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네이버스 창립 20주년 콘퍼런스
종자 활용한 농민 소액 대출 ‘라이스뱅크’
노동자 인권 보호장치 ‘아이디카드’
빈곤 퇴치를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20억명 이상의 인구가 여전히 굶주림으로 고통받고 있다.
더 나은 개발 원조란 무엇인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 창립 20주년을 맞은 굿네이버스는 지난 10월 11일 ‘지역사회 역량 강화를 위한 해외 개발 원조사업의 효과성 제고 방안 모색’이라는 주제로 국제 콘퍼런스를 열었다. 각 나라의 개발 협력 관계자들이 참여한 이번 콘퍼런스에서는 저개발국 지역 주민 스스로 빈곤을 해결하고 자립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심도 깊은 이야기가 오고 갔다. 특히 케냐, 인도, 미얀마 지부에서 지역 개발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현지 직원들의 사례 발표는 수혜국 입장에서 바라본 바람직한 개발원조의 방향을 내다볼 수 있어 눈길을 끌었다.
단상 위에 올라 첫 번째로 발표를 시작한 굿네이버스 미얀마 사업부장 수수아웅씨는 미얀마에서 발견한 작은 기적에 대해 입을 열었다. “지난 2008년 5월 사상 최악의 사이클론 나르기스(Nargis)를 만난 미얀마는 절망의 땅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태풍이 지나간 자리엔 병들어 죽은 비료 종자들만 남았습니다. 바닷물에 휩쓸려버린 논은 소금기 때문에 더 이상 추수가 불가능한 상황이었죠. 굿네이버스에서 시작한 지역 사회개발사업은 미얀마에 들어온 한 줄기 희망의 빛이었습니다. 특히 ‘라이스뱅크(Rice bank)’가 도입되면서 마을 주민들은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용기를 얻었습니다.”
‘라이스뱅크’는 비료 종자를 활용한 순환형 소액 대출사업이다. 태풍 피해 후 많은 주민들이 10%에 달하는 고금리 사채를 이용하게 됐고, 수확량에 비례해 빚은 자꾸만 늘어갔다. 이에 미얀마 지부는 3년 동안 1500달러에 달하는 비료 종자를 주민들에게 빌려준 뒤 원금만 회수하는 ‘라이스뱅크’ 프로젝트를 실행했다. 이자로 책정된 3%는 굿네이버스에서 회수하지 않고 지역사회위원회에 할당된다. 마을 주민들로 구성된 지역사회위원회는 3%에 달하는 이자와 남는 수익을 활용해 지역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수확량이 많이 늘어 3년 안에 1만달러까지 축적이 가능할 것이라고 한다.
굿네이버스 인도 사업운영국장 무니라지씨는 도시 빈민화에 시달리는 남인도 지역에 획기적인 협력 모델을 만들어냈다. 정부의 노동 관련 부처에 ‘아이디카드(노동자들이 산업재해 보상, 양육수당 등 사회적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일종의 ‘사회보장등록증’)’ 활성화 방안을 제안한 것이다. “네트워크를 활용해 어떠한 비용도 들이지 않고 도시 빈곤화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의 인권을 보장할 수 있었습니다. 정부에서도 법전 안에서만 숨 쉬던 아이디카드제도가 유용하게 쓰이고 있단 점에서 매우 흡족해하고 있어요. 그 이후 굿네이버스를 향한 인도 정부의 시선이 달라졌습니다.”
주인의식과 책임감이 생긴 메구아라, 미얀마, 남인도의 주민들은 이제 굿네이버스의 직접적인 지원 없이도 자발적으로 마을의 미래를 그려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