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4일(일)

봉사여행으로 주머니는 가볍게, 경험은 다채롭게!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배낭여행’을 꿈꾼다. 하지만 매번 발목을 잡는 것은 여행 경비다. 지난 2014년, 대학생 이한결(24)씨는 90일간의 유럽 여행 계획을 세웠다. 3개월 동안 알바를 2개를 뛰면서 돈은 모았지만, 3개월 여행 경비로는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그때 이씨의 머리에 떠오른 것은 ‘글로벌 자원봉사여행’. 마침, 아이슬란드에서 열리는 예술 축제에 외국인 봉사자를 모집하고 있었다. 아이슬란드 평균 하루 여행 경비가 20~30만원인데 비해, 30만원의 참가비를 내고 봉사자로 활동을 하면 2주 동안 숙박과 식비가 모두 해결된다는 것. 이씨는 3개월의 여행의 절반을 봉사로, 나머지 반을 여행으로 일정을 짰다.

“아이슬란드에는 봉사 프로그램이 다양해요. 저처럼 예술 축제 스탭으로 활동하면서, 사진 촬영 봉사 활동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고요. 환경에 대한 민감한 사회인식 때문에 동물 보호, 고래 보호, 친환경 에너지, 대체에너지와 관련해 공부하고 토론하는 캠프도 있습니다. 전세계 각지에서 봉사자들이 모이기 때문에 외국인 친구들도 많이 사귈 수 밖에 없어요.”

한 달간의 아이슬란드 여행을 마치고 향한 독일에서도 이씨의 ‘볼런투어(자원봉사여행)’는 계속됐다. 독일에서의 봉사 활동은 3주 동안 봉사자들과 숙소에 머물면서, 지역 행사 공연을 만드는 것. 독일에서도 3주 동안 30만원의 참가비로, 숙박과 식비를 모두 해결할 수 있었다. 외국인 봉사자들과 하루종일 같이 생활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영어 실력도 늘었다. 이씨는 “자신감도 많아졌고 봉사활동에서 만난 새로운 친구들 덕분에 인간 관계에서의 트라우마도 많이 극복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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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로 글로벌 자원봉사여행을 떠났던 이한결(왼쪽에서 세번째)씨. “알을 깨고 태어난 새가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것처럼 여러분도 아이슬란드에서 ‘새로운 나’를 만날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TVD협동조합

약 20년 전, 당시 대학생이었던 김영관(38)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해외는 가고 싶은데, 갈 방법이 없었다. 지금처럼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대학생 해외봉사단 프로그램도 전무했다. 그렇게 알게된 것이 글로벌 자원봉사여행. 김씨는 1년 동안 유기농장에서 봉사 활동을 하면서 외국인 친구들을 만나고, 구석구석 여행까지 할 수 있었다. 김씨는 대학을 졸업한 후, 남산유스호스텔에서 17년 동안 일하면서 다양한 청년들을 대상으로 캠프를 운영했다. 극심한 취업난과 경쟁 속에서 스스로를 잃어가는 청년들을 보면서, 20년 전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게 됐다. 그리고 많은 청년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었다.

“자원봉사여행은 여러가지로 청년들에게 도움이 됩니다. 먼저, 어학 능력도 키울 수 있고요. 자신을 돌아보면서 삶의 만족도도 높아져요. 요즘 개천에서 용 날 수 있는 창구가 정말 없잖아요. 취업도 어렵지, 그렇다고 창업을 하려니 돈도 없지. 청년이 가진 기술로 창업을 해야하는데, 가장 빛을 발할 수 있는 분야가 ‘국제교류’가 아닐까 싶어요. 식당을 열거나, 카페도 창업할 수 있죠. 하지만 이런 아이템들은 자본을 가진 사람들한테 밀리게 돼있어요. 국제교류 관련 창업은 어학 능력과 SNS 활용 능력만 있으면 가능해요. 그런데 이 부분은 청년층을 따라가기 쉽지 않아요.”

올해, 김영관씨는 17년 동안 청년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만난 대학생 4명과 의기투합을 했다. 자원봉사여행을 비즈니스 모델로 하는  TVD협동조합(브랜드명 떠나리협동조합) 을 설립한 것. 이한결씨도 5명의 직원 조합원 중 한 명으로, 본인의 경험을 살려 아이슬란드를 중심으로 봉사여행 프로그램을 기획ㆍ운영하고 있다. 1년 동안 남아공으로 장기 자원봉사여행을 다녀왔던 김지수(22)씨도 TVD협동조합의 직원 조합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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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D협동조합의 직원 조합원들. 김범석, 이한결, 김경수, 김지수, 김영관씨(왼쪽부터).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청년 협동조합 창업팀’ 사업에서 우수팀으로 선정됐다. ⓒ권현정작가

“남아공의 장애인 공동체 ‘캠프힐(camphill)’에서의 1년을 잊지 못해요. 15명이 한집에서 생활했는데 성인장애인이 8명 정도였고, 나머지는 저와 같은 비장애인 봉사자들이었어요. 장애인분들은 어느 정도 스스로 생활이 가능하신 분들이었어요. 집이 10여개 정도 있으니, 150명이 넘는 사람들로 구성된 커뮤니티였죠. 그곳에는 빵도 굽고, 천연화장품도 만들고, 농작물을 키운다든지 등 자립 기술을 습득하는 다양한 일터도 있어요. 저는 베이커리에서 일을 도와줬어요. 한 달에 10만원 정도 바우처로 생활비도 벌었습니다. 어학 실력도 늘었지만, 1년 동안 떨어져서 생활하면서 ‘나’에 대해서 깊게 생각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내가 어떤 삶을 살면 좋을지, 어떤 일을 하면 좋을지요.”

한국으로 돌아온 김씨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업(業)으로 삼겠다고 결심했다. ‘더 많은 청년들이 자원봉사 여행을 경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협동조합 설립에 힘을 보탰다. ‘TVD협동조합’은 청년들을 위한 글로벌 자원봉사여행을 기획ㆍ운영하는 곳으로, 지난 1일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 개최한 ‘청년 협동조합 창업공모전’에서 우수상도 받았다. 해외여행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글로벌 경험을 쌓을 수 있고, 지역에도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하는 것이 핵심이다.  

TVD협동조합의 사업 모델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글로벌 자원봉사여행은 대만 유스호스텔연맹, SCI(Service Civil International) 홍콩, SCI 핀란드 등 파트너를 통해 한국 청년들이 해외로 봉사활동을 나가는 프로그램이다. SCI는 벨기에에 본부를 둔 자원봉사단체로, 유럽ㆍ미국ㆍ동남아 등 전세계 70개국에서 매년 2000여개 캠프를 진행하고 있는 기관이다. 10~15일간의 캠프 기간의 참가비는 30만원 정도(항공비 별도). TVD협동조합은 보유한 해외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국인 봉사자들이 현지 친구들과 함께 자원봉사 활동과 문화교류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둘째, 한국에서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자원봉사 캠프도 운영한다. ‘K-글로벌 자원봉사캠프’ 프로그램은 외국인 봉사자들이 한국 내 지역아동센터에서 어린이영어캠프를 운영하는 봉사 활동이다. 지난해에는 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익산 요가 국제워크캠프’를 시범적으로 기획ㆍ운영했다. 스페인, 오스트리아, 폴란드, 이탈리아 등 세계 9개국에서 온 20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일주일 동안 오전에는 사원에서 요가를 배우고, 오후에는 익산 지역아동센터에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쳤다. 김영관씨는 “열악한 교육 환경에 있는 아이들일수록 외국인과의 접점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면서 “외국인에게 매력적인 컨셉의 여행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봉사까지 덧입히면 지역 사회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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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아이들과 외국인이 함께 소통했던 2015 익산 요가 캠프 현장. 11살의 송호진(왼쪽에서 4번째)군은 “온드레이(체코, 오른쪽에서 2번째)형과 공기놀이하는게 제일 재밌었다”고 말했다. ⓒTVD협동조합

그렇다면 왜 하필 협동조합일까. 무엇보다 ‘주인 의식’이 강화되는 것이 큰 강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영관씨는 “처음엔 비영리단체 모델로 사업을 구상했지만, 청년들의 참여가 핵심적이니만큼 협동조합이 제격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한결씨도 “사장이 지시하는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대표 역할을 하며 함께 만들어가는 점이 좋다”고 했다. 또한, 더 많은 청년들이 조합원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결국 캠프 기획과 운영을 청년들이 해야하잖아요. 저도 캠프 참가자였지만, 지금은 자원봉사캠프를 만들고 있는 것처럼, 다른 청년들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봐요. 청년층이 취업도, 창업도 쉽지 않은 시대잖아요. 자신이 가진 경험과 강점을 살릴 수 있는 기회가 오픈돼있는 모델이라고 봅니다.” (김지수씨)

2017년부터는 본격적으로 K 글로벌 자원봉사캠프를 확대할 계획이다. 외국인 봉사자들이 직접 한국으로 찾아오는 프로그램이기에 더 저렴한 비용으로 ‘국제교류’를 할 수 있는 셈이다. 김영관씨는 “청년들이 직접 글로벌 캠프를 만들어보면서 경쟁력도 쌓고, 스스로의 일자리도 만들 수 있는 모델로 만들어보고 싶다”면서 “국내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한 지역아동센터 및 복지관 등 파트너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 TVD협동조합 홈페이지 http://www.tvdkorea.org
• K 글로벌 자원봉사캠프 파트너십 문의 070-5014-0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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