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으로 한달살기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난 뒤, 필자의 삶에 몇 가지 변화가 생겼다. 식자재 구매를 위해 집 주변의 생협을 꾸준히 이용한다. 무리해서 찾아가진 않지만 약속 장소 근처의 협동조합 카페나 식당도 미리 확인한다. 지인의 생일에는 괜찮은 협동조합 제품을 구매해 선물하기도 한다. 카카오톡 기프티콘으로도 협동조합 제품을 선물할 수 있으니 참고하면 좋겠다. ☞협동조합으로 30일을 살아낸 청년의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반대로 일반 대형마트를 방문할 때면 불편해졌다. 분명 더 싼 제품이거늘, 망설여진다. 얼마 전 다녀온 유럽여행에서는 지나가는 한국 사람보다 협동조합 간판이 더 반가웠다. 덕분에 여행사진 곳곳에는 협동조합 간판이 담겨있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책으로 본 사례를 직접 눈으로 살펴본 것만큼 한달 살기의 큰 의미도 없다. 실제 협동조합을 방문하여 사업 내에서 협동조합의 조직이 가지는 장점과 현실 속 협동조합의 진솔한 모습을 알 수 있었다.
반대로 협동조합 사례를 찾기가 어려운 분야도 있다. 대표적으로 의류산업이다. 완연한 봄을 맞이해 옷을 구매하려 했던 필자는 해묵은 옷으로 한 달을 보내야 했다. 그만큼 의류분야의 협동조합은 찾기 힘들다, 여성복은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지만 남성의류를 구매하기는 쉽지 않다.
제조업 기반의 2차 산업분야에서도 협동조합을 찾기 어려웠다. 제조업의 특성상 투여되는 많은 자본금이 필요하거나, 기업성장에 필요한 시간이 부족한 점이 그 이유라고 생각된다.
생협이 말하는 협동조합의 미래
협동조합 기본법이 시행된지 아직 5년이 채 되지 않았다. 1만1000개의 협동조합이 설립됐지만, 아직 협동조합이 사회적으로 완전히 정착되었다고 할 순 없다.
그렇지만 이미 오랜기간 우리사회에 존재했던 많은 협동조합들이 존재한다. 특히 한달살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만난 생협은 앞으로 협동조합의 성장을 바라보는데 훌륭한 사례가 된다.
생협은 생명과 환경, 건강한 먹거리 소비를 위해 설립된다. 해당 가치에 동의하는 이들이 조합원에 가입하며, 공동구매 방식을 통해 수익구조를 만들어낸다. 열성 조합원들은 생협 성장을 위해 다양한 내부활동에 참여한다. 생협에 공급되는 친환경 물품을 모니터링하고, 직접 생산지 탐방을 진행한다. 건강한 먹거리 소비를 위한 식생활 교육을 진행하고, 사회적인 캠페인에 참여한다. 직접 신규제품을 제안하기도 한다.
이러한 활동을 하며, 조합원들간에는 친밀한 유대가 형성된다. 덕분에 생협 내에는 다양한 조직이 만들어지고, 활동들이 펼쳐진다. 생협에 대해 좀 더 배우고 싶은 조합원들은 자체 스터디나 독서모임을 진행한다. 생협은 조합원들에게 문화강좌나 인문학 수업 등을 제공한다. 친교 목적의 비공식 조직이나 동호회 등의 활동들도 있다. 대부분의 모임은 조합원들의 친밀한 관계 속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활동들이 다양하고 할수록 생협의 동심원은 커진다. 그리고 어느새 생협이라는 조직을 넘어 다양한 조직과 사업으로 발전한다. 음식 솜씨가 좋은 생협 조합원들이 모여 생협의 친환경 식재료를 가지고 반찬을 만든다. 그러자, 생협 내 조합원들의 많은 관심을 받는다. 그러자 일부 조합원들이 같이 모여 반찬가게를 준비한다. 생협에서 친환경 식재료를 공급받고 맛 좋은 반찬을 판매한다. 기존의 생협 조합원이라는 관계망이 있으니 사업은 번창한다. 식당도 운영한다. 생협에서 친환경 식재료를 공급받으니 조합원이라면 믿고 이용할 수 있다.
생협 내부 활동으로 천연비누를 만들었던 조합원들은 생산된 천연비누를 생협에 공급한다. 생협의 소비자조합원이 생산자로 변화하는 시점이다. 돌봄이나 복지서비스 제공을 위한 직원협동조합도 설립(한살림생협)한다. 때로는 조합원이 더 큰 사업비를 출자하여 생협 매장을 직원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주민생협)한다.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은 조합원들도 있다. 그들은 함께 모여 자녀를 공동육아 방식으로 양육한다. 공동육아를 통해 아이들이 자라자 조합원들은 다시 지역 내 작은 대안학교를 만든다. 일반 학교에 진학한 자녀를 둔 조합원들도 학교협동조합에 관심을 갖고 참여한다.
생협의 사업은 이제 생협을 넘어 지역으로 확장된다. 지역 사회의 커뮤니티를 강화하며 때론 지역사회의 안정망이 되어준다. 지역사회의 정치적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진주아이쿱생협의 진주시의회 모니터링)하고 의견을 개진한다. 대표적으로 전남 구례지역에 건설된 아이쿱생협의 물류거점이자 생산단지인 구례자연드림파크다. 구례자연드림파크는 생협의 생산가공단지를 넘어서 지역 내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지역에 필요한 사회기반시설(산부인과) 등을 지원한다.
생협의 시작은 일반 마트와 다르지 않다. 그러나 지난 시간 동안 생협은 소비를 넘어 사회를 구성하고 변화를 만들어내는 곳으로 성장했다. 성장의 원동력은 같은 가치를 공유하고 필요를 가진 조합원들이다. 조합원의 필요가 모여 활동을 만들고 사업을 성장시키고, 궁극적으로 사회적인 가치 창출과 긍정적 변화를 만드는 하나의 운동이 된다. 협동조합이 가진 진정한 힘이다.
협동조합으로 한달살기 프로젝트는 종료됐지만,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과 활동은 여전하다. 더 많은 이들에게 협동조합이 희망이자 대안이 되길 바란다. 필자 역시 협동하는 청년에서 협동하는 노년이 되길 희망한다.
(사)한국협동조합연구소 연구원으로 첫 사회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협동조합을 컨설팅하고 교육하는 쿱비즈협동조합의 이사로 활동하다, 새로운 도전을 위해 지난 3월 사표를 던졌습니다. 지금은 쿱비즈협동조합의 조합원입니다. 협동하는 청년에서 협동하는 노년이 되고 싶은, 협동조합과 사랑에 빠진 남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