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단체에 ‘별점’이 매겨진다. 한국가이드스타는 2월 공익법인의 공시자료를 바탕으로 별점을 매기는 평가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평가 결과 공개를 앞두고 비판과 논란, 우려와 기대감의 한 중심에 선 박두준 한국가이드스타 사무총장<사진>을 지난 12일 전격 인터뷰했다. <[직격인터뷰] 박두준 한국가이드스타 사무총장①에서 계속>
◇투명한 자료, 정확한 공시 기반해 ‘임팩트’ 논의 가능해
ㅡ재정적인 척도를 기준으로 삼아 정량적으로만 평가하는 것에 대해 염려를 표하는 이들도 많다. 재정적인 지표가 꼭 단체의 임팩트나 가치를 의미하는 건 아니지 않나.
“한국가이드스타 홈페이지에서 비영리단체 평가를 선택하면 기관 정보, 회계나 평가 외에도 리뷰 정보를 함께 확인할 수 있다. 평가가 공시 자료를 활용한 ‘정량적 평가’라면, 리뷰는 사람들의 의견, 언론, 외부에서 수집한 ‘텍스트 마이닝’ 등을 담는 ‘정성 평가’다. 타인의 의견을 참고해 기부를 결정하도록 돕는 것이다. 인터넷에서 발생하는 버즈(buzz·뉴스와 주요 커뮤니티 등의 게시글)에서 해당 공익법인의 긍정·부정 콘텐츠를 수집하여 분석하는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도 개발 중이다.”
박 사무총장은 “한국가이드스타는 기부자에게 필요한 모든 정보를 한 곳에 모으는 ‘플랫폼’으로 가려 한다”며 “단체별 공시자료 및 감사보고서까지 한 곳에서 모두 확인할 수 있게 했다”고 했다. 올해부터는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인 도너비게이터(Donorvigator) 2.0 버전 개발에도 착수했다. 지난해 구글임팩트챌린지에서 받은 지원금 2억5000만원에, 데이터 시각화 전문회사인 클릭테스(QlikTech)사의 분석 솔루션 프로그램도 무상으로 지원받았다. 각 단체별·통계 항목별로 보다 깊이 있는 정보를 시각화로 나타낼 예정이다.
가이드스타 홈페이지에서는 각 기관 마다 ‘1만원의 법칙’을 표기했다. 공익을 목적으로 한 수입(기부금, 보조금 및 기타 전입금)이 1만원이라고 가정하면, 그 중에서 직접사업·사업 인건비∙내부 관리비 등에 각각 얼마씩 사용되는지를 쪼개놓은 것. 가령 ‘아이들과미래’의 경우 1만원 중 8738원이 자선활동, 699원은 자선활동을 위한 직접 인건비, 339원은 운영 관리 및 모금을 위한 내부 인건비, 224원은 관리 및 모금에 쓰인다고 되어있다.
ㅡ기관의 사업과 특성에 따라 관리운영비 비율이 다를 수밖에 없다. 단체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평가할 경우 이를 잘 모르는 기부자에게 오해를 줄 여지가 클 것 같은데.
“물론 단체마다 특성이 다르다. 장애인 시설 운영과 직접 사업을 하는 곳은 인건비나 관리운영비가 더 많이 들어가고, 기금을 배분하는 중간기관의 경우 관리운영비가 훨씬 낮다. 모금해 바로 해외 본부로 기부금을 보내는 유니세프는 간접비가 낮게 잡히고, 직접 사업을 수행하는 단체는 높게 잡히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기관 특수성에 따라 지출 유형별 적정 금액이 다르다’는 설명과 함께, 이를 클릭하면 이에 관한 정보를 확인하도록 했다. 다만 정확하게 기부자에게 소통하고 이해시키는 것은 각 단체가 해나가야 할 몫이라고 생각한다.”
ㅡ’효율적 이타주의자’의 저자인 피터 싱어 교수는 “간접비의 많고 적음이 단체의 임팩트와는 상관없음에도, 기부자에게 오해를 줄 수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어느 정도의 간접비가 ‘적정한 수준’인지 전문가마다 입장이 다르다. 미국의 비영리 평가단체 BBB는 최소 65% 이상을 목적 사업에 지출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간접비를 무조건 줄인다고 잘한다고 하기는 어렵겠지만, 책무성과 투명성도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1000억원을 모금했다면 그중 어디에, 얼마를 썼는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건 중요하다. 모금이 많이 될수록 더 효율적으로 쓰려고 노력해야 한다.”
ㅡ해외 비영리 평가기관에서는 재무 안정성이나 투명성, 책무성을 넘어서 ‘임팩트’를 평가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런 흐름에 역행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물론 장기적으로 사회를 변화시키는 ‘임팩트’가 중요하다. 그런데 아기가 서서 걷기까지 시간이 걸리듯이, 공익법인의 임팩트를 평가하려면 사업과 회계에 대한 기초 데이터가 쌓여야 한다. 한국 비영리는 데이터 자체가 부족하다. 앞으로 비영리 공익법인을 평가하는 다양한 조직이 등장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각기 다른 각도로 접근하리라 본다. 다만 ‘임팩트’까지 가는데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기술이 많은 부분을 용이하게 만들어주고 있고, 새로운 기부자들이 임팩트를 묻기 시작하고 있다. 정량적인 수치로 어떤 임팩트를 내는 지 설명하려 해도 단체는 기초적인 정보를 공개하고 외부에서 평가하는 게 필요하다.”
ㅡ우리나라 비영리 공익법인 평가를 해본 소감이 궁금하다. 비영리 평가가 생태계를 바꾸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보는가.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사태로 기부자들의 신뢰는 바닥을 쳤다. 총체적인 위기다. 예전부터 비영리단체 중에 기부금이나 보조금 받아 사업하면서 대표 명의로 땅 사고 건물 짓는 곳도 많았다. 나도 이전에 몸담았던 기관에서 비슷한 일이 일어나는 걸 보고 그만두기도 했다. 게다가 비영리조직 운영 방식이 너무 낡았다. 조직을 확장하고 기부금을 모집하는 데 주력해 외형은 커졌지만 내부는 곪은 경우가 많다. 직원 숫자도 적은데, 오히려 기업보다 수직적이고 권위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세상을 바꾸겠다’는 마음으로 들어오는 이들은 떠나간다. 비영리 생태 전반에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잘하는 곳이야 상관없지만 충격을 통해 변화가 필요한 곳도 상당하다.”
주선영 더나은미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