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인구 40억, 경제 규모 5500조원. 하루 10달러 미만의 구매력으로 생활하는 저소득층 소비자인 BOP(Bottom of Pyramid) 시장에 주목하는 기업가들이 있다. 이들은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로, 개발도상국의 자립을 돕는 비즈니스를 개발한다.
한국의 사회적기업가들도 코이카와 협력해 개발도상국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코이카의 CTS(혁신적 기술 프로그램·Creating Innovative Values with KOICA)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2015년 론칭한 CTS는 청년 기업가들의 아이디어와 기술을 접목해 의료·교육·에너지 등 제3세계의 문제 해결을 돕는 스타트업들을 발굴·양성하는 프로그램이다.
올해로 코이카의 CTS사업 4년차.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GS타워에서 코이카(한국국제협력단·KOICA)가 주최하는 ‘제 1회 이노베이션 데이’ 행사가 열렸다. 이미경 코이카 이사장은 “좋은 기술을 가진 소셜 벤처들이 개도국 국민의 삶을 향상시킬 뿐 아니라 해외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일류 기업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코이카 수장 이미경 이사장은 누구?
그는 행사장에서 ‘청년 일자리’와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를 가장 많이 언급했다. 이제 코이카가 개도국의 무조건적인 인도적 지원을 넘어, 지속가능하고 혁신적인 방법으로 개도국의 근본적 빈곤 문제를 해결하고 솔루션의 주체가 사회적기업, 소셜벤처 등 청년들이 되도록 지원·협력하겠다는 뜻이다.
이 이사장은 “사회적 가치란 양질의 일자리 창출, 상생협력, 균등한 기회와 사회 통합을 통해 더불어 사는 공동체와 민주주의를 만드는 것”이라며 “이 중에서도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는 코이카를 포함한 모든 공공기관이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일자리 창출 및 사회적 가치 실현 비전’의 가치를 내건 이번 행사는 정부기관, 학계, 예비 창업가, 사회적기업 등 이해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CTS 프로그램 소개뿐만 아니라 참여한 기업들의 성과 발표, 예비 참가자를 위한 2018년 CTS 사업 설명회까지 이어졌다.
◇2018년 사업부터 GS글로벌 참여…해외원조에도 中企 ‘상생협력’ 의지
CTS 프로그램은 단계별로 각각 최대 3억부터 10억까지 규모별로 사업화 자금을 지원한다. 2015년 10개 사업, 2016년 6개 사업, 지난해에는 17개 기업을 지원했다. 2016년 7월부터는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의 그랜드챌린지 공식 파트너로 활동 중이다.
올해 사업부터는 GS글로벌이 협력 파트너로 참여한다. CTS 프로그램에도 대기업와 중소벤처기업 간 파트너십이 이어지는 것. 이날 행사에 참여한 허세홍 GS글로벌 대표이사는 코이카와 업무 협약을 맺으면서 “코이카의 개도국에 대한 사회경제발전 지원활동과 국제 협력 증진 사업에 적극 지원하겠다”며 “앞으로 중소벤처기업들과의 상생협력을 통해 보다 나은 사회적 가치 창출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GS글로벌과 코이카간 업무협약은 CTS 프로그램을 통해 선발된 중소벤처 기업인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기업인의 해외진출 지원, 국제개발협력 이해증진사업 및 개도국의 사회·경제 발전 지원 활동 등이 주요 내용이다. GS글로벌은 1954년 출범한 국내 두 번째 종합상사로서, 전 세계 30여 개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한 사업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CTS 프로그램에 참여한 유망 중소 벤처기업들에게 해외 사업 경험과 사업 노하우를 직접 지원하며, GS그룹 계열사와도 협업하는 기회를 제공해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도울 예정이다.
이노베이션 데이에는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장관, 조현 외교부 제2차관, 박진경 청와대 사회적경제비서관실 국장 등도 참석했다. 홍 장관은 “한국의 기술력은 뛰어나지만 비효과적인 시스템으로 인해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라는 말을 자주 듣는데, 벤처 지원 방식을 전면 개선해 좋은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벤처 기업과 자본을 적극 지원하려고 한다”면서 “GS글로벌과 코이카의 협력 사례처럼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간의 상생협력으로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일에 중기부도 적극 동참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어려운 이웃 돕고 해외 판로 개척…두 마리 토끼 잡을 사회 혁신가들 모였다
이날 행사에는 CTS 프로그램 우수 참가 기업 6곳이 사업 내용과 그동안의 성과를 정리해 소개하기도 했다. 나무를 심는 게임으로 알려진 트리플래닛은 2016년부터는 네팔의 커피농가 투자 사업을 시작했으며, 실리콘밸리의 교육 스타트업인 에누마는 개도국 환경에 최적화된 아동교육 앱 킷킷학교를 개발했다. 또한, 건축 스마트 설계 프로그램을 개발, 공급하는 스페이스워크는 토지 분석 소프트웨어를 통해 개도국의 토지개발 사업의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했으며, 조명 개발 업체인 루미르는 에너지빈민들을 위해 접근성이 좋고 가격이 저렴한 연료를 이용해 불을 밝히는 기술을 개발한다. 그 외 스마트 약상자 솔루션을 개발한 제윤, 인공지능 진단 서비스 솔루션 업체 뷰노코리아 등의 사례발표도 이어졌다. ☞CTS 프로그램 우수 기업을 자세히 알고 싶다면?
◇“2018 코이카 CTS의 주인공을 찾습니다”
1만3733명. 지난 3년간, CTS 프로그램을 통해 개발된 서비스를 이용한 개발도상국 사람들의 수다. 간접 수혜자까지 포함한다면 약 130만 명이 혁신 기술을 경험했다. CTS 파트너들은 개발도상국에서 개발협력 난제를 해결할 뿐만 아니라 총 42개 특허가 등록되고 국제 유수 공모대회에서 총 51명이 수상하는 성과까지 달성했다(올해 초 기준). ☞노을, 닷 등 CTS 우수 사례 보기
코이카는 올해도 CTS 참가 파트너를 모집한다. 오는 7일부터 3월 14일까지 공모(www.koica-cts.com)를 통해 신청할수 있다. ODA 관련 예비 창업자, 사회적기업 등이 대상이며 사업분야는 최빈국 국가를 위해 UN이 정한 SDG 목표에 따라 나눠지며 사업 대상 국가는 OECD 개발원조위원회에서 지정한 수원국 46개국 47개 사무소 기준으로 한다. 다만,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 외교부에서 방문을 금지하는 국가는 사업 대상에서 제외된다.
참가단체는 1단계 서면심사, 2단계 발표심사와 3단계 심층심사를 거쳐 선정되며, 선정기업들은 개발협력에 관한 현지 정보 교육과 코이카 사업 담당자와의 격월 미팅, 밀착 사업 회의를 거쳐 사업을 진행하게 된다. 보다 자세한 정보는 코이카 CTS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