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4일(일)

“한강 다리 위, 생사의 마지막에 섰을 때 전화해 주세요”

자살예방대책_ 생명의 전화
5년간 한강 투신 458명 투신자살률 높은 마포대교·한남대교에 생명의 전화설치 계획
상담원 연결 라인 만들어 위치 추적·119 출동 요청

2003년 이후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벗지 못하고 있다. 1990년부터 2006년까지 OECD 국가의 자살사망률은 평균 20.4% 감소한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234.7% 증가했다. 특히 우리나라 전체 사망원인 중에서는 자살이 4위에 해당되지만, 생산 가능 연령 인구로만 따지면 사망 원인 1~2위에 해당된다.

남윤영 국립서울병원 기획홍보과장(42,정신과전문의)은 “자살자 1명은 최소 6명에게 자살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는데, 자살이 개인의 결정이라는 선입견 탓에 국가도 주변 사람도 개입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예방 시스템을 만드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선행 경험을 한 여러 국가에서 실효성을 검증해 보인 자살 예방 방법들을 들여와, 10년 이상을 보는 중장기적 안목으로 다방면의 방안들을 바로 실행으로 옮겨야 할 시급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마포대교에 설치된 '생명의 전화' 모습.
마포대교에 설치된 ‘생명의 전화’ 모습.

정부에서는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제1차 자살예방 5개년 계획을 세웠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2008년 10만 명당 26명이었던 자살사망률은 2009년 31명으로 급증했다. 이에 대해 지난 3월 국회입법조사처가 내놓은 ‘자살예방대책의 문제점과 개선과제’에서는 “제1차 기본계획은 자살 고위험군의 정신질환 관리에만 중점을 두고 업무를 추진한 데다가 사회환경적 접근을 포함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제2차 자살예방종합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성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제2차 종합대책에 대해서 “자살예방을 목적으로 포함시킨 직접과제”가 “예산의 확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청_그래픽_자살_한강_20112009년 한 해 우리나라에서는 1만5413명이 자살로 사망했다. 보건복지부의 자살예방을 위한 예산은 5억원이었다. 같은 해 5505명이 사망한 교통사고의 예방사업에는 경찰청 교통관리관실 소관예산으로 2332억 원이 책정됐다. 자살 사고와 교통사고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자살 예방에 대한 정부 차원의 인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로서는 자살 예방대책이 효과를 내기 위해 민간의 참여도 필요하다. 일례로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한국생명의전화는 투신자살률이 높은 마포대교와 한남대교에 각각 4대 씩 총 8대의 ‘생명의전화’를 이달 말까지 설치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현재 마포대교에 한 대가 이미 설치됐다.

보건복지부_그래픽_자살_소요재정_2011한강 교량의 투신, 자살사고 119 구조 출동 현황은 일일 평균 1.4건 이라고 한다. 지난 5년간 한강 다리 투신 자살인원은 458명으로 사흘에 한 명꼴로 다리에서 사망했다. 이미 해외에서는 이와 같이 자살 빈도가 높은 장소들에는 유사한 장치들이 마련돼 있다. 1927년 다리가 개통된 후 1500명이 넘는 자살자가 발생, 연간 30명이 자살하는 미국 샌프란시코 금문교에는 긴급전화와 난간이 설치돼 있고, 연평균 50명이 자살하는 호주 캡 팍 절벽에는 긴급전화, 감시카메라, 철책 등이 갖춰져 있다.

이번에 설치된 생명의 전화는 ‘119’와 ‘생명의 전화’ 두 개의 버튼만 있다. ‘생명의 전화’ 버튼은 생명의 전화 상담원으로 연결되는 핫라인으로 위험한 상황이라는 판단이 있을 경우 상담원이 자살 시도자 위치로 119 긴급 출동을 요청하도록 시스템화돼 있다. ‘119’ 버튼은 119 종합상황실로 연결돼 119 수난 구조대가 출동하며, 자살 시도자 사후 관리가 요구되는 경우에는 생명의 전화 상담원이 지원하게 된다.

지난 7월 말 첫 전화 개통식에서 이시형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이사장은 “전화기 설치 효과를 지켜본 뒤 주무 관청과 협의해 다른 지역으로도 설치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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