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5일(월)

[기업 자원봉사 A-Z] ⑨ 지역 밀착형 자원봉사로 신뢰 높인 파트너십

무안군자원봉사센터-한국공항공사 무안지사 ‘농어촌 안전망, 우리가 지킨다’

“친구 집에 비하면, 우리집은 너무 누추해서 창피해요.”

지난 4월 중순, 한국공항공사 무안지사로 갑작스레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평소 무안군 위기가정 사례를 한국공항공사에 연결해온 무안군 자원봉사센터였다. 한 초등학생이 열악한 가정환경을 비관해 자살충동을 호소한 상황. 정신질환을 앓는 아이의 부모는 공장에서 최저생계비 정도의 수익을 겨우 벌고 있었다. 이에 한국공항공사 담당자와 센터의 사례담당자가 함께 아이의 집을 방문했다. 가구라곤 매트리스 하나에 사방에 널린 빨래 더미, 차마 사람이 사는 곳이라 믿을 수 없는 집이었다. 한창 사춘기인 아이에겐 독립된 공간도 없었다. 이에 공사 봉사단은 5월부터 공부방 만들기 프로젝트 기획에 들어갔다. 임직원들이 출동해 직접 도배도 했다. 3일간 공들인 공사 끝에 아이는 아담한 자신의 공부방을 가질 수 있었다.

공사 전의 열악한 주거환경 ⓒ한국공항공사 무안지사

◇기업과 센터가 발벗고 나선 ‘지역 밀착형’ 봉사

 

지역 내 위기가정을 돕기 위한 공항공사와 무안군 센터의 자원봉사 협력은 올해로 10년째다. 공사는 2007년부터 전기•기계•통신•토목•건축 등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하늘로 봉사단’을 주축으로 월 3~4회씩 위기가정의 집수리 및 주거 환경 개선을 지속해왔다. 센터는 통합 사례 관리를 통해 매년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위기 가정을 지원해왔다.

본격적인 MOU를 맺은 2011년부터는 매년 약 40가구씩, 300가정 이상 연계했다. 천철주 한국공항공사 무안지사 담당자는 “무안 지역은 농어촌 가정이 대부분인데다 노후주택에 사는 독거어르신이 많아 누전으로 인한 화재도 자주 발생했다”며 “지역 사회 안전망을 구축해보자는 마음에서 ‘나눔으로 띄우는 행복한 세상’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군내 가정 공부방 개선 작업 중인 한국공항공사 무안지사 ‘하늘로 봉사단’ ⓒ무안군자원봉사센터

프로그램이 10년 동안 지속 가능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공사와 센터는 입을 모아 “봉사단의 풍부한 전문 인적 자원을 활용한 덕분”이라 말했다. 실제 공사는 보일러 교체를 시작으로 공부방 만들기, 출입문 교체작업, 도배 장판 교체 등 전문 기술이 필요한 봉사활동을 꾸준히 해왔다. 손성만 무안군 자원봉사센터 담당자는 “기존에는 도배, 전기안전점검 등의 전문성이 있는 자원봉사자를 확보하기 어려워 지속적으로 봉사활동을 진행하지 못했다”며 “집수리 및 전기안전점검 등 전문가들로 구성된 풍부한 인적 자원이 있는 지역 공기업과 협업하기 위해 한국공항공사에 먼저 봉사 프로그램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센터가 지역 내 도움이 필요한 사례를 직접 연결하는 ‘지역 밀착형 봉사’에 대한 기업 임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은 것도 한 몫 했다. 천철주 한국공항공사 무안지사 담당자는 “참여한 직원들이 거의 전문가 수준으로 도배를 하게 될 정도”라며 “전직원이 봉사 활동을 통해 지역 내 어려운 가정과 사회를 돌아보며 자신을 성찰하고 이웃의 소중함도 느낄 수 있어 매우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성만 센터 담당자도 “수요 조사 및 발굴로 지역민 중심의 애로사항을 해결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봉사활동을 실시했다”며 “봉사단원들과 즐겁고 의미있게 참여하는 봉사활동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협업 통해 선순환 구조 만들어

직접 벽지 도배를 돕고 있는 한국공항공사 무안지사 임직원들 ⓒ한국공항공사 무안지사

공사와 센터의 지속적인 협업은 일회성 재능봉사를 넘어 자원봉사의 선순환을 만들고 있다. 천철주 담당자는 “2012년부터 개인 자원봉사 실적이 1년동안 15시간을 초과하면 자신이 원하는 가정에 200만원을 지원할 수 있는 ‘도와주고 싶어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라며 “회사가 이에 매칭그랜트로 기부금을 더해줘 자원봉사의 선순환이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도와주고 싶어요’ 프로그램을 통해 취약 계층 자녀들의 공부방 수리, 책장, 옷장 등 후원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손성만 센터 담당자는 “갑작스레 적잖은 예산이 들어갈 때나 도움의 손길이 필요해 어려움이 있을 때도 한국공항공사와의 협업을 통해 해결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기업과 센터간 성공적 협업을 위한 팁은 무엇일까. 천철주 담당자는 “자원봉사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며 “평소에 센터와 자주 교류하고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각종 지역 행사 등 주위에서 협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찾아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성만 센터 담당자 역시 “기업 내 자원봉사 담당자와 연간 활동 계획 등을 상호 공유하는 등 돈독한 연대를 만들 필요가 있다”며 “인적‧물적 자원을 가진 기업이 협력 파트너로 연계될 수 있는 기회를 자주 만들고 단체들과 연계할 수 있도록 자원봉사센터는 지원과 나눔, 안전망 구축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새롭게 탈바꿈한 공부방에서 한국공항공사 무안지사 봉사단 직원들이 포즈를 취했다 ⓒ한국공항공사 무안지사

기업 자원봉사 파트너십, 이렇게 해보세요
-손성만 무안군 자원봉사센터 담당자 & 천철주 한국공항공사 무안지사 담당자의 TIP

Q1. 기업과 함께 자원봉사를 기획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위기가정을 위한 여러 봉사활동을 해오던 중, 지역 내에 노후된 주택이 많아 집수리 및 전기안전점검 등 전문 기술을 가진 자원봉사자가 필요 했어요. 한국공항공사 무안지사는 기업의 특성상 각 분야별 전문가가 많은 탄탄한 인적 자원을 바탕으로 지역 주민의 니즈에 맞는 봉사활동을 지속적으로 실시할 필요가 있었죠. 지역 내 공기업과의 협업체계로 지속적인 맞춤형 봉사활동을 실시하고 행복한 지역사회 안전망을 구축하고자 공사에 해당 프로그램을 제안하게 됐습니다.” (손성만 센터 담당자)

Q2. 지역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했나요?

“지역사회 위기가정 통합 사례관리 담당자의 수요조사를 바탕으로 지역의 니즈를 발굴해냈어요. 특히 무안군은 노후주택에 어르신 혼자 살고 계신 경우가 많아서 전기 안전 사고 등 화재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있는 상황 이었죠. 이를 위해 민‧관 협력협약을 체결해 기업과 함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인적 자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봉사 프로그램을 기획했습니다.” (손성만 센터 담당자)

Q3. 기업과 자원봉사센터의 협력 중 기억에 남는 일은?

“무안군 H면 초등학교 6학년 아이 사례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센터에서 의뢰가 들어와서 사례 담당자와 함께 현장답사를 했는데, 차마 사람이 살 수 없을 정도로 열악했죠. 제가 초등학교 4학년 키우는 아빠인데, 이를 보고 가슴이 아파서 꼭 지원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설팀 차장님이 주도해서 센터와 의기투합해 공부방을 마련했는데, 아이가 엄청 좋아하더라고요. 나중엔 아이가 감사편지까지 보내왔는데 가슴이 너무 뿌듯했습니다.

2013년도에는 무안군 성내리로 집수리 봉사활동을 간 적이 있어요. 그곳도 어르신이 혼자 계시는데 거동이 불편하신 상태였고 집도 허물어지기 직전이었죠. 당시 무안군과 연합해서 ‘러브하우스 1호점’이란 이름으로 좋은 집을 마련해준 기억이 납니다. 2012년도에 하늘로 봉사단이 전라남도 자원봉사 우수기업도 선정되고, 무안군 다문화가정지원센터로부터 감사패도 받았던 것도 지역 사회에 끼친 좋은 임팩트를 확인했던 경험입니다. “(천철주 공사 담당자)

Q4. 월 3~4회씩 10년이나 지속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안군에서 3월부터 사례관리 대상자 선정에 들어갑니다. 이에 대상자 선정 전까진 위기가정 주거 환경 개선 봉사, 급식 봉사 등으로 대체하는 등 쉼없이 지속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했습니다. 센터와 공사가 서로에게 기대하는 만큼 이 일을 꾸준히 해야 한다는 신뢰와 믿음이 있고, 사내에서도 지사장님부터 전직원이 나눔 활동을 실천해야한다는 공감대가 있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천철주 공사 담당자)

Q5. 기업과 자원봉사센터간 협력을 위한 팁이 있다면?

“인적‧물적 자원을 가진 기업이 협력 파트너로 연계할 수 있는 기회를 자꾸 만들어가세요. 기업의 인력과 자원을 활용하면 지역사회의 사각지대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는 재능기부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습니다. 여러 단체들과 연계해 이들이 지역사회 일원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나눔, 안전망 구축, 지속적인 관계형성 등이 필요합니다. 또한 기업과 센터간 지역 주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준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국공항공사 무안지사의 경우, 전직원이 함께 봉사를 통한 지역 나눔에 기여한다는 봉사의식을 가졌기에 보람을 느끼며 지속적인 협력이 가능했습니다.” (손성만 센터 담당자)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