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4일(일)

귀촌 꿈꾸던 청년들이 만든 행복한 공동체… ‘우리동네사람들’ 인터뷰

인천 검암 주거생활공동체 우리동네사람들 인터뷰

돈은 많이 벌지 않아도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어떨까.

귀촌을 꿈꾸던 청년 여섯 명이 모였다. 매일 바쁘게 살면서도 불안한 도시의 삶을 벗어나고 싶었다. 일주일 동안 함께 살아보니 같이 살아 볼만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1년에 모여 올해로 5년째 함께 살아가는 ‘우리동네사람들(이하 우동사)’의 이야기다. 이제는 주택 다섯 채, 30명이 함께 모여 사는 작은 공동체가 됐다. 함께 사람들과 농사도 짓고, 지역 내 카페나 맥주집도 운영한다. ‘적게 일하고 적게 쓰지만 많이 누리는 삶’, ‘좋은 관계로 둘러 쌓인 삶’이 우동사의 지향점이다. 지난해 11월 26일, 우동사에서는 ‘청년, 관계를 그리다’라는 포럼을 열었다. 인천 검암동, 우공사가 처음으로 터를 잡았던 빌라 401호에 동그랗게 모여 앉아 ‘공동체와 소통,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이곳에서 만난 조정훈(27∙사진) 우동사 대표에게 ‘지난 5년간 함께 살아온 이야기’를 물었다.

◇‘행복한 삶’을 고민하다

ⓒ조정훈 대표 제공
ⓒ조정훈 대표 제공

조 대표의 이전 직장은 투자회사. 조씨는 “매일 바쁘게 살지 않으면 안 되는 세상이라는 것에 회의가 컸다”고 했다. “어떻게 사는 게 행복하게 사는 것일지 고민이 많았어요. 아무것도 모를 때는 ‘돈을 많이 벌면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면서 답을 찾고 싶더라고요. 우연히 법륜 스님의 글을 접했고, 공부해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우동사의 초기 멤버 6 명이 만나게 된 곳은 법률 스님이 만든 ‘정토회’. 모두 도시에서의 퍽퍽한 삶에 지쳐있었고 비슷한 이유로 ‘귀촌’을 꿈꾸던 차였다. 몇 차례 만남이 거듭되고 자연스레 가까워지면서 ‘함께 살아보면 어떻겠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일주일을 살아봤는데 마음이 꽤 잘 맞았다. 제대로 공간을 구해 살아보기로 했다. 우동사의 시작이었다.

“막상 함께 살려니까 집이 필요하잖아요. 전세자금 대출도 받고, 각자 가진 여윳돈을 모아서 1억을 만들었어요. 서울에서 집을 구하려고 100군데 넘게 한달 내내 찾아 다녔는데, 가격에 맞고 여유로운 곳을 찾기가 힘들었어요. 서울 외곽을 둘러보다 인천 검암으로 오게 됐습니다.”

◇‘함께’ 꾸려가는 삶

포럼에 참가해 문제 해결 방식에 대해 토의하는 참가자들. ⓒ우동사 제공
포럼에 참가해 문제 해결 방식에 대해 토의하는 참가자들. ⓒ송지원 청년기자

그 첫 무대는 인천 검암동의 한 빌라 401호. 함께 사는 주거기반이 마련되고 안전망이 확보되자 사회생활을 하던 이들이 하나, 둘 ‘백수’가 됐다. 소득은 없지만 쓸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자연스레 ‘함께 놀고 먹고 살 거리’를 찾기 시작했다. ‘공동주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삶을 함께 꾸리기 시작한 것.

“옛날에는 우동사가 뭐냐고 물으면 쉽게 동네에서 모여 사는 사람들이라고 답했는데, 이제는 한마디로 정의 내리기가 어려워졌어요. 오공하우스, 카페오공, 커뮤니티펍 0.4km, 논데이까지, ‘같이 사는 것’을 넘어 ‘여러 생활 활동’을 하고 있거든요.”(조정훈 대표)

한 곳에 모인 이들은 여러 활동을 시작했다. ‘카페오공’이나 ‘커뮤니티펍0.4km’는 우동사에서 운영하는 가게다. 커피와 수제 맥주를 팔면서 검암 지역의 크고 작은 모임들을 담아내는 ‘사랑방’이 됐다. 최근에는 낮 시간을 활용해 ‘기타 클라스’가 진행 중이다. 여름에는 부채에 수목화 그리기, 그림 그리기, 수공예품 만들기까지 다양한 활동들이 펼쳐진다. 우동사 구성원을 넘어, 다른 곳에 살지만 우동사나 이들의 삶에 방식에 관심 있는 이들이 펍으로 찾아오기도 한다.

“이제는 ‘우동사’가 ‘외(外)동사’로 거듭나고 있다고 이야기해요. 함께 사는 이들이 아니더라도 사람들이 찾아오고 관계 맺는 지역 공간이 됐거든요. 최근에는 우동사에 살지 않지만 관심 있는 이들이 커뮤니티펍 0.4km에서 독서모임을 진행하기도 했고요.”

인천 검암지역에 터전을 잡은 우리동네사람들(우동사) 약도. ⓒ우동사 제공
인천 검암지역에 터전을 잡은 우리동네사람들(우동사) 약도. ⓒ우동사 제공

그 밖에도 우동사에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함께 삶을 꾸린다. 함께 만든 옥상 닭장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로 만들고, 계란도 얻는다. 텃밭을 일구고, 강화도 500평 땅에서는 쌀농사도 짓는다. 농번기 때는 원하는 이들을 불러 모아 다 함께 공동노동을 하는 ‘논데이’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수익은 ‘먹고 살 만큼’ 충분한 걸까. 조 대표는 “펍이나 카페에서는 월세와 관리비를 충당하는 정도지만 수익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괜찮다”고 했다. 최근에는 ‘애정회원’이라는 펍 회원제도 만들었다. 펍을 이용하고 애정 하는 사람들이 회비를 모아, 펍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인건비를 지급하기도 한다.

“우동사에서 살면서 소비를 줄인다는 게, ‘욕구를 억제한다’는 게 아니에요. 함께 살아보니 불필요한 소비를 할 일이 없어요. 굳이 술자리나 모임 나가서 몇 만원씩 쓰지 않아도 되고 비싼 옷이나 가방이 필요하지도 않고. 바쁘게 살면서 외식이나 쇼핑으로 스트레스를 풀기도 하잖아요. 그걸 충족시키려면 또 돈이 필요하니 빠져나올 수 없는 것 처럼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그런데 사실 그렇게 필요한 돈이 많지 않다, 함께 하면 더 잘할 수 있다는 걸 깨달은 ‘촉이 빠른’ 사람들이 우동사에 모인 것 같아요.”

조 대표는 “한 달에 인당 70만원 정도만 벌면 큰 문제가 없더라”면서 “벌어둔 돈을 쓰는 이들도 있고, 강화도에서 쑥 캐거나 정리하는 것 같은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한다”고 했다.

◇정해진 규칙 없이, 듣고 이야기하며

함께 만들어가는 삶. 6명에서 시작한 ‘공동주거’, 입소문이 나고 찾아오는 이들이 늘면서 이제는 집 다섯 채, 30명의 인원이 함께 산다. 모이는 금액이 커지다 보니 이제는 연대은행과 함께 ‘공동체기금’을 만들어 운영한다. 공동주거를 경험해보고 싶은 이들을 위해 정기적으로 ‘오공하우스’ 입주자도 모집한다. 3개월간 5~8명의 사람들과 한 집에 살아보며, 본인에게 맞으면 우동사에 남아 함께 사는 프로그램이다.

“따로 면접을 본다기보다는 와서 직접 보고 결정하자고 해요. 함께 산다는 게 상상과 다를 수 있거든요. 또  직장 다니며 바쁘게 사는 분들은 이곳에서 뭔가 허할 수도 있어요. 본인은 일찍 출근하고 늦게 들어오는 삶을 일주일간 반복했는데, 다른 이들은 동네에서 놀고 얘기하고 일하며 보내는 걸 보면 ‘내가 왜 들어왔나’ 싶거든요. 직장 다니는 분들을 아예 안 받는 건 아니지만 ‘들어오면 둘 중 하나를 그만 둘 가능성이 크니 잘 생각해보시라’고 해요(웃음).”

함께 살 때 생길 수 있는 크고 작은 갈등은 어떻게 해결할까. 우동사에는 딱히 정해진 규칙이 없다. 이야기를 통해 해결하는 걸 기본으로 하기 때문.

“처음에는 규칙을 한번 만들어보자고 했어요. 누가 청소하고, 반찬은 어떻게 할 건지 등등이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게 모두를 위한 게 아닌 거예요. 서로 불편한 점을 이야기하고 조율해가면 되는데 규칙부터 만들어두는 건 아닌 것 같았어요. 가족끼리는 규칙을 만들어서 생활하지는 않잖아요. 규칙을 빌어서 내가 원하는 걸 해결하기보단, 규칙 없어도 원하는 걸 말하고 배려하고 조율하는 분위기로 만들 수 있으니까요.”

정해진 규칙은 없지만, 집집마다 매주 요일을 정해 ‘밥상모임’을 갖는다. 사는 이야기, 불편했던 순간들을 자연스레 나눈다. 우동사에서 함께 살아가며 ‘합을 맞춰가는’ 방식이다.

◇함께 산다는 것

지난해 11월 26일 우동사에서 진행됐던 주거 공동체 포럼 모습. ⓒ우동사 제공
지난해 11월 26일 우동사에서 진행됐던 주거 공동체 포럼 모습. ⓒ송지원 청년기자

‘행복한 삶’을 고민했다는 그. ‘우동사’ 안에서 살아가는 지금은 어떨까. “주변에 마음 나눌 좋은 사람들이 늘어나서 정말 행복한 것 같아요. 무엇을 하고 살지는 그 다음 문제인 것 같아요. 관계망을 회복하고 넓혀가는 게 좋은 것 같아요. 꼭 지리적·물리적으로 같이 살지 않아도, 서로를 알고 이야기를 들어줄 여유를 갖고 있는 이들이 주변에 많아지는 거죠.”

‘좋은 관계망을 확장하는 게 목표’라는 조 대표. 앞으로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을까.

“내년에는 ‘백수학교’를 개교할 예정이에요. 백 살까지의 삶을 어떻게 꾸릴 건지 생각해보고 나누는 곳이에요. 아주 장기적으로는 ‘나이 들어서도 계속 살고 싶다’고 하는 공동체를 만들고 싶어요. 많은 사람들이 유럽 같은데 가서 100년된 마을을 탐방하고 오곤 하는데, 우동사가 그런 곳으로 거듭났으면 좋겠어요. 지금 해온 것처럼 재미있게 잘 살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지 않을까요?”

송지원 더나은미래 청년기자 (청세담 6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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