공익 신고자로 보호받지 못한다. 같은 비영리 법인이라도 사회복지법인의 비리는 공익 신고 대상인데, 공익법인은 포함되지 않는다. 공익 침해 대상으로 284개를 선택한 기준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공익신고자보호법 외에도 범죄 신고자를 위한 특정범죄신고자보호법이 있으나 사기·횡령이나 정준영 사건의 불법 동영상 촬영 유포는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다.
피해자 신고로 수사가 시작되면 뒷북을 치게 될 뿐만 아니라 증거 확보도 어렵다. 버닝썬 사건 역시 공익 신고가 없었다면 3년 전 그랬듯이 쉽게 덮였을지도 모른다. 사회를 바꾸는 동력이 공익 신고자의 용기에 있다면 그 용기에 대한 보호는 사회의 몫이다. 공익 신고자 범위를 폭넓게 확대하고, 철저히 보호하는 제도적 뒷받침이 시급하다.
공동기획 |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재단법인 동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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