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금)

이제 사회공헌도 경쟁 아닌 협력!

주민석(가명·21·S대 컴퓨터공학부 2년)씨는 아스퍼거 증후군을 지닌 자폐성 장애인이다. 사회성은 떨어지지만 한 분야에서 집중력이 뛰어나 ‘천재의 병’이라고도 불린다. 주씨는 현재 테스트웍스라는 사회적기업의 인턴으로 근무 중이다. 소프트웨어(SW)를 출시하기 전 문제가 없는지 테스팅을 하는 일을 한다. 주씨의 취업엔 특별한 이들이 함께했다. 게임과 놀이로 사회성을 훈련받는 소셜벤처 모두다 프로그램, 도시농업으로 사회성을 키우는 소셜벤처 동구밭, 후원기업 SAP코리아 등이다. 이들은 모두 ‘자폐성 장애인의 자립’을 위해 협력하는 ‘AIN(Austim spectrum disorder Impact Network·자폐성 장애인 임팩트 네트워크·이하 AIN)’ 멤버들이다.

◇AIN, 자폐성 장애인의 자립을 위해 뭉쳤다

사회공헌에서 ‘콜렉티브 임팩트(Collective Impact)’가 중요 키워드로 뜨고 있다. 기업, 정부, 비영리단체 등 다양한 섹터의 조직이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하는 사회공헌을 말한다. 마이클 포터와 함께 CSV 개념을 도입한 마크 크래머(Mark Kramer)가 2011년에 발표한 개념이다. 사회혁신 컨설팅·투자 전문 기업 MYSC가 지난해 초 구성한 ‘AIN’이 대표적이다. 이예지 MYSC 선임 컨설턴트는 “자폐성 장애인의 문제를 해결하는 소셜벤처는 많아졌는데, 정작 장애인 입장에서는 제각각 도움받아야 하느라 실질적인 도움이 안 됐다”며 “일자리뿐 아니라 정보 접근성, 사회성 함양 등 장애인이 제대로 자립할 수 있도록 단계별로 구조화해 지원하는 게 필요했다”고 말했다.

자폐성장애인의 자립을 목표로 하는 소셜벤처 6곳은 ‘AIN(Austim spectrum disorder Impact Network)’를 통해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MYSC

현재 AIN은 소셜벤처 6곳이 가입돼 있다. 느린 학습자와 자폐성 장애인을 위한 독서콘텐츠를 제작하는 피치마켓, 장애인을 위한 놀이도구를 제작하는 ‘플레이31’은 교육을 담당한다. ‘동구밭’은 도시농업을 통해 사회성을 키워주고, ‘모두다’는 게임과 놀이를 지원한다. 취업은 ‘테스트웍스(소프트웨어 테스터)’와 커피지아(커피로스팅)가 맡는다. 지난달에는 세계 자폐인의 날(4월 2일)을 맞아, 6개 기업의 상품을 담은 기프트박스를 선물하는 페이스북 이벤트도 열었다.

AIN이 세계 자폐인의 날을 맞이해 마련한 기프트박스. ⓒMYSC

소셜벤처들만 협력하는 게 아니다. 한국의학연구소, 신촌세브란스병원 등 연구기관은 전문성을 가지고 프로젝트에 협력하며, SAP코리아, 이랜드이서비스, 하나은행 등 기업들은 필요한 자원을 후원한다. 이예지 선임 컨설턴트는 면서 콜렉티브 임팩트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협업하면서 각 팀의 역량이 강화되는 것이 강점이라면서 소셜벤처들이 공통의 목표를 빠르게 달성하기 위해서는 파트너 기업들의 참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KB스타비 꿈틔움 프로젝트, 12개 비영리단체가 손잡았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부터 콜렉티브 임팩트 방식의 ‘KB스타비 꿈틔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프로젝트의 공통 목표는 지역아동센터 청소년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 것. 이전까지는 개별 비영리단체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지역아동센터를 지원해왔다면, 사업간의 협업을 긴밀히 조직하기 위한 장치를 더했다. 사업 첫 해 KB국민은행은 11개 파트너 기관을 한 곳에 모아 상·하반기와 중간 점검 등 총 3차례의 사업 피드백을 진행했다. 회의에서는 사업기획 단계에서부터 평가, 수혜자 교류 등 다양한 안건들이 논의됐다. 김병재 KB국민은행 사회협력부 차장은 사업 초기에는 서로 경쟁사라고 느낄 수 있는 기관들을 모아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 어색했다면서 하지만 지역아동센터 아동들의 종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문제 의식에 공감하면서 협력할 방안을 찾는 모습들이 생겨났다고 말했다.

사업이 2년차에 들어서면서 현장에서는 수혜자 중심의 협업 사례들도 만들어지고 있다. 여덟 살 때부터 지역아동센터를 이용한 김유민(17)양과 같은 사례다. 김양은 ‘KB스타비 꿈틔움 프로젝트를 통해 지난해 장학금(지역아동센터 중앙지원단)과 학습멘토링(아이들과미래), 교복(대한적십자사), 공부방 환경 개선(구세군) 등의 지원을 받았다. 올해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더 이상 지역아동센터를 이용하지는 않지만, ‘KB스타비 꿈틔움 학습멘토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학업에 지속적인 도움을 받고 있다.

‘KB스타비 꿈틔움 프로젝트’는 KB국민은행이 12개 비영리단체가 협업하며 만들어내는 콜렉티브 임팩트 방식의 사회공헌이다. 사진은 진로체험 캠프 현장. ⓒKB국민은행

이뿐만 아니다. 지역아동센터 아동들의 진로멘토링을 돕는 ‘KB스타비 직업탐구프로그램은 올해 신설됐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해 학습멘토링 사업 내부에서 진행했던 진로멘토링부분이 확대된 것. KB국민은행의 새로운 파트너이자 ‘KB스타비 직업탐구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소셜벤처 위즈돔의 김주현 본부장은 예산이 확대되면서 서울지역 외에 전국 청소년의 진로탐색을 확대해 실행할 수 있게 됐다면서 직업탐구 프로그램을 경험한 청소년이 이를 계기로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는 것이 타파트너십 사업 대비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행복얼라이언스, 공통 사회공헌 브랜드로 기업 인지도 향상에 강점

행복얼라이언스는 SK그룹 주도로 지난해 말 결성된 기업 사회공헌 연합체다. 2017년 멤버사는 총 22곳으로 SK그룹뿐만 아니라 SM엔터테인먼트, 금호타이어, 전자랜드, 도미노피자, 토니모리 등 기업과 소셜벤처 로앤컴퍼니, 사회적기업 아름다운커피 등 다양한 브랜드가 참여한다. 송제훈 행복나눔재단 팀장은 “사회문제는 늘어나는데 기업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부분도 없고, 임팩트도 없더라”면서 “복잡·다변화되는 사회문제를 함께 풀어보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멤버사들의 구체적인 공통의 목표 과제는 없다. ‘사회공헌 플랫폼’을 지향한다. 다만 SK가 중심이 돼 출범한 만큼, 초반에는 SK가 설립한 사회적기업인 ‘행복도시락’과 ‘행복한학교’를 중심으로 결식아동 지원과 교육격차 해소에 방점을 둔다는 입장이다. 비타민엔젤스, 토니모리, 한성기업 등은 행복도시락을 통해 결식 이웃에게 제품 혹은 지원금을 기부하고, 서울시 50플러스재단, 금호타이어는 배달 봉사자를 지원, 로앤컴퍼니는 행복도시락 센터에 법률 자문을 제공한다.

지난 26일, SK가 만든 사회적기업 행복나래에서 2017년 행복얼라이언스 멤버사 협약식이 열렸다. ⓒ행복나눔재단

현재는 멤버사들의 행복얼라이언스브랜드를 키워 사회공헌 활동을 적극적으로 알리는데 힘을 쏟는 모양새다지난 2월에는 2016년 멤버사와 함께 온라인 서명에 참여한 사람 수만큼 아동들에게 기부물품을 전달하는 행사도 진행했다. 당초 계획보다 2배 이상 많은 3만641명이 서명에 참여했다. 2017년 멤버사인 SM엔터테인먼트도 소속가수인 소녀시대 서현을 행복얼라이언스 홍보대사로 내세웠다. 일반인 대상 서포터즈도 모집한다.

2017년 행복얼라이언스 홍보대사인 소녀시대 서현. ⓒ행복나눔재단

행복 얼라이언스가 시행하는 봉사 활동에 참여하거나 멤버사의 상품 구매와 연계한 기부 활동, OK 캐쉬백 포인트 기부 등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송제훈 팀장은 “앞으로는 멤버사들도 각자 이슈를 발제하고 협의체 간의 논의를 거쳐 협력적 사회공헌 활동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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