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1일(금)

관객과의 소통 공간 만들어··· 젊은 예술가 홀로서기 돕는다

신진 예술가의 자립기반 개척
신진 작가 자립 위해 카페 연계해 전시·판매
일반인 작품 구입 시 10개월 무이자 할부로 작가 성장 토대 마련
음원 창작 뮤지션 올바른 유통 문화 위한 ‘프리마켓’ 운영도

지난 6월 2일 서울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제1회 ‘브리즈아트페어’가 열렸다. 신진 작가들을 위한 전시 행사였다. 남편과 두 아들과 함께 행사장을 찾은 박연이(38)씨는 이날 판화작품 한 점과 콜라주 한 점 등 2점을 샀다.

박씨는 “호기심 많은 아이들이 몇 번이고 물어도, 작가들이 직접 쉽고 친절하게 설명해줬다”며 “아이들이 들락날락거리면서 수없이 감상한 후 결정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 작품들의 비용은 총 100만원. 일반 직장인에게는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박씨는 “‘오운아트캠페인(Own Art Campaign)’으로 10개월 무이자 할부가 가능해져 큰 맘을 먹었다”고 했다. ‘오운아트캠페인’은 일반인의 미술 작품 구입을 지원하기 위해 이자율 0%로 대출해주는 영국의 ‘오운아트론(Own Art Loan)’을 본떠, 할인된 이자비용은 에이컴퍼니와 작가가 각각 절반씩 부담한다. 일반인들에게는 미술을 편하게 접할 기회를, 신진 작가들에게는 작품 전시 및 판매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열렸던 이번 행사는 공정 미술기업을 표방하는 사회적기업 ㈜에이컴퍼니가 주최했다.

1 전문가들은 “젊은 예술가들이 직업인으로 ‘자립’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2‘현대카드 뮤직 프리마켓(MUSIC FeeMarket)’은 음원을 창작한 뮤지션들이 정작 음원판매 수익에서는 소외되는 현 상황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3‘관객과의 만남’은 작가들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꼽힌다. 4지난 6월, 제1회 브리즈아트페어가 열린 합정동의 카페 ‘앤트러사이트’.
1 전문가들은 “젊은 예술가들이 직업인으로 ‘자립’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2‘현대카드 뮤직 프리마켓(MUSIC FeeMarket)’은 음원을 창작한 뮤지션들이 정작 음원판매 수익에서는 소외되는 현 상황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3‘관객과의 만남’은 작가들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꼽힌다. 4지난 6월, 제1회 브리즈아트페어가 열린 합정동의 카페 ‘앤트러사이트’.

◇아티스트의 존재를 세상에 알려라

에이컴퍼니는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는 예술가들을 응원하고, 그들의 자립을 돕기 위한 목적으로 지난 2011년 초 설립됐다. 막연히 ‘예술가들에게 힘이 되는 활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2008년 만들어진 온라인 카페 ‘아티스트팬클럽’이 그 전신이다. 일산, 명동, 영등포 등의 카페와 연계해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 및 판매할 수 있도록 돕는 ‘카페 프로젝트’나 관람객과 작가가 파티처럼 어울리는 ‘반짝쇼’ 등 주로 신진 작가들을 세상에 알리는 일에 주목한다.

정지연 에이컴퍼니 대표는 “일반인들은 미술을 너무 비싸고 멀게만 생각하고, 작가들은 직업인으로서의 좌표를 잃고 주눅이 들어있다”면서 “이 두 집단을 편하게 만나게 해, 신예 작가들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고 싶었다”고 전했다.

사실 지금까지 젊은 신예 작가들이 작품을 걸 수 있는 공간은 ‘대안공간’ 형태의 갤러리가 대부분이었다. 대안공간은 주로 커피나 차를 팔거나, 방송 촬영 등에 공간을 대관하는 수익금으로 운영하며, 젊은 작가들에게 작품 전시의 기회를 제공하는 곳이다.

박무림 대안공간 ‘정다방프로젝트’ 전시기획자는 “거대 메이저급 갤러리와 상업 갤러리들 사이에서 젊은 작가들은 갈 곳을 잃는다”며 “작품 활동을 지속해야 생명력을 가질 수 있는 작가들이 자기 작업을 보여주고 커리어를 쌓을 수 있게 하기 위해 우리 같은 공간들이 자생적으로 생겨났다”고 전했다. 그뿐만 아니라 서울시문화재단이나 문예진흥원 같은 기관들과 연계하여 작가를 후원하는 프로젝트를 도모하기도 한다.

◇사회보장 범위에서 벗어난 ‘외로운’ 예술가

‘예술가의 자립 지원’이라는 미션을 가진 사회적기업이 등장했다는 것은 그만큼 그들의 자립이 힘들다는 방증이다. 학원 강사를 병행 중이라는 한 작가는 “작가만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면서 “아르바이트는 기본이고, 졸업 후 관련없는 분야로 가버리는 사람도 많다”고 전했다.

정지연 대표는 “예술가가 직업인으로 자립하기 위해서는 뚜렷한 수입 없이 많은 시간을 거쳐야 하지만 그 시간을 지탱해줄 제도적인 지원이 없다”며 “작년 연말 제정된 ‘예술인복지법’도 영화나 공연 스태프처럼 현장인력의 산재보험 정도에 머무르는 수준”이라고 했다.

김노암 사단법인 비영리전시공간협의회장은 “예술가의 생존과 창작을 위한 최소한의 지원 체계와 인프라를 갖추는 것이 우리가 꿈꾸는 선진국형 복지국가의 모습”이라고 했다. 영국의 경우, 준정부기구인 예술위원회(Art Council)가 작가지원, 무이자대출프로그램(Own Art), 아트페어 및 국제펠로우십 지원, 미술시장 관련 연구 및 정보교류 지원 등 국가의 미술 지원제도를 실질적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HSBC은행 등 민간 기업에서도 이런 제도에 동참하고 있다.

◇프리랜서 창작자 협동조합도 생겨

예술가의 처우가 불안한 것은 비단 순수예술만의 문제는 아니다. 디자이너, 편집자, 개발기획자 등 산업과 연관된 창작자들의 현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때문에 생겨난 곳이 프리랜서 창작자 협동조합을 지향하는 ‘소셜크리에이티브’다. 2011년 8월 설립된 이곳은 온라인상에서 디자이너들의 포트폴리오를 모아, 디자인이 필요한 기업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직접 거래를 성사해주는 일 외에도, 창작자들이 공정한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표준계약서를 쉽게 고치거나, 업계의 평균 인건비를 산출하고, 지급 불이행 기업 DB를 구축한다. 박진호 소셜크리에이티브 대표는 “디자인 쪽은 시장 자체가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면서 “이 문제들을 하나하나 풀어내 디자인 창작자들이 일하기 좋은 현장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현대카드가 온라인을 통한 ‘현대카드 뮤직 프리마켓(MUSIC Free Market)’을 만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음원을 창작한 뮤지션들, 특히 인디(독립) 뮤지션들을 열악한 환경에 빠뜨리는 비정상적인 음원 유통 구조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다. 이곳에서 뮤지션은 자신이 만든 음원을 원하는 가격에 팔 수 있고, 음악팬들은 기존 음원 유통 채널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새롭고 다양한 음원을 구매할 수 있다.

특히 음원 판매 시 판매금액의 80%가 아티스트에게 돌아간다. 지난 6월 8일 오픈 이후 약 한 달 만에 아마추어 밴드와 홍대 인디 뮤지션,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 참가자 등 약 420여 팀이 900곡 이상을 등록하는 등 뮤지션들의 큰 호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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