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영화계는 풍성하다.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제70회 프랑스 칸 영화제가 지난 17일 개막했으며, 지난 6일 폐막한 전주국제영화제 출품작들이 극장가에 쏟아지고 있는 것.
오는 18일, 환경재단(대표 최열)이 주최하는 국내 대표 환경영화제인 ‘제14회 서울환경영화제’가 개막한다. 오는 18일부터 24일까지 7일간 이화여대 내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열린다.
올해 영화제에서는 40여개국에서 초청된 55편(장편 40편·단편 15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영화제 섹션은 ‘국제환경영화경선’, ‘한국환경영화경선’ 등 2개의 상설 부문과 ‘기후변화’, ‘탈핵’, ‘포커스-쟁점:새로운 환경 운동을 위하여’, ‘UMFF 초이스’, ‘제리 로스웰 특별전’, ‘지속 가능한 삶’ 등 6개의 비상설 부문으로 구성된다.
개막작은 ‘유령의 도시’로, 지난 2014년 무장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에 마을을 점령당한 시리아 젊은이들이 평화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건 투쟁을 벌이는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영화제에서 무엇을 볼지 고민하는 고민하는 이들을 위해 맹수지 서울환경영화제 프로그래머가 출품작 5편을 추천했다. ‘독립영화 입문자’도 영화제의 매력에 푹 빠질 수 있는 ‘주목할 만한 영화’ 5편을 소개한다. 상세 상영시간은 서울환경영화제 홈페이지(http://www.gffis.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매튜 하이네만 | 2017 | 90분 | 다큐멘터리 | 개막작
개막작 ‘유령의 도시’는 새로운 종류의 전쟁을 보여준다. 사상으로 인한 전투, 감성과 지성을 위한 싸움, 조회수와 클릭으로 이루어진 갈등이 바로 그것이다. 사회이슈에 재빠르게 대응하는 이 영화는 이슬람국가(이하 IS)에 대항하는 익명의 운동가들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이들의 고향은 2014년 IS의 손에 넘어갔다. 영화는 지하에서 활동하는 용감한 시민 저널리스트 그룹의 믿기 힘든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이들은 쫓기고, 추방당하고, 죽음을 무릅쓰면서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사악한 악마에 대항해간다. 아카데미상에 노미네이트 되고 에미상을 수상한 영화 제작자 매튜 하이네만이 감독, 제작, 촬영을 맡았다.
재러드 P. 스코트 ❘ 2016 ❘ 80분 ❘ 다큐멘터리 | 기후변화 부문
21세기 지구촌 최대의 이슈는 기후 변화이다. 영화는 가뭄, 홍수,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토지 소멸, 물과 식량 부족, 3500만명에 달하는 전 세계 난민 및 무력 분쟁, 테러리즘의 발흥 등 세계가 앓고 있는 질병의 배후에 기후 변화가 있다고 주장한다. ‘아랍의 분쟁과 기후 변화가 무슨 관계가 있을까’. 영화는 전 세계 안정성의 위협이라는 시각에서 기후 변화 위기를 고찰한다. 북극해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영토 분쟁, 유럽 난민 위기, IS에 자발적으로 가입하는 젊은이들의 행렬이 기후 변화 때문이라면, 이 문제의 근본적 해결 없이는 세계의 안정과 평화도 불가능하는 것. 영화가 던지는 도발적인 논쟁이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오는 19일 저녁 7시 이화여대 삼성홀에서의 상영 후, ‘종말의 시대’ 프로듀서 소피 로빈슨과의 대화가 마련되어 있다.
로버트 케너 ❘ 2016 ❘ 92분 ❘ 다큐멘터리 | 국제환경영화경선 부문
1980년 미국 아칸소 주에 위치한 세계 최대의 핵미사일 기지에서 끔찍한 사고가 일어난다. 정비공의 실수로 연료 탱크에 구멍이 생겨 폭발 위기가 발생한 것. 다행히 사고는 막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영화는 실제 사고 당시 촬영된 기록 영상과 인터뷰, 재연을 통해 9시간의 사투를 생생히 담아냈다. 동시에 적을 물리치기 위해 개발된 핵무기가 사실은 자국민들을 위험에 빠트린다는 아이러니한 현실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패스트푸드네이션’의 작가 에릭 슐로서의 ‘위기의 9시간’이 원작이다.
❘ 2016 ❘ 82분 ❘ 다큐멘터리 ❘ 국제환경영화경선 부문
영화 ‘플라스틱 차이나’는 세계 최대의 플라스틱 폐기물 수입국인 중국의 재활용 공장에서 살아가는 두 가족의 이야기이다. 두 가족 모두 쓰레기를 뒤지며 살지만 미래는 전혀 다르다. 공장 사장인 쿤은 여기서의 삶을 발판으로 가족의 나은 삶을 꿈꾼다. 반면 공장에 고용된 일용 노동자의 가족에게 이 지긋지긋한 가난의 굴레를 벗어날 길은 요원하다. 엄청난 쓰레기와 고층빌딩의 대조적인 풍경 속에서 현대 사회의 소비 문화와 양극화에 대해 날카로운 통찰을 보여주는 영화.
황윤 ❘ 2017 ❘ 12분 ❘ 다큐멘터리 ❘ 포커스-쟁점:새로운 환경운동을 위하여 부문
올해 서울환경영화제는 특별한 시도를 했다. 출품작의 주제를 ‘환경’에서 나아가 ‘사회’로 확장한 것. 영화제 관계자는 “자유로운 표현과 창작을 위한 ‘정책적 환경’도 중요하다”며 “이번 영화제에서는 보다 다양한 주제의 작품들을 모집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이번 서울환경영화제에서는 올해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영화인과 문화예술인에게 ‘블랙리스트 어워드’를 주는 행사도 열린다. ‘환경’ 밖 부문에서 단연 화제가 된 영화는 ‘광장의 닭’이다. 2005년 서울환경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황윤 감독의 최신 단편이다. 촛불로 물든 광화문 광장에서, 시민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닭’에 비유하며 풍자와 해학이 담긴 비판을 쏟아냈다. ‘닭근혜’, ‘닭치고 탄핵’ 등 쏟아지는 말의 유희 속에서 닭은 혐오의 대상이 됐다가, 소비의 대상이 됐다가, 처단의 대상이 된다. 영화는 특이하게도 촛불집회나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이 아닌 ‘닭’을 이용한 언어 유희에 집중한다. 황윤 감독은 “사람들은 닭을 먹으면서 혐오하고, 또 정유년 붉은 닭의 해를 맞아 칭송하는 모순된 시각을 갖고 있다”며 “동물에 대한 존중 없이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외칠 수 없다는 점을 알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