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일)

잘나가던 ‘삼성맨’, 돌연 퇴사한 까닭?

[인터뷰] 윤석원 테스트웍스 대표

사회취약층 SW 테스팅 교육부터 취업까지
교육생 평균 70% 국제자격증 시험 합격

잘 나가던 ‘삼성맨’이 돌연 사표를 던졌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를 거쳐 삼성전자에서 소프트웨어(SW) 테스팅 전문가로 활약한 간부급 직원의 결정이라 회사는 발칵 뒤집어졌다. 친구, 아내, 동료 모두 “객기다”, “순간적인 충동”이라며 퇴사를 극구 반대했다. “육아휴직을 줄 테니 나가지 말라, 재택근무도 가능하다”는 부사장의 설득에도 불구, 퇴사를 강행한 그는 2015년 SW 테스팅 전문 사회적기업을 설립했다. 혈혈단신 설립한 사회적기업은 2년 후 직원 11명, 매출액 3억원의 견실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12월엔 서울시 여성능력개발원에서 주최한 ‘2016 서울시 여성 일자리박람회’에서 우수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윤석원 테스트웍스(46) 대표의 이야기다. 

윤석원 테스트웍스 대표. /테스트웍스

 왜곡된 채용 현실 보고 창업 결심… 소외계층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삼성전자에 근무할 때 은평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경력단절여성 20명을 대상으로 ‘SW 테스터(tester)’ 교육을 한 적이 있습니다. 국제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두 달 반 동안 하루 4시간씩 총 200시간 동안 진행했죠. 현업에 종사하는 사람도 합격률이 40~50%에 불과할 정도로 자격증 취득이 어려웠지만, 저희 교육생들 중 70~80%가 합격했어요. 그럼에도 이분들은 일반 기업에 서류를 내는 족족 낙방했다고 해요. 경력단절여성에 대한 편견 때문이었죠. 막상 취업에 성공해도 프로젝트가 끝나면 바로 계약을 해지하는 기업들이 대부분이라, 고용 불안정에 시달려야했답니다.” 

지난 14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에서 만난 윤 대표가 사회적기업 창업 계기를 설명했다. ‘SW테스터’란 소프트웨어를 실행하며 오류 및 결함을 찾아내는 업무를 말한다. 개발자에게 해당 사항을 공유, 결함을 보완해간다. 윤 대표는 “국내 SW테스터 숫자는 약 2만명으로, 이들은 하나의 상품이 나오기까지 수천번의 확인 작업을 거친다”며 “소비자들이 안전하고 질 높은 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게이트키퍼(문지기)’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일자리 창출에 대한 고민은 2010년부터 시작됐다. 마이크로소프트 근무 시절, 탈북 청년을 인턴으로 고용해 SW 지식을 가르쳐본 경험이 토대가 된 것. 당시 탈북 청년 A씨는 국내 유명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지만, 북한이탈주민이란 이유로 인턴 채용에 여러번 떨어지곤 했다. 윤 대표는 1년간 그에게 SW테스팅 지식을 전수했고, A씨는 이듬해 LG전자에 입사해 SW전문 테스터가 됐다. 

“가슴이 뛰었습니다.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사회적 약자를 도울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발견한 것 같았어요. 실제로 소프트웨어(SW) 테스팅 교육을 열심히 받아서 국제자격증(ISTQB)를 취득해도 일반 기업에선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사회성이 떨어져서 같이 지내기 어려울 것 같다는 이유로 채용을 꺼리고 있었습니다. 직접 사회적기업을 세워 이들을 돕기로 마음먹었죠.” 

테스트웍스는 SW 테스팅 지식을 사회 취약계층에 전수해 국제자격증(ISTQB)을 취득케 하고, 이들을 필요로 하는 기업에 아웃소싱한다. 이후 경력이 쌓이면 보다 전문성을 요구하는 컨설팅·연구개발(R&D)로 투입하고, 취약계층을 교육하는 강사로도 활동하게 한다. 단순히 SW 테스팅 교육에 그치지 않고 일자리 연계까지 책임진다. 취업 후에도 취약계층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시스템이다. 

예비 사회적기업 테스트웍스의 직원들은 수시로 토론 시간을 가지며 업무 효율성은 물론 유대감을 높인다./테스트웍스 제공
예비 사회적기업 테스트웍스의 직원들은 수시로 토론 시간을 가지며 업무 효율성은 물론 유대감도 높인다. /테스트웍스

발달장애인, 경력단절 여성들도 어엿한 SW테스터로

“안미영(50) 과장님은 경력단절여성이셨어요. 재작년 SW 테스팅 교육을 받고 교육생들 중에서도 우수한 성적으로 국제자격증 시험에 합격하셨죠. 여러 기업에 서류를 냈지만 연락 온 곳은 없었다고 해요. 지난해 8월 우리 회사에 테스터로 정식 채용했습니다.”

"저도 젊은이 못지 않게 능력있는 사람이에요." 경력단절여성이었던 안미영 과장은 현재 테스트웍스의 SW 테스터로 일하고 있다./테스트웍스 제공
“저도 젊은이 못지 않게 능력있는 사람이에요.” 경력단절여성이었던 안미영 과장은 현재 테스트웍스의 SW 테스터로 일하고 있다./ⓒ테스트웍스

윤 대표가 맞은편에 앉은 직원을 소개했다. 안미영 과장은 전자출판업계에서 일하다 아이를 낳으면서 일을 그만두게 됐다. 아이들이 장성하고 난 뒤 다시 일하고 싶었지만 자신을 불러주는 기업은 아무데도 없었단다. 안 과장은 “포기하려던 순간 인생을 바꿀 한 광고를 보게됐다”며 “바로 테스트웍스의 SW 테스팅 교육생 모집 공고”라고 말했다. 안 과장은 교육 수료 이후 우수한 성적으로 국제자격증 시험에 당당히 합격, 테스트웍스의 테스터로 채용됐다. 그녀는 “일을 할 수 있을 때까지 ‘테스트웍스의 안 과장’으로 근무하고 싶다”며 당찬 포부를 보였다.

테스트웍스에는 두 명의 발달장애인들도 수습 사원으로 일하고 있다. 윤석원 대표는 “오히려 발달장애인들이 섬세하고 반복 작업에 강해, SW 테스팅 업무에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는 오래 전부터 발달장애인을 SW 테스터로 많이 채용하고 있어요. 글로벌 기업인 SAP는 전 직원의 1%를 발달장애인으로 뽑아 SW 테스터로 채용하고, 미국의 울트라테스팅도 발달장애인 200명을 테스터로 고용했습니다. 발달장애인은 장애인 중에서도 가장 취약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함께 일하기엔 사회성이 떨어진다는 편견이 높더라고요. 실제로 함께 일해보니 편견이 깨졌습니다. 발달장애인들도 조금만 주의하고 관심을 기울이면, 충분히 시너지를 낼 수 있었어요. 다른 직원들과의 관계도 원만하고, 본인이 직접 나서서 무거운 것을 들거나 어려운 일을 도와주곤 합니다.”

사회취약계층의 ‘꿈 사다리’ 되는 것이 목표

‘growing with employees, customer, society.’(직원, 고객, 사회와 함께 성장한다.)

테스트웍스의 비전이자 윤 대표의 좌우명이다. 윤 대표는 “사회취약계층이 지속 성장할 수 있는 고용을 창출하는 게 목표”라면서 “단순히 이윤 추구를 넘어서 사회취약계층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회사 규모를 키울 것”이라고 각오를 말했다.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윤 대표는 무엇보다 고객사 유치에 힘쓰고 있다. 하지만 SW테스터를 육성하는 기업이 현저히 부족하다는 문제는 여전하다. 

수습 사원 준희 씨의 생일을 맞아 파티를 열어준 테스트웍스 대표와 직원들./테스트웍스 제공
수습 사원 준희 씨의 생일을 맞아 파티를 열어준 테스트웍스 대표와 직원들. /테스트웍스

“SW 테스팅 교육에서 끝나면, 이들의 취업 문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테스트웍스가 일자리를 연결해주거나 직접 채용하는 이유죠. 하지만 이들이 일반 기업에서 SW테스터로서 일하며 사회의 편견을 깨지 않는 한, 고용 불안 문제는 해결될 수 없습니다. 테스트웍스는 사회취약계층 교육, 채용, 아웃소싱, 캠페인을 통해 이러한 편견을 깨뜨려 나갈 겁니다.” 

연봉도 높고 능력도 인정 받던 ‘잘나가던 삼성맨’ 시절이 그립지 않냐는 질문에 윤 대표는 단호히 “NO”라고 답했다. 돈보다 중요한 ‘가치’를 찾는 지금의 자신이 더욱 자랑스럽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또 그는 “취약계층의 고용창출에 앞장서 진정성과 실력을 갖춘 사회적기업으로 성장하고 싶다”면서 “7~8년 후에는 국내 SW 테스트 시장 점유율 3%, 연 매출 300억 원이 목표다”고 말했다.

“올해부턴 교육∙취업 프로그램도 전년보다 늘려갈 계획예요. 올해 초 송파여성인력센터, 구로여성인력센터, 중부여성인력센터 등에서 경력단절여성과 미취업 청년들을 위한 SW 테스팅 강좌를 엽니다. 저는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꿈의 사다리를 내려주고 싶어요. 내가 일을 오래 쉬어도, 장애가 있어도, 나이가 많아도, 가정 형편이 어려워도 열심히 노력한다면 꿈을 이룰 수 있는 그런 곳이요. 지금은 회사 규모가 크지 않지만 차근차근 성장해 나가며 꿈의 사다리를 놓아주는 회사를 만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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