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 인큐베이팅 르포
“정부의 전통시장 정책을 살펴보고 있던 중입니다.”
청년 사회적 기업가를 꿈꾸는 ‘영등포샵’ 백성현(25) 대표가 허리 높이의 파티션 너머로 말을 잇는다. “우리 팀은 우리가 살고 있는, 영등포를 기점으로 온라인 소셜 마켓을 만들려고 합니다. 영세 상인이나 전통 시장을 위한 홍보망이나 판매처를 제공하는 온라인 마켓을 구축하려는 것이죠.”
지난 7일 오전,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사회적기업지원네트워크(이하 ‘세스넷’) 창업보육센터 3층 사무실에서 사회적 기업가를 꿈꾸는 청년들을 만났다. 이들은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 주관하는 ‘청년 등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2기 멤버들로, 지난 5월 23일 이곳에 입주했다. 이승수 세스넷 매니저는 “2011년에 진행했던 1기 13개 팀 중에 법인 설립까지 이어진 팀이 9개에 이를 정도로 인큐베이팅의 성과가 외형적으로 나타났다”면서 “2기 모집 때는 설명회 당시 100개 넘는 팀이 모이는 등 경쟁도 치열했다”고 덧붙였다. 창업팀은 사업 계획서 등 서류심사와 한 달간의 프리스쿨 교육을 통해 선발됐으며, 이들에게는 사업비(최대 3000만원), 창업 공간, 컨설팅 등이 지원된다.
이날 모인 청년 창업가들이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내가 가진 사업 아이템을 어떻게 수익창출로 연결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가구 하나를 팔 때마다, 또 한 개를 기부하는 방식(원+원)의 사회적 기업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준비 중인 이상현(32)씨는 “책상 하나 팔면서 두 개를 주면 뭐가 남느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지만, 가구를 하나를 만들든 2개를 만들든 시간은 1시간 추가될 뿐”이라며 “1시간의 재능기부와 재료비 마진을 떨어뜨리는 방법을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대 건축설계학과 박사과정을 휴학 중인 구민근(35)씨는 “우리 팀(Fair Space) 콘셉트는 공간의 개념을 소유에서 공유로 바꾸는 것”이라며 “지역의 경로당, 어린이집, 주민센터 등을 활용, 공간이 비는 시간을 좀 더 가치있게 쓰기 위한 컨설팅과 공간 기부를 하는 것이 사업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아직은 법인이나 로고 등 회사 틀을 만드는 부분에 집중하고 있지만, 곧 본격적으로 수익 모델을 구체화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보기 힘들다는 점은 청년 사회적기업가들이 직면하고 있는 고민 중 하나다. 대학의 상설 벼룩시장 사업 ‘스누마켓’을 준비하고 있다는 김성경(31)씨는 “10개월 이상 장기적인 준비를 해야 하는 탓에, 여기 모인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활을 위해 별도의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했다. 구민근씨는 “집이 지방이라 자취를 하는데, 창업 준비를 하는 동안 생활에 대한 지원이 없는 것은 아쉽다”고 전했다. 지난 1기 창업팀으로, 6월 5일 예비사회적 기업으로 인증된 한국운동발달연구소의 부준석 기획이사는 “창업멤버들이 다 떨어져나가고 대표인 나만 남았다”며 “대부분의 소셜벤처, 특히 젊은 기업일수록 미래에 대한 불안함 등으로 중도하차하는 경향이 많다”고 전했다.
전문가들도 “지나친 낙관을 경계하라”고 지적한다. 김진환 세스넷 창업보육센터 매니저는 “많은 청년이 본인의 아이템을 최고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참가팀의 절반 이상은 수익성이나 현실성이 부족해 방향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2시 반,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에 위치한 재가노인복지시설 ‘홍광데이케어센터’에서는 시설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체력증진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었다. “어르신, 상체 움직이지 마시고, 팔을 더 안쪽으로 넣어보세요.” 순환운동장비 앞에서 노인들의 동작을 바로 잡고 있는 이들은 지난 6월 5일자로 예비 사회적기업에 지정된 ‘SPC(Social Physical Culture)’ 박주영(38)·김용성(37) 이사다. 서울대 체육교육과를 졸업한 이들은 세스넷의 육성사업 1기 멤버로, 지난 1년 동안 사회적 기업 인큐베이팅을 마쳤다. 김용성 SPC 이사는 “지난 1년 동안 어르신들만을 위한 체력증진 프로그램을 직접 개발했고, 현재 데이케어센터나 요양원, 실버타운 등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운동장비를 유통하면서 수익을 내고 있다”고 했다.
박주영 이사는 “고령화시대에 돌입했기 때문에 노인 건강관리 프로그램의 수요는 충분히 늘어날 것”이라며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실버 인력이 노인운동지도사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하고, 어르신들이 직접 센터를 관리하게끔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