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목)

시장성과 사회적 가치 모두 잡았다…혁신적 아이디어 주목받는 소셜 벤처는?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GS타워에서 코이카(한국국제협력단·KOICA)가 주최하는 ‘제 1회 이노베이션 데이’ 행사가 열렸다. 이날 이미경 코이카 이사장,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롯 200여명의 이해관계자가 참여한 가운데 코이카의 CTS(혁신적 기술 프로그램·Creating Innovative Values with KOICA) 프로그램과 우수 참가기업이 청중에게 소개됐다. CTS는 코이카가 청년 기업가들의 아이디어와 기술을 접목해 의료·교육·에너지 등 제3세계의 문제 해결을 돕는 스타트업들을 발굴, 양성하기 위해 도입한 프로그램이다. 2015년 10개 사업, 2016년 6개 사업, 지난해에는 17개 기업이 지원을 받았다. 

코이카 이노베이션 데이에 ‘CTS 프로그램 참가 기업의 사업성과 발표’ 세션에서 소개된 우수 소셜벤처들을 소개한다. 이들은 코이카의 지원을 통해 해외 개도국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트리플래닛(TREE PLANET)

트리플래닛은 ‘커피를 통해 세상을 바꾼다’는 미션 아래 숲 조성 등 환경 보호와 개도국 국민의 삶의 질 향상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트리플래닛이 궁금하다면?

나무를 심는 게임을 통해 12개국 170개 숲을 조성한 트리플래닛은 2016년부터는 네팔의 커피농가를 돕는 데 팔을 걷어붙였다. 2015년 4월 7.8도의 강진이 네팔을 강타하면서 심각한 인명피해는 물론 살 곳과 일터를 잃은 사람들이 무수히 생겨났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네팔에 어떤 도움이 필요할까 조사를 하다가 무너진 농장을 복구해달라는 현장의 요구를 많이 들었다”면서 “트리플래닛의 숲 조성 프로젝트와 같이 참여자의 이름으로 커피나무를 심고 공동 농장주 자격을 주는 캠페인을 전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네팔의 산림을 복구하고 주민의 소득을 안정화하기 위해 크라우드 펀딩으로 투자자를 모집하고, 투자자에겐 펀딩한 만큼의 원두를 주며 남은 수익으로는 커피 창고를 만드는 데 사용한다.

김형수 트리플래닛 대표가 사업소개를 하고 있다. ⓒ코이카

네팔 커피산업은 한 해 수확량이 400~600톤 정도로 다른 국가에 비해 비교적 규모가 적을 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소규모로 경작됐기 때문에 품질이 균일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5000원짜리 커피를 한잔 마시면 농가에는 25원이 돌아가는 열악한 유통 구조였다. 이에 트리플래닛은 네팔 최초 커피전문기업 ‘히말라얀 자바커피’와 네팔 1위 농업 지원 국제 NGO인 ‘스위스 NGO 헬베타스’와 함께 농가들의 교육과 커피 가공센터를 구축했다. 카트만두에서 차로 3시간 거리에 있는 누와코트와 네팔 동쪽 끝 일람이 해당 지역이었다. 

사업 첫 해였음에도 불구하고 현지 농가에 큰 성과가 있었다. 트리플래닛은 2016년 총 4회 캠페인을 통해 1754명의 네팔 커피나무 농장주를 탄생시켰다. 이를 통해 지진으로 커피 가공센터가 무너져 제품 생산에 어려움을 겪던 누와코트 커피농가에 커피 가공센터가 증축되면서 질 좋은 커피 원두가 생산될 수 있었다. 커피농가 소득이 30년째 요지부동인 일람 지역 역시 센터 설립으로 일부 기업이 독점했던 불합리한 유통구조에서 벗어났다. 트리플래닛은 해당 지역의 800여농가와 주민 4800여명의 소득이 30%가량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올해부턴 커피 사업을 네팔에 이어 인도네시아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에누마(ENUMA)

실리콘밸리의 교육 스타트업인 ‘에누마’는 교육 앱으로 성공을 거둔 기업이다. 지난 2013년 6월, 에누마에서 내놓은 수학 학습 앱 ‘토도수학(Todo Math)’은 전 세계를 휩쓸었고, 서비스 1년 만에 다운로드 150만건을 기록했다. 중국, 미국 등 20개국 앱스토어 교육 부문 1위를 차지하고, 미국내 학교 1300곳에서는 토도수학을 학습 도구로 활용하고, 애플은 22개 국가 자사 매장 제품에 토도수학을 깔았다. 

에누마에서 개발 중인 ‘토도스쿨(Todo School)’ 앱. 현지화작업을 통해 추상적인 캐릭터 대신 흙바닥에서 기어다니는 벌레로 아이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도록 했다. ⓒEnuma

에누마 전 세계 아동들이 장애, 가난 등 어떤 제약에도 구애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개발하고 있다. 개도국 환경에 최적화된 아동교육 앱 ‘킷킷학교’는 학교나 교사가 없는 지역에서도 인터넷 지원 없이 초절전형 태블릿만으로도 기초 언어 및 수리 교육이 가능하다. 나아가 오픈 소스 기반으로 제품을 설계해, 기존에 설계된 언어뿐 아니라 다양한 수혜국 언어도 개발 가능하다.

“처음에는 아동 개인의 학습장애에 맞춰 제품을 만들었는데 테스트 과정에서 저마다의 이유로 학습이 어려운 아이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영어를 모르고 학교에 입학한 이민자 가정의 아이부터 빈곤 가정에서 태어나 한 번도 학교 문턱도 밟지 못한 아이까지…이렇게 ‘배우고자 하는 모든 아이’로 대상이 확대됐죠.”(이수인 에누마 대표) ☞이수인 에누마 대표 인터뷰 보기

이수인 에누마 대표. ⓒ코이카

에누마는 2016년 7월 3주동안 탄자니아 9개 지역에서 아동 254명을 대상으로 사용성 테스트를 실시했다. 아동들이 스스로 기기와 앱의 작동을 습득할 수 있는지 검증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같은 해 11월 탄자니아의 다레살람과 바가모요에 소재한 학교 3개소에서 아동 461명을 대상으로 교육 시범사업을 시행, 참여 아동들의 성적 향상도를 모니터링했다. 그 결과 아이들은 주어진 시간 내에 스스로 기기 조작법을 터득했고, 거의 모든 평가항목에 걸쳐 성적이 고루 향상됐다. 그러나 지역별 편차가 커서 도시에서 멀어질수록, 빈곤의 정도가 심해질수록 기기에 적응하는 시간과 학습 반응도가 낮아지는 한계도 나타났다. 이에 에누마는 치열합 앱 개선, 보완 작업을 실시했다. 현지 테스트 자료들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보충하고 아이들에게 기기 사용법과 충전 방법을 가르치는 튜토리얼도 제작했다. 지난해 1월 말에는 세계 최대 비영리 벤처 재단인 엑스프라이즈 재단(X-PRIZE Foundation)에서 진행하는 전 세계 아동 문맹 퇴치 경진대회 ‘글로벌 러닝 엑스프라이즈(Global Learning Xprize)’에 킷킷학교를 출품, 지난해 9월 결승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현재 에누마는 탄자니아 및 케냐 지역에서 필드테스트 및 콘텐츠 현지화를 2단계에 거쳐 진행했다. 다가오는 2019년 오픈소스로 공개해 공용어 이외에도 다양한 언어 지원을 통한 솔루션 개발을 적극 유도할 계획이다.

 

스페이스워크(SPACE WALK)

건축가이자 인공지능 건축 소프트웨어 개발자인 조성현 스페이스워크 대표는 지난 2016년 서울주택도시공사의 도시계획 사업을 시작하면서 사회주택에 관심을 갖게 됐다. 조 대표는 “건축계획을 하려면 선정한 토지 위에 용도에 맞는 계획을 세우는 게 중요한데 전문가들도 2주 정도 소요되는 내용을 소프트웨어는 단 20초 만에 해결해준다”면서 규모가 작고 사업성이 없는 개도국의 토지개발 사업 등에 적합하다”고 이야기했다.. ☞스페이스워크 사업이 궁금하다면?

조성현 스페이스워크 대표. ⓒ코이카

베트남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12.5백만m2의 사회주택을 국민들에게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 공공 기금 또한 고갈되고 있는 실정이다. 건축 스마트 설계 프로그램을 개발, 공급하는 스페이스워크는 베트남 사회주택 사업의 주요 파트너다. 원활한 민간 자본 투자를 위해 사회주택 스마트 설계 프로그램을 개발하며 해당 프로그램을 이용해 사업 타당성을 빠르게 검토하고 비교하게 한다. 이에 정부는 정확하고 투명하게 토지 분석을 개발자에게 공급할 수 있다.

 

루미르(LUMIR)

13억명. 전 세계 빛으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의 숫자다. 이들은 소득의 30%를 오롯이 연료를 구입하는 데 사용한다. 빈민들 대부분은 싼 가격의 등유램프를 사용하는데 등유 램프 에너지의 90%는 열로 소진되고 단 10%만 빛을 밝힐 수 있으며 위해 물질도 발생됐다.

연료 절감을 극대화한 루미르의 특허 기술이 담긴 조명. ⓒ루미르

조명 개발 업체인 루미르는 고민을 거듭했다. ‘에너지빈민들을 위해 접근성이 좋고 가격이 저렴한 연료를 이용해 불을 밝히는 기술은 없을까.’ 그리고 마침내 루미르는 휘발되는 등유의 90% 열에너지를 빛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는 ‘열에너지 안정화 기술’을 고안해 등유를 그대로 사용하되 열을 전기로 바꿔 효율적으로 빛을 낼 수 있는 LED 전등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한국과 미국에 특허로 등록됐다. 이후 주연료를 등유보다 쉽게 구할 수 있고 가격이 싼 식용유로 바꾸었다. 사업 지역이었던 인도네시아 보르네오 섬에선 등유 가격이 꽤 비쌌고 날씨가 더운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튀긴 음식이 많아 식용유를 쉽게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촛불 램프로 첫 매출액만 10억!…스타트업 ‘루미르’

무대에 나온 박재원 루미르 대표. ⓒ코이카

루미르는 보르네오 섬에 총 두 차례에 걸쳐 150개 전등을 150가구에 보급해 사업성 시뮬레이션 조사를 했다. 그 결과 일반 등유램프 대비 연료 소비량을 큰 폭으로 줄었다. 식용유 0.5L로 약 100시간 사용이 가능하면서도 빛의 양의 약 2.5배 더 밝은 것. 등유램프 500개를 루미르 제품으로 바꿨을 때 약 10배 높은 효율성으로 연간 530만톤의 이산화탄소를 절감하고 7만7000달러의 연료비를 아낄 수 있는 셈이다. 실제 해당 지역 주민들은 등유램프 대비 연료비를 80%를 절감했으며 사용 주민 97%가 제품 구매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인도네시아 석탄회사인 바라멀티 등 다수의 기업 및 기관과 제품 판매에 대해 협의하고 있는 등 현지 상용화 단계에 임박했다.

 

제윤(JEYUN)·뷰노코리아(VUNO KOREA)

약을 언제 복용해야 하고, 무슨 병에 걸렸는지 알려주는 최첨단 기술이 있다. 바로 스마트 약상자를 개발한 ‘제윤’과 성 접촉 감염병 진단 인공지능 기술을 고안한 ‘뷰노코리아’다.

결핵은 약만 제때 잘 챙겨 먹으면 완치될 수 있는 병이지만 약 6개월동안의 긴 복용기간으로 인해 치료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발생한다. 그리고 낮은 수준의 의료 인프라 때문에 개도국으로 갈수록 투약 순응도는 낮아진다. 제윤은 아프리카 모로코에 스마트 약상자를 선보였다. 모로코는 전 세계 결핵 사망률 상위 30% 이내에 들 정도로 가난과 문맹으로 결핵 치료 중단율이 높다.

김주현 제윤 이사. ⓒ코이카

“모로코 현지 주민들에게 적용해보니 전통적 복용 방식으로는 환자의 77%만이 약을 챙겨 먹지만 이 스마트 약상자를 이용하면 환자의 94.7%가 약을 복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약 복용이 필수인 결핵환자들에게 효과적인 기술이지요.”(김주현 제윤 이사)☞제윤의 스마트 약상자 더 알아보기

CTS 참가 기업 최초로 ODA 수원국으로부터 20만달러 투자를 유치한 제윤은 결핵 모니터링 서비스에서 나아가 만성질환 영역으로 넓혀 지속적인 바이오 데이터를 수집 중이다. 모로코 국가 보건 정보를 통해 기존 복약 모니터링 시스템은 질병 관리 시스템으로 확장하고 추후 임상시험, 초기치매치료, 네팔, 이란 등 저개발국 공공보건영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뷰노는 트리코마나스, 임질, 클라미디아 등 성매개 대표 감염병 4종에 대한 인공지능 진단 서비스 솔루션 업체다. 뷰노는 매년 4억명이 가난과 의료 인프라 부족으로 성매개 질병에 감염되지만 성병 진단을 위해 매년 42억회에 달하는 검사가 이뤄지며 177조원에 달하는 시장이 형성돼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기술 원조가 필요하면서도 시장성이 보이는 지속가능한 비즈니스인 것.

김현주 뷰노 이사가 사업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코이카

사업의 시작은 몽골이었다. 국토 면적은 한국의 10배 이상 넓지만 인구수는 300~400만명 밖에 되지 않는 지역이다. 유목민 특성상 원활한 의료지원 서비스를 받기 어렵고 다양한 환경적 요인과 맞물려 임산부의 성병 유병율이 30%에 달한다. ☞뷰노코리아의 인공지능 성매개 질병 진단 기계가 궁금하다면?

뷰노는 인공지능을 통해 병을 진단하는 현미경을 똑똑하게 만들었다. 몽골 10곳의 주요 의료기관에서 1만개 이상의 질병 데이터를 수집하고 10명 이상의 의사와 함께 분류했다. 환자의 몸에서 채취한 균을 현미경으로 찍어 보내면 만개 이상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이 병을 진단해준다. 뷰노의 솔루션은 지난해 말 필드 테스트를 통해 몽골의 국립전염병센터의 중간급 병리의사의 판독속도와 정확도를 확보할 수 있었다. 현재 몽골에서는 뷰노 기술을 몽골 표준 프로세서로 가져갈 것을 제안해왔고 국내 특허는 물론 해외 출원도 완료된 상태다.

 

☞코이카 이노베이션 데이, CTS 사업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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