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을 불과 2주 앞둔 시기에, 고3 수험생 조한비(18)양은 무대에 섰다. 친구들은 독서실에서 공부와 씨름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조양은 밴드 연주에 맞춰 노래 ‘하늘바라기’를 불렀다. 그녀의 모습은 자신감에 차 있었다.
“꼬마야 약해지지 마/ 슬픔을 혼자 안고 살지는 마.”
길고 긴 수험 생활을 버티는 데 힘이 되어 준 노래였다.
“가장 큰 별이 보이는 우리 동네/ 따뜻한 햇살 꽃이 피는 봄에/ 그댈 위로해요/ 그대만의 노래로”
◇ 음악으로 아이들의 꿈을 찾아주는 드림트리 콘서트
지난 10월 29일 용산구청아트홀 소극장 가람에서 드림트리 콘서트가 열렸다. ‘드림트리빌리지’는 음악을 좋아하지만 배울 여건이 안 되는 아이들에게 재능기부를 통해 실용 음악을 가르쳐주는 예비사회적기업이다. 취약계층 청소년을 대상으로 매년 3월부터 11월까지 9개월간 주 1회 실용음악 개인레슨을 진행한다.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사람은 2013년부터 용산구에서 AM실용음악학원을 운영하던 이성교(35)씨. 그는 음악을 좋아하지만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돕고 싶었다. 2014년 ‘드림트리빌리지’를 시작했고, 2015년에는 서울시 예비사회적 기업으로 등록됐다. 이곳에서는 다문화, 소년소녀 가장, 새터민, 한부모 가정, 저소득층 가정 아이들을 대상으로 9개월간 주 1회 실용음악 개인레슨을 진행한다. 비용은 실용음악 학원 수익과 후원 및 재능기부를 통해 이루어진다. 모든 교육이 끝나면 음악을 가르쳐 준 선생님들과 주민들, 가족 및 친구들 앞에서 그동안 연습한 결과를 선보인다. 그렇게 해서 연 콘서트가 2014년을 시작으로 벌써 3회째다. 드림트리빌리지를 거쳐 간 아이들만 50명이 넘는다.
올해 드림트리콘서트 주제는 ‘우리들의 이야기’였다. 보컬에서부터 피아노, 기타, 베이스, 코러스까지 모두 아이들이 도맡았다. 그렇게 서로 다른 사연을 가진 친구들이 모여 하나의 음악을 만들어냈다. 거창한 무대는 아니었지만 아이들은 노래 한 곡 한 곡에 소박한 꿈과 그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날 ‘하늘바라기’ 외에도 ‘물들어’, ‘선물같은 너에게’를 부른 조한비양은 한번쯤 노래를 전문적으로 배워보고 싶었지만 형편이 어려워 포기하고 있었다. 우연한 기회로 드림트리빌리지를 만난 그는 노래를 부르는 순간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고 했다. “노래 부르는 것 자체가 정말 좋아요. 고3이라 힘든 시기 거치면서 자신감도 많이 떨어졌는데 노래가 큰 힘이 되어주었어요.” 19명의 친구들과 만나 함께 노래하는 시간은 수험 생활의 활력소였다.
◇ “음악을 하고 싶었는데 형편 때문에 숨겨왔어요.”
김성은(17)양은 드림트리 1기가 시작할 때부터 3년의 세월을 함께 했다. 이번 콘서트에서는 ‘빗속에서’, ‘집으로 데려가줘’ 등 2곡의 가요를 피아노로 연주했다. 그녀는 작곡을 전공하는 것이 꿈이다. 드림트리를 만나기 전까지는 집안 형편이 어려워 선뜻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녀는 이제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드림트리를 하면서 느낀 건, 제가 노력하면 안 되는 건 없는 것 같다는 거예요.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김양은 음악을 배우면서 또 다른 꿈을 꾸게 되었다. “선생님들한테 음악 배운 것처럼 저도 나중에 커서 똑같이 나눠주고 싶어요.”
이날 콘서트에서는 14곡의 아이들의 공연과 함께, 선생님들의 축하 공연도 어우러졌다. 가요 ‘물들어’, ‘선물같은 너에게’ 곡에서 보컬을 맡은 최유미(17)양은 음악을 계속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로 행복했다. “고1 때 진로를 많이 고민했어요. 저는 피아노 치는 거랑 노래하는 걸 되게 좋아했는데, 집안 형편도 그렇고 부모님도 반대를 많이 하셨어요. 어쩔 수 없이 취미로라도 배우고 싶었는데 드림트리 덕분에 그 연결고리를 찾게 된 거죠.”
최유미양의 음악에 대한 열정은 부모님의 반대도 꺾었다. “사실 제가 취미로라도 여기 다니고 싶다고 했을 때에도 부모님은 반대하셨거든요. 그런데 제가 음악을 하면서 공부도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니까 괜찮아 하시더라구요. 제 입장에서도 음악을 즐기면서 남는 시간에 공부도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되었구요. 그래서 고3이 되도 할 거예요.” 최양은 노래를 통해 감정을 전달하는 법을 배웠다. “예전에는 그냥 멜로디에 가사를 얹는다는 느낌이었는데, 요샌 가사를 음미하고 감정을 넣어서 부르는 법을 배웠어요.”
이날 콘서트를 마지막으로 드림트리 3기의 모든 과정이 끝났다. 10개월 동안 음악과 함께 하며 아이들은 한층 성장했다. ‘공부는 안 하느냐’는 비난도 있었지만 무대를 준비하는 과정은 그 어느 때보다 뿌듯했다. “진짜 자기가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그걸 즐겼으면 좋겠어요.” 쌀쌀한 바람이 부는 가을, 공연장은 아이들 저마다의 사연과 꿈의 열기로 가득 찼다.
조일호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6기)