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2016 서울숲마켓②] 7000원짜리 비누 한 장의 비밀

 

소셜벤처 ‘동구밭’

한 손에 들어오는 작은 비누다. 하지만 가격은 7000원. 크기가 비슷한 시중 비누의 가격은 채 1000원도 넘지 않는다. 도대체 왜 비누 하나가 이렇게도 비싼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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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질로 만든 ‘텃밭에서 기른 비누’ 1 개당 7000원에 판매된다 /동구밭 제공

“100% 천연재료만을 담았어요. ”

소셜 벤쳐 ‘동구밭’의 김정윤 매니져(25)가 말했다. 동구밭은 발달 장애인과 비발달 장애인의 텃밭 커뮤니티를 운영중인 소셜 벤처다. 이곳에서 만든 비누의 이름은 ‘텃밭에서 기른 비누’. 텃밭에서 직접 재배한 상추, 바질, 케일을 주재료로, 여기에 코코넛 오일, 포도씨 오일 등 100% 천연 재료만을 더해 만든다. 작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판매를 시작했는데 1200개가 팔렸다. 순한 재료만을 써 피부 자극이 덜한 점이 강점이다.

하지만 이 비누가 가치 있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쓰이는 곳’ 때문이다. 동구밭은 비누 판매 수익금을 텃밭 가꾸기 프로그램의 운영비로 쓴다. 동구밭은 지난 2014년부터 발달장애인의 사회성 함양을 돕기 위해, 텃밭을 가꾸고 있다. 매주 토요일마다 발달 장애인과 비발달 장애인이 일대일로 짝을 지어 텃밭을 가꾸는 것. 비발달장애인들은 자원봉사로 활동에 참여한다. 처음엔 강동지역 텃밭 하나에서 시작했는데 현재는 서울시 12곳, 부천시 2곳 등 무려 14개 자치구로까지 그 규모가 커졌다.

“발달 장애인들을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 고민했어요.”

텃밭 가꾸기 프로그램은 대학생들의 호기심과 의기 가득한 패기에서 비롯됐다.  발달 장애인 친구들이 겪는 가장 큰 문제는 친구의 부재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친구를 사귈 기회 자체가 없기 때문. 비즈니스를 통한 사회공헌 동아리인 인액터스 홍익대 학생 4명은 이 친구들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 그 때 마침 시대의 화두였던 ‘도시농업’이 떠올랐다. 협동해서 텃밭을 가꾸다 보면 발달장애인들에게도 친구가 생길 수 있지 않을까. 상상력 그대로 행동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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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윤 동구밭 매니져(25)가 비누 종류를 소개 중이다

실제로 비장애인과 함께 텃밭을 가꾸면서 발달장애인에겐 큰 변화가 생겼다. 정윤씨는 자신을 만날 때마다 ‘선생님’이라 부르던 한 친구의 사례를 전했다. 그랬던 그가 6개월이 지난 후, 드디어 ‘정윤아’라고 이름을 불렀다. 텃밭 활동을 하면서 비장애인과도 친구가 될 수 있음을 인지한 까닭이다. 뿐만이 아니다. 직접 작물을 재배하면서 자립심이 늘다보니 예전엔 거들떠보지 않던 빨래나 설거지 등 집안일도 스스로 돕는다고 한다.

“비누가 더 많이 팔렸으면 좋겠어요. ”
그는 비누가 더 많이 팔렸으면 좋겠다고 쑥스럽게 덧붙였다. 그래야 더 많은 발달장애인들이 즐길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도 만들 수 있지 않겠냐고. 이 가치 있는 비누가 잘 팔려 앞으로도 동구밭의 건강한 여정이 지속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진희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5기)

✔ 오는 5월 1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코워킹 스페이스, 카우앤독에서 제2회 ‘서울숲마켓’이 열린다. 소비의 품격을 높여줄 봄날의 축제, 그곳에서 동구밭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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