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광해관리공단
환경오염·지역경제 등 폐광 피해 분석해 제거
문경읍 갑정탄광의 갱내수 생태공원에서 자연정화
박물관·드라마세트장 활용 폐광촌 이미지 벗어나 문화·교육 도시로 탈바꿈
경북 문경시 문경읍 고요리 산 85-1번지로 가는 길은 여느 농촌지역과 다를 바가 없었다. 수확이 끝난 과수원과 한우 축사들 사이로 빨래를 널고 있는 할머니가 보였다. 흑백 필름에서 보았던 폐광 지역의 풍경을 상상했던 기자의 예측이 어긋났다. 지극히 평화로운 풍경을 뒤로하고 찾아간 곳은 크지 않은 규모의 생태공원이었다. 인공 호수들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작은 정자가 놓여 있고 소나무를 비롯한 여러 식물이 겨울을 맞을 채비를 하고 있었다.
“이곳 일대가 옛날엔 탄광과 그 주변 지역이었습니다. 저 언덕을 넘어 700m 정도 가면 그곳에 옛 탄광 입구가 있죠.”
병풍처럼 둘러쳐진 산을 가리키며 한국광해관리공단 영남지사의 서병성 광해사업팀장이 설명을 시작했다.
갑정탄광은 1952년에 설정 등록을 하고 1969년에 개광해 석탄을 연간 2만톤 생산했던 탄광이다. 48명이 이 탄광에서 일했고 1991년에 폐광됐다.
한국엔 이런 폐광이 많다. 그도 그럴 것이 1960년대만 하더라도 서울 시민의 90%가 연탄을 사용해 난방을 했다. 국내에 탄광이 가장 많았던 1984년엔 전국에 361개의 탄광이 있었고 광부 6만8861명이 탄광에서 일했다. 그러던 것이 1989년부터 1996년 사이에 탄광 334개가 폐광됐다. 지금 남아있는 탄광은 5개다.
“폐광이 되면 그 지역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생깁니다. 한국광해관리공단은 그런 문제를 종합적으로 해결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탄광이 있던 곳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문제는 지반 침하다. 광물을 채취하는 과정에서 땅에 구멍이 생기는 탓이다. 지반 침하 못지않게 오염수 문제도 심각하다. 폐광에서는 중금속으로 오염된 물이 흘러나온다. 이를 방치하면 이런 오염된 물이 논과 밭, 민가로 흘러간다. 당연히 토양오염 등의 환경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리고 환경도 환경이지만 광산을 통해 활성화되었던 지역사회가 폐광과 함께 침체되는 일도 문제다. 폐광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석유나 천연가스에 비해 경제성이 떨어지지만 석탄은 여전히 중요한 에너지원이다. 이런 석탄산업을 잘 유지하는 것도 숙제다. 저렴한 가격으로 질 좋은 연탄을 필요한 수량만큼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광산을 개발할 때는 이런 문제에 미리 대비하는 계획을 세워놓아야 허가를 받습니다. 하지만 옛날엔 그런 개념이 없었습니다. 광산 개발과 폐광으로 발생하는 문제가 방치될 수 있는 위험성이 있었습니다.”
한국광해관리공단은 이렇게 광산개발로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분석하고 예방하고 제거하는 일을 한다. 한마디로 광산 지역의 지속 가능성을 창출해내는 일이다.
지난 14일 방문했던 문경읍 고요리 산 85-1번지의 생태공원은 그냥 공원이 아니라 갑정탄광에서 배출되는 갱내수를 정화하는 자연정화시설이다. 중금속이 함유되어 있던 갱내수는 이곳을 거쳐 청정수로 정화되어 하류로 내보내진다. 갱 입구의 정화시설에서 두 번 걸러진 물이 생태공원에서 최종적으로 다시 정화된다. 이런 정화시설이 없다면 갱내수가 자연 속에서 정화되는 데 70년이 걸린다.
“자연정화를 하지 않고 물리화학적인 정화를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자연정화를 하고 이 공간을 공원으로 조성하면 지역의 관광자원과 연계될 수 있고 학습장으로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자연정화시설은 일단 조성해두면 관리비와 운영비가 많이 들지 않습니다.”
오염수 정화라는 본래 목적에 덧붙는 부가가치가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생태공원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산 정상에는 문경활공랜드가 있다. 또 차로 10분 정도를 달리면 근처에 석탄박물관과 드라마세트장이 있어 관광자원이나 교육프로그램과 연계가 가능하다. 얼마 전엔 대학생들이 찾아와 정화시설을 견학하기도 했다.
“석탄박물관과 드라마세트장도 과거의 은성광업소 탄광 자리를 광해 관리를 통해 재생가능하게 터를 닦아 놓은 곳 위에 들어섰습니다. 지금은 문경 지역의 훌륭한 교육자원이자 관광자원이 되었습니다.”
문경의 드라마세트장은 이미 명물이다. “드라마 촬영이 있는 날이면 관광버스가 몰려들어 북적북적합니다.” 드라마세트장과 나란히 있는 석탄박물관에도 평일인데도 견학을 온 어린이와 부모들이 있었다. “폐광 지역의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폐광 도시라는 이미지를 레저도시, 생태도시 등의 이미지로 바꾸어내는 일이야말로 지역의 성장동력을 만드는 것입니다.”
한국광해관리공단의 일은 탄광 지역 광해를 관리하는 데에만 그치지 않는다. 탄광의 광해 관리 사업은 대부분 끝났고 탄광 광해 관리 노하우를 발전시켜 금속광의 광해 관리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해외에 이런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몽골, 키르기스스탄, 베트남 등 지하자원이 풍부한 국가일수록 마구잡이 개발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체계적인 광해 관리 모델을 가지고 광산을 개발해야 합니다. 이런 국가에 공단의 노하우를 전수하고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광해 관리를 넘어서서 부가가치까지 창출되는 한국광해관리공단의 사업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의 힌트를 엿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